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n번방 방지법’을 “검열법”으로 규정하고 법 개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를 의식해 검열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오픈 채팅방에 적용된 필터링 기술을 ‘검열’로 규정하고, 대안 없는 비판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12일 자신의 SNS에서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통신비밀 침해 소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윤 후보는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는가”라면서 “범죄도 차단하고 통신비밀 침해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최근 단체 오픈 채팅방에 불법 촬영물 필터링 기술을 도입했다. 단체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정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공한 불법 정보 DB와 유사할 경우 이를 삭제·차단하고 있다. 사적 채팅방은 차단 대상이 아니다. 남성 커뮤니티에서 비판이 이어지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검열”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역시 “검열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거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겨레는 13일 사설 <피해자 고통 눈감고 ‘n번방 방지법’ 흔드는 국민의힘>에서 “일부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전 검열’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보수 정치인들이 이를 의식해 ‘검열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며 “지난해 n번방 사건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었을 때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관련법안을 쏟아냈고,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될 때는 미래통합당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졌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민적 공감 속에서 제정된 법을 시행하자마자 흔드는 것은 지나치다”며 “법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찾으면 된다. 야당은 디지털 성폭력이 계속 늘고 있는 현실과 피해자들의 참담한 고통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선동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N번방 방지법 검열이라는 野, 터무니없다>에서 “야당이 일부 젊은 남성층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들의 표심은 얻을지 몰라도 성범죄 근절에 역행하고 젠더 갈등을 키우는 해악이 크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 측이 ‘검열’의 실체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불법 촬영물이 아닌 동영상은 당연히 공유된다”며 “도대체 윤 후보가 검열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사적인 통신을 들여다보려면 영장을 통해야 한다’는 이준석 대표의 비약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n번방 방지법 재개정 주장은 성착취물 유통을 허용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있지도 않은 공포를 자극하기 전에 성착취물을 삭제 못해 목숨까지 버리는 실재하는 공포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일괄 검열 의심할 만하다"

반면 매일경제는 “사전검열을 강제해 통신비밀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윤석열 후보·국민의힘의 주장을 거들었다. 매일경제는 사설 <사전검열 논란 'n번방 방지법' 통신비밀침해 우려 해소해야>에서 “이용자들이 ‘모든 온라인 게시물과 메신저 대화방을 일괄 검열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만하다”며 “n번방의 주 무대인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정작 법 적용이 쉽지 않다. 국내 SNS와 커뮤니티에 대한 사전 검열을 강제해 헌법에 보장된 통신비밀까지 침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텔레그램 채팅방은 필터링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는 텔레그램의 채팅방이 모두 사적 채팅방이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상황이 다르다. 또한 역외사업자 포섭 문제는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국회는 텔레그램과 같은 역외사업자를 포섭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발의한 ‘n번방 대응 국제협력 강화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일보는 사설 <n번방 방지법 정쟁화 멈추고 부작용 우려 귀기울여야>에서 “개정안이 막 시행됐을 뿐인데 검열 운운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텔레그램이 제재 대상에서 빠졌지만 이는 텔레그램 모든 대화방이 사적 공간이고, 그 틈을 경찰의 위장수사로 메우도록 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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