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가 혐오표현의 정의와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표현 게시물' 게재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청년참여연대는 “혐오표현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반쪽짜리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은 혐오표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10일 공지된 ‘게시물 운영정책 개정’에 따르면, 네이버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여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변경된 게시물 운영정책은 2022년 1월 14일 시행된다.

(사진=네이버)

네이버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정책규정을 준용하기로 했다. KISO는 “지역·장애·인종·출신국가·성별·나이·직업 등으로 구별되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하여 해당 집단이나 그 구성원들에게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게시물”을 혐오표현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가 스스로 ‘혐오표현’에 대한 개념 규정을 하지 않고, KISO 정책규정을 준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혐오표현 게시물에 대한 제한은 타당하지만 혐오표현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참여연대는 13일 논평에서 “개정 내용에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 집단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나 다름없다”며 “혐오표현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대신 ‘특정 집단’으로 표현함으로써, 혐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 소수자 집단이라는 사실을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청년참여연대는 “불특정 다수 집단을 향한 단순 비방, 멸시의 공격이 아니라 차별받는 대상을 향한 공격을 이해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이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지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달리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은 혐오표현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네이버 혐오표현 관련 규정

청년참여연대는 네이버가 사후규제기구인 KISO의 정책규정을 준용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청년참여연대는 “KISO 정책규정을 준수한 것은 책임 있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KISO 규정은 신고 접수 받은 사건의 일부를 처리하는 규정일 뿐이다. 네이버가 KISO의 정책을 준수한다고 하더라도 네이버의 콘텐츠는 네이버의 자체적인 이용약관에 따라 우선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참여연대는 “보여주기식 이용약관 개정에 멈춰서는 안 된다”며 “네이버는 국내 최대 플랫폼이라는 점에 책임을 느끼고 혐오표현의 정의를 정확히 명시하여야 한다. 또한 단순 혐오표현 규제 조항을 명시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혐오표현 콘텐츠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관리·규제할 것인지 이용약관 개정에 따른 조치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네이버 운영정책 개정은 청년참여연대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9월 네이버가 혐오표현 대응에 소극적이라면서 “약관에 혐오표현 게시물 규제를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청년참여연대 등 외부 지적을 고려해 규정을 개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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