[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기획 공세”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주요 언론사들이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질타하며 집권하겠다는 사람이 내놓을 자세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김 씨 해명 위주의 보도를 하고, “민주당이 여성 혐오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인용해 윤석열 후보를 옹호하고 나섰다.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윤석열 후보는 15일 ‘기획공세론’을 들고나왔다. 윤 후보는 “여권의 기획 공세가 아무리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 눈높이와 기대에서 봤을 때 미흡한 점이 있다면 송구한 마음을 갖는 게 맞다”며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까 이거는 뭐 우연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건희 씨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16일 6면 <김건희,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국민께 사과드린다”> 기사에서 김건희 씨의 옷차림·머리 스타일을 소개하고, 김 씨와 윤석열 후보의 해명을 상세히 실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을 “검증을 표방한 공세”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검증을 내세워 여성 혐오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국민의힘 주장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여당의 공세에 대해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지나칠 정도로 대통령 후보 아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상식으로 납득이 잘 안된다’고 했다”며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도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을 음해하는 음란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 씨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격화하고 언론의 취재 경쟁이 심해지면서 ‘후보 배우자팀’ 구성 논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배우자 검증을 ‘공세’로 표현한 조선일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부인인 김혜경 씨 '공세'에 나선 바 있다. 조선일보는 인터넷매체 더팩트가 ‘김 씨 수행원’ 오보를 내자 지난달 17일 보도에서 “사진 속 인물이 후보 아내의 수행원이라면 왜 아내보다 이목을 끄는 옷차림으로 후보 집에서 나와 카니발 차량에 탔는지 의문”이라는 정치권 반응을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8일 <[만물상] 카게무샤>에서 김혜경 씨가 언론을 따돌리기 위해 대역을 쓰고 있다는 주장을 전했다. 카게무샤는 일본 전국시대 때 영주들이 안전을 위해 선정한 대역을 뜻한다. 조선일보는 “낙상 사고를 당한 김혜경 씨를 두고 갑작스러운 ‘카게무샤’ 논란이 일고 있다”며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킨 이 여성은 당에서 보낸 수행원이었다. 야당에선 언론을 따돌리기 위한 ‘여사님 카게무샤’냐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 11월 18일 만물상

중앙 "공정·신뢰 강조한 윤석열, 부인 예외 아니야"…한겨레 "윤석열, 심각성 인식 못해"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언론은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의혹을 중대한 문제로 보고 윤석열 후보 측에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김건희,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에서 “여론에 밀린 어물쩍 사과로는 불충분하다”며 “윤 후보는 공정과 신뢰를 강조한다. 대상에서 부인도 예외일 순 없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잘못한 게 없다는 건가, 아니면 관행이니 묵인해 달라는 건가”라면서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질타하며 집권하겠다는 사람이 ‘내로남불’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사설 <진정성 안 보이는 김건희·윤석열 부부 ‘허위 이력’ 사과>에서 “윤 후보는 부인의 허위 이력과 관련한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부당한 기획 공세’라는 주장을 이어갔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 씨는 무엇에 대해, 왜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짧고 두리뭉실한 사과 표현 몇 개만 내놓았을 뿐”이라면서 “당장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해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사과로 들리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윤석열 후보의 기획공세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윤 후보가 여전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김 씨는 ‘허위 이력’ 의혹들에 대해 국민 앞에 성실히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기획공세지만 송구하다”는 윤석열의 ‘배우자 의혹’ 사과>에서 “임용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며 “채용에 영향을 미쳤는지, 다른 지원자가 피해를 입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 후보는 기자들에게 ‘현실을 잘 보시라’고 했는데, 현실을 잘 봐야 할 사람은 그 자신”이라면서 “윤 후보는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여 학위를 얻고 연구실적을 쌓아 대학에서 일하게 된 많은 연구자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