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 행정개혁위원장을 지냈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이번 대선을 '반노동과 비노동의 대결'이라면서 '노동이 없는 대선'이라고 촌평했다. 이병훈 교수는 9일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전태일재단 등이 주최한 <대선 노동 담론 복원을 위한 토크콘서트>에서 “한쪽은 반노동이고 다른 쪽은 비노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은 경선 과정을 보면 기업 경제가 지나친 규제 때문에 힘드니 노동 정책을 더 역진시키자고 해서 답답하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노동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차기 정부는 노동 정책의 비전을 통해 시장 경쟁력만 우선하던 사회에서 노동도 존중을 받고,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다.

9일 '대선 노동 담론 복원을 위한 언론인 토크 콘서트'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병훈 교수는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 존중 평가와 차기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발제했다. 이병훈 교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에서 고용노동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 지위가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됐다. 1964년 UNCTAD 설립 이후 첫 사례다. 2020년 OECD가 발표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한국 1인당 GDP는 4만 3천 319달러로 4만 4천 929달러인 영국과 4만 6천 422달러인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9년에 일본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2015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산재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당 10.1명으로 영국(0.4명)보다 20배 많았다. 세계 불평등 연구소가 7일 발간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한국인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전체 부의 58.5%를 차지하고, 하위 50%는 5.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의 두 얼굴인 선진 경제와 후진 노동은 그만큼 노동이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대선 후보자들은 ‘노동에 대해 무엇을 하겠다’라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정책 공약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일정 부분 성과는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의식적으로 산재 사고를 줄이겠다고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보수정부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OECD 국가들 중에서 일하다가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나라”라며 “여전히 이런 상황의 문제가 남아있다. 노동시간도 줄었지만 OECD 대비 많이 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올 초 정부가 지난 4년 100대 국정과제 진행률에 대해 스스로 평가한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크게 노동관련 정책 6개가 있었다. 정부는 ‘나름대로 노력을 했고,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는데, 문제는 진보·노동자 측과 보수·경영계가 모두 문제 삼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보수·경영계는 현 정부가 노동과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기업을 향한 편향적인 정책으로 경제가 어려워져 일자리를 망치는 위기를 유발했다고 비판한다”며 “문재인 정부에 기대했던 노동·진보적인 입장에서도 시간이 지나자, ‘최저임금·노동시간 등의 문제들이 오히려 후퇴됐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 실행돼야 할 노동 정책 비전으로 ▲노동자 생명안전기본권 보장 및 산재보상 제도 개선 ▲적정 생활소득 보장 ▲노동관계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미조직 노동자 88%를 위한 권익대변기구 확충 ▲전국민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구축 ▲실근로시간 단축 및 공공 고용 안정인프라 확충 등을 제시했다.

발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에 몇 점을 줄 수 있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B- 수준”이라며 “현 정부가 지표상으로 보면 이전 정부에 비해 나름대로 방향을 설정하고 진전을 보였지만, 파급효과나 논란 등을 미리 준비했으면 현재보다 더 성과가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정부에서 현 정부의 노동 정책 중 살려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최저임금”이라며 “노동시장에서 상당수 사람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최저임금이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현 정부는 논란을 거치면서 최저임금을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최저임금의 효과는 확인할 수 있다”며 “고율로 올랐던 2018, 2019년에 소득 분배도 크게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지만 얘기하는 사람이 누구도 없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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