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과도한 추정이 현실의 언론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적 논리만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열린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 공청회의 주요 주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열람차단청구권이었다. 이날 ‘언론보도 피해자 구제’와 ‘법적 타당성’이라는 주장이 맞붙었다. 공청회 진술인인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언론중재법은) 법 논리에 의해 규정되는 것보다, 미디어 현실에 의해 재구성돼야 한다”며 “언론중재법은 급진적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4일 열린 국회 언론특위 (사진=연합뉴스)

채영길 교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고 개념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절차적 과정 미비’라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매몰시키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채 교수는 “현재 모호하고 불명확한 허위조작정보 때문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허위조작정보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건 미디어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언론중재법이 통과되면 언론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채영길 교수는 “과도한 추정으로 현실적으로 필요한 법을 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 교수는 “언론중재법을 막는 건 시민들의 자유를 막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5배’ 규정은 언론사에 심대한 타격을 주지 않는다. 열람차단청구권 역시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채영길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를 언급하며 “피해구제 대상 매체를 유튜브·구글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는데 1인 미디어로 인한 피해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인한 언론의 위축 효과는 작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시장을 정화하고 보도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에는 유효하지 않으나, 최저선을 긋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열람차단청구권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조치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개인의 사생활이 인터넷 공간에서 계속 열람하게 한다면 피해가 구제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송현주 교수는 “법원의 손해배상 산정기준을 개선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대해 “법원이 바꿔야 할 부분이 있고, 입법자가 바꿔야 할 부분이 있다. 입법자라면 약자의 피해보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송 교수는 “자율규제는 답이 아니다”라면서 “언론인의 윤리의식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나 정치적 목적의 드라이브가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가장 좋은 것은 자율규제이지만, 그게 안 되니 사회적 규제로 나아가자는 것”이라며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는 회복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언론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분명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언론이 그런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고, 이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단적 제도, 위헌 소지 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적 타당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명백한 조작정보는 고의성이 확실하지만, 허위조작정보는 개념이 광범위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민사상 다양한 구제제도를 갖추고 있고,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면 언론자유 제약뿐 아니라 제재 수단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문재완 교수는 “요건을 엄격하게 정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송기헌 민주당 의원 질의에 “기본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단적인 제도다. 적용 범위를 좁히면 위헌성이 사라질 수 있지만, 나중에 이를 더 넓히자고 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 교수는 “범위를 제한해 배액 배상제를 도입하고, 언론사가 정정보도·반론보도를 하면 배상액을 감액해주는 방식으로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오현 법무법인 해송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이중 처벌의 우려가 있고,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수 있다. 일반 손해배상과의 차이에 있어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언론보도 피해구제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김회재 민주당 의원 질의에 “충분하지 않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정정·반론보도 실효성을 강화하는 안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 권오현 변호사는 “정정보도 청구권은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정정보도 표시제의 경우 제삼자의 시각에서 문제적 내용이 무엇인지 함께 검색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현주 교수는 “정정보도, 반론보도의 실효성을 강화한다면 언론자유는 보장하면서 공론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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