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명 '비니좌'(비니모자와 '본좌'를 합성한 조어)로 불리는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일베식 주장'으로 사퇴 요구에 직면했지만 주요 보수언론 지면에서 그에 대한 비판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의 '일베 주장'을 안고 가는 모양새다.

노 위원장이 내정된 지난 5일부터 현재까지 조선·중앙·동아일보 지면에 '비니좌'가 국민의힘에 영입됐다는 소식 외에 관련 보도는 없었다. 노 위원장이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 유세차 연설로 유명세를 탔다는 설명 정도가 전부다.

조중동은 과거 월간조선 인터뷰로 '여성비하' '독재찬양' 논란을 빚은 피부과 의사 함익병 씨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함 씨가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내정이 7시간만에 철회된 것을 두고 7일 중앙일보는 "이런 인선을 도대체 누가 하고 있나"라며 윤석열 선대위에 '구태 정치인'이 몰려든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언론 기사만 검색해 봤다면 논란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도 국민의힘은 그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욕심에 기초적 검증마저 소홀히 했고 논란이 일자 서둘러 없던 일로 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과 윤석열 대선 후보(사진=국민의힘 유튜브채널 '오른소리',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에 대한 논란을 귀담지 않고 있다. 7일 윤 후보는 언론이 노 위원장의 5·18 부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침묵했다. 선대위 대변인들은 '본인에게 직접 물으라'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언론보도에 대한 '법적조치'를 운운했다.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노 위원장은 '5·18은 폭동'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민주당의 일방적 입장만 받아쓴 기사, 제목과 보도내용에서 공정성을 잃은 기사에 대해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 '뭘 감추고 싶길래'라고 쓴 사실은 있지만 직접 "5·18은 폭동"이라고 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노 위원장은 5·18 특별법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 위원장은 해명과정에서 다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을 현판으로 만들어 걸자"는 소위 '유공자 명단 공개'를 주장해 거듭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보수단체가 '가짜 유공자'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5·18 유공자 명단은 광주 5·18 기념공원에서 직접 확인 가능하다. 지난 2019년 지만원 씨, 자유한국당 '5·18 망언 3인방' 등이 유공자 자녀 취업 특혜설 등 가짜뉴스를 이유로 명단공개를 주장했다.

노재승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또한 노 위원장은 정규직 폐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경찰 실탄 사용, 가난 비하 등의 주장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지난달 5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비난글을 올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나열했다. 그는 가난하고, 고등교육을 밟지 못하고, 가정환경이 어려운 사람을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노 위원장은 "가난하게 태어났는데 그걸 내세우는 사람들 정말 싫다", "가난하면 맺힌 게 많다", "검정고시 치르고 어쩌고 한 걸 자랑한다. 정상적으로 단계를 밟아간 사람들을 모욕할 뿐", "올바른 부모 밑에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지리산 빨치산들을 국가유공자로 치켜세운다" 등의 발언을 했다.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노 위원장에 대한 인선 철회는 없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노 위원장과 함께 가는건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원 본부장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선대위원장으로서 본인이 자성과 다짐을 했기 때문에 저희로서 기회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같은 날 임태희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함익병 선생님은 중도사퇴하신 것 같고, 다른 분은 뭐 그대로 활동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8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사설 제목

반면 상당수 언론에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 후보의 '5·18 사과'를 뒤엎는 노 위원장 논란을 국민의힘이 뭉개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8일 경향신문은 사설 <노재승의 "5·18 성역화" 감싼 국민의힘, 제정신인가>에서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의 해명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고 했는데, 그런 국민의힘이야말로 납득이 안 된다"며 "이런 인물을 선대위에 그대로 두겠다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과거에 개인적으로 한 말이니 덮고 가자고 하면 검증은 왜 필요한가"라며 왜곡·차별 발언을 한 노위원장을 '정상적인 시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일베식 주장' 노재승에게 선대위 중책 맡긴 국민의힘>에서 "'전두환 미화' 발언과 '개 사과' 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윤 후보가 불과 3주 전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가 사과한 일이 무색해질 지경"이라며 "함익병 씨나 노재승 씨처럼 '일베식' 극단적 발언을 일삼아온 이들에게 선대위의 중책을 맡기는 게 국민 통합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국일보는 사설 <노재승·함익병 '극우 영입' 논란 자초한 국민의힘>에서 "윤 후보는 7일 입장을 묻는 기자에게 침묵했는데 5·18 부정을 용인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과거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들이 5·18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망언을 내뱉고도 당 차원에서 엄중히 대응하지 않아 방조한 전력이 있다. 이런 식이면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얼굴만 바꾸고 극우 태극기 정신은 그대로라고 여길 것"이라고 썼다.

서울신문은 사설 < ‘5·18 폄하’에 ‘정규직 제로’, 선대위원장 자격 있나>에서 "윤 후보가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게 지난달이다. 이런 상황에서 ‘5·18’과 관련해 왜곡된 생각을 지닌 사람을 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다니 놀랄 일"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든지 당에서 정리하는 게 어떤가"라며 "노 씨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정규직 제로화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위원장 임명 철회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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