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7년 동안 일한 KBS 전주총국에서 해고된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인용했다.

9일 전북지노위는 3시간 가까이 구제신청 심문회의를 진행하고 오후 8시경 이 같이 판정했다. A 작가는 “너무 긴 시간 많은 이들이 함께 고생해준 결과”라며 “방송작가도 근로자라는 당연한 이야기가 힘겹게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A 작가는 “어서 KBS전주로 복직하고 싶다”며 “KBS가 공영방송다운 전향적인 판단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신청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판정문은 30일 이내 KBS 전주총국에 전달된다.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심리가 진행되기 전 작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방송작가 전북친구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제공=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KBS 전주총국은 이날 구제신청 심문회의에서 일관되게 작가를 '고도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프리랜서'로 규정했다. 또 해당 작가가 여러 업무를 번갈아 수행한 것과 관련해 각각 별도의 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대리한 김유경 돌꽃 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심문회의 내내 공익위원들이 주목한 지점은 A 작가가 대법원 노동자성 판단의 핵심 지표인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 감독’과 ‘업무 내용의 지정 여부’와 관련해 ‘작가는 창작자’라는 도식과 전혀 무관하게 사용 종속 관계에서 일했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노위는 지난 3월 (MBC 작가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중노위 판정, 그리고 최근 정수기 A/S 설치기사에 대한 대법원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을 예로 들면서 그동안 사용자들이 주장해온 형식적 징표들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명확히 확인한 것도 큰 의의”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는 10년간 일한 MBC 보도국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프리랜서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MBC는 작가들을 원직 복직시키라는 중노위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4월 30일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관련기사 : MBC 해고작가, ‘노동자성' 인정 받았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역 비정규직의 상황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없이 공영방송이 공적 책무와 콘텐츠의 공공성을 말할 수 없다"며 "이번 판정은 지역 방송계의 프리랜서로 위장된 작가의 노동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으며 지역 방송작가의 노동권 회복의 시작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10일 “지노위의 상식적인 판정을 환영한다”며 “지역 공영방송사에서 일하는 방송 작가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부당해고를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라는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방송작가지부는 이날 취임한 김의철 KBS 신임 사장을 향해 “방송작가 근로자성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인식하고, 지노위 결과에 승복해 해고 작가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며 “KBS가 방송작가 노동 처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중노위 재심 신청으로 이번 판정을 뒤집으려는 행동은 하지 말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A 작가는 2015년 KBS전주총국에 입사해 <생방송 전북은 지금>, <생방송 심층토론> 등 라디오, TV, 뉴미디어를 오가며 방송작가로 일했다. A 작가는 지난 6월 30일 보도국장으로부터 “(계약서상) 7월 말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이 어렵다”며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A 작가는 보도국장, 총국장을 만나 해고 사유에 대해 묻는 등 해고의 부당함을 알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북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관련기사 : “근로 권리, 방송 작가에겐 허락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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