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총선 개표 결과 예측조사가 모두 빗나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송3사는 지난 10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별도의 리포트를 통해 일제히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들 방송사는 "초접전 지역이 많았다" "총선은 원래 예측하기 힘들다" "유권자들이 본심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외부 변수'에 오보의 원인을 돌렸다.

MBC와 SBS는 각각 "총선예측보도가 빗나간 부분이 많아서 사과드린다" "시청자여러분께 혼선을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사과성' 코멘트를 내보냈다. 하지만 KBS의 경우 "예측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해 더욱 정확한 선거방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했을 뿐 따로 '사과'를 하진 않았다.

MBC·SBS "사과드립니다"…KBS "정확한 선거방송 위해 노력"

▲ 4월10일 KBS <뉴스9> '왜 빗나갔나?'
먼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의석수를 틀리게 예측한 KBS는 <뉴스9> '왜 빗나갔나?'에서 "조사 과정에서 응답을 회피한 상당수 친박 지지자들이 후보 투표는 한나라당 후보자에게 정당 투표는 친박연대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총선은 유난히 초접전지역이 많았다"고 오보의 이유를 설명했다.

KBS는 또 "기본적으로 총선은 작은 지역 단위의 선거로 소지역, 학연, 혈연 등 투표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더욱 많아 대선에 비해 예측이 힘들다"고 전했다.

KBS의 이러한 '책임회피성' 해명은 MBC <뉴스데스크>와 SBS <8뉴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 4월10일 MBC <뉴스데스크> '예측조사 왜 틀렸나'
MBC는 <뉴스데스크> '예측조사 왜 틀렸나'에서 "실제 투표와 다르게 답한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도 있고 출구조사를 실시하는 지역이 대부분 초접전지역인 까닭도 있다"며 "특히 여론조사 내용이 실제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SBS도 <8뉴스> '초경합지 많아 혼선'에서 "SBS의 의뢰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했던 한국갤럽과 KSOI측은 오류가 생긴 가장 큰 이유로 초경합지가 유난히 많았던 점을 들었다"며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46.1%에 머물면서 예측조사에 응했던 50만 명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는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또 SBS는 "선거 막바지의 친박 바람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했다"며 "소수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대체로 조사에 소극적으로 응했다"고 밝혔다.

외부변수는 어느 총선에나 있는 것…신중한 태도 아쉽다

▲ 4월10일 SBS <8뉴스> '초경합지 많아 혼선'
이들 방송사의 해명은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245개나 되는 선거구 유권자들의 표심을 정확히 읽어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 조사가 빗나간 게 과연 '경합지가 유난히 많았던' 이번 총선 뿐이던가. 지난 96년, 2000년, 2004년에도 방송사들의 예측 조사는 최종 개표 결과와 차이를 보였다.

방송사들이 이번 총선 예측조사 '오보'의 원인으로 꼽는 각종 '외부 변수'는 그 당시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사들은 이러한 외부 변수를 조율해서 이번 총선 개표방송에서는 더욱더 신중하게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들의 눈이 즐겁도록 재미있는 자막을 내보내고, 유명 앵커를 오락프로그램으로 초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충실하고 정확한 내용이다. 방송사들은 이번 개표방송의 오류를 '내탓이 아니다'라고만 외치지 말고, 내부에서 자체적인 노력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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