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지난 11월 한 달 동안 대선후보·유명인의 SNS를 인용한 대선 보도는 총 6020건으로 하루 평균 2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대선 보도로 정책 논의는 뒤로 밀려나고 감정 소비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가 12일 방송에서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SNS를 인용한 보도는 1378건으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SNS 보도는 74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SNS 보도는 287건으로 5위에 올라 정치인이 아닌 인물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됐다.

12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에서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SNS 받아쓰기 기사는) 작성하는 데 10분도 안 걸린다”며 “매우 효율적이고 조회수가 폭발한다. 조회수를 신경 쓰는 언론은 (SNS 받아쓰기를) 안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SNS 받아쓰기 기사는) 정파적으로 활용된다”며 “진중권 전 교수가 민주당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보수언론에서 많이 인용한다. 진 전 교수가 SNS에 자신의 의견을 밝힐 권한은 있지만, 언론이 (인용할 때) 최소한의 균형감각과 반론을 함께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포털 얘기를 안 할 수 없다”며 “페이스북 인용 기사가 1주일 동안 취재한 탐사보도 기사보다 조회수가 더 많이 나온다. 포털 뉴스 소비가 1위인 한국에서는 포털사이트의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포털사이트가) 자극적인 기사를 메인에 배치하면 안 된다“며 ”유권자도 가치있는 보도를 발굴하고 잘못된 보도는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영길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대선에서 (따옴표 저널리즘) 기사가 주류가 되고 있다”며 “상대 진영의 따옴표 기사와 다른 후보 진영의 따옴표 기사가 하나의 헤드라인에 들어오고 있다. (정치인·유명인의) 감정의 표현들만 회자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현태 KBS 기자는 “진 전 교수처럼 공직자도 아닌 유명인의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를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 기자는 “SNS 받아쓰기 보도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다수의 기자들이 (SNS 받아쓰기 보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사들끼리 SNS 받아쓰기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 등으로 언론사 스스로 신뢰 회복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KBS '질문하는 기자들 Q'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한편, 지난달 15일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진중권 전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이재명 후보를 비판한 6건의 보도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는 “후보자에 대한 평가와 검증은 언론사의 당연한 기능”이라면서도 “특정 논객의 페이스북 글을 그대로 인용했지만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평가하는 표현을 여과 없이 기사화한 것은 유권자를 오도하거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같은달 16일 <‘진중권 인용’ 조치 비판 앞서 ‘따옴표 저널리즘’ 돌아봐야>라는 제목의 신문방송 모니터링 자료를 발표했다. 이날 민언련은 “공직선거법, 방송법 등 실정법 조항에 위배될 뿐 아니라 아직 편파보도 문제가 심각한 한국 언론 현실에선 언론의 특정 후보 지지가 선거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면서 "하지만 언론 스스로의 판단이나 주장을 전할 때, 특정 후보에 대한 유명인 SNS나 발언 인용에 기대 사실상 편파성을 노출하거나 특정 후보를 미는 이중적 보도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번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조치를 계기로 진중권 씨 등 유명인 발언이나 SNS를 무분별하게 인용해 교묘하게 자기주장을 하거나 클릭 수 높이는 자극적 기사를 생산해온 행태를 언론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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