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가 후원한 토론회에서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송출 사건에 대한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공적책무를 망각해 언론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고,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강등 결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다수 작성해 지면을 사유화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구성원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9일 열린 ‘디지털 플랫폼 시대 언론의 사회적 책무: 공영언론의 윤리헌장과 보도 준칙개선 방향’ 토론회의 발제 제목은 ‘포털 뉴스 유통 시장 생태계와 공영언론의 책무성’이다. 하지만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최근 불거진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송출 사건과 포털 제휴 강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연합뉴스가 후원했다.

KBS 질문하는 기자들Q 방송화면 갈무리

이날 토론회 발제자인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연합뉴스가 공기업·사기업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해 수익을 취한 것은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며 “비판받아 마땅했다. 연합뉴스는 공적책무를 준수하고 솔선수범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영재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들이 ‘윤리적 품성’을 내재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는 다른 언론사 기자와는 달라야 한다”며 “연합뉴스 기자가 ‘샐러리맨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옳지 않다. 언론 자유를 윤리적으로 품성 있게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인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일반 소비자는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퇴출당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실장은 “네이버 이용자가 연합뉴스 퇴출로 불편함을 호소한 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합뉴스는 대체될 수 있는 매체가 아니지만, 시장에서 나타난 반응은 달랐다. 연합뉴스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는 포털 제휴에서 강등된 후 기사를 통해 제휴평가위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작성한 기사는 수십 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권태호 실장은 “연합뉴스는 강등 이후 기사를 통해 제휴평가위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부당한 결정이라는 것을 일반 소비자가 굳이 알아야 하는가”라면서 “한두 번은 몰라도, 폭탄처럼 많은 양의 기사를 내는 건 사유화”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사진=미디어스)

현직 제휴평가위원인 홍주현 국민대 교수는 “그동안 네이버 첫 화면에서 연합뉴스 속보가 우선 노출되는 등 연합뉴스는 포털에서 지위를 누려왔다”며 “제휴평가위 출범 6년이 지났는데, 연합뉴스는 제휴평가위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보도도 냈다. 연합뉴스가 왜 지금 이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를 송출해 독자 알권리를 침해했다”며 “독자들은 기사형 광고를 ‘기사’로 생각하고 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주현 교수는 “고발이 없었다면 연합뉴스는 오늘도 기사형 광고를 송출하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대대적인 개혁 작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홍 교수는 “연합뉴스는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당장 사는 것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독자에게 끼친 손해가 크다. 엄청난 일을 했는데 부서를 없애고 사장이 바뀐다고 상황이 변할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연합뉴스가 선언뿐 아니라 실천적으로 나섰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평가 "간부들 살찐 고양이 같다"…"공적책무 인식, 외부와 괴리됐다"

연합뉴스 구성원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영흠 협성대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들을 만나보면 개개인별로 우수하고 뛰어나지만,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책무에 대한 인식은 외부와 괴리된 경우가 있었다”며 “‘정부구독료’를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지양해야 한다. 정부구독료를 많이 받는 것은 좋지만 이에 상응하는 공적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최영재 교수는 “연합뉴스는 자신들이 공적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답해야 한다”며 “정부구독료 비판의 경우 ‘나라에서 받는 건데 왜 난리인가’라고 대응하니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이다.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태호 한겨레 실장은 연합뉴스를 ‘살찐 고양이’로 비유했다. 권 실장은 “연합뉴스 간부들은 긴장감이 떨어진다”며 “다른 언론사 간부들은 회사의 수익 등을 걱정하는데, 연합뉴스 간부는 살찐 고양이 같다. 회사가 망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실장은 “이번 기회에 연합뉴스가 대중적 긴장감을 가졌으면 한다”며 “연합뉴스는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 그걸 신뢰도 회복 등 다른 쪽의 긴장감을 높이는 쪽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또한 연합뉴스가 꼭 B2C(일반 소비자 대상 활동)를 해야 하는가"라면서 "B2B(기업 간 활동)에 더 충실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플랫폼 시대 언론의 사회적 책무 : 공영언론의 윤리헌장과 보도준칙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국언론학회 특별기획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의 포털 종속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최영재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 문제는 포털에서 나온다”며 “사람들은 포털을 ‘유사 언론’으로 여기는데, 기본적으로 포털은 언론이 아니다”라면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포털을 규제해야 한다. 질서를 규율하는 차원에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 교수는 “KBS나 연합뉴스 등이 포털과 관련된 자율규제에 나서야 한다”며 “공영언론이 담합해 공적 뉴스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영재 교수는 제휴평가위의 연합뉴스 강등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독과점 현상에서 제휴평가위의 노출 중단·계약 해지는 사실상 규제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과연 제휴평가위가 언론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고, 투명성도 결여됐다”고 했다. 최 교수는 “제휴평가위는 공적 기구도, 자율규제 기구도 아니다”라면서 “언론사의 공론장 퇴출을 결정할 법적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주현 교수는 “제휴평가위에 법적 근거가 없는 건 동의하지만, 학자들이 모여 만든 심사기준을 통해 이용자 입장에서 언론을 평가할 수 있다”며 “일부 이해관계자의 자질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난상토론에 준하는 회의를 통해 다수결 결정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이번 토론회를 통해 포털과 언론의 관계, 언론의 공적책무가 무엇인지 성찰하려 한다”며 “연합뉴스는 공영언론으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보다 포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다. 최근 (기사형 광고 송출) 사태도 그런 맥락에 있다”고 털어놨다. 성 사장은 “한국언론이 포털에 종속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저널리즘 기본 가치에 입각한 콘텐츠를 공론장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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