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허영춘 전 군 의문사협의회 회장이 제 9회 리영희상을 받는다. 리영희상 특별상은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선정됐다.

제 9회 리영희상 심사위원회는 2일 “허영춘 선생을 비롯한 유가족의 과감하고 끈질긴 진상 규명 운동은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강제 징집한 대학생에게 프락치 공작을 강요하고 불응자에게 가혹 행위를 가해 죽음에 이르게 한 녹화사업의 실상을 세상에 드러냈다”며 “이를 계기로 군과 한국 사회 전체의 인권 상황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민주화 과정도 촉진될 수 있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인 허영춘 전 회장은 지난 1984년 군 복무 도중 M16 소총 3발을 자신에게 발사해 자살했다고 군 당국이 발표한 고 허원근 일병의 부친이다. 이후 허 전 회장은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아들뿐만 아니라 군에서 발생한 다수의 의문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허 전 회장의 활동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군사망사고진상규명회’ 설치로 이어졌다.

허영춘 전 군 의문사협의회 회장 (사진=리영희재단)

허영춘 전 회장은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보다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싸우는 어려운 군의문사 가족들이 많은데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며 “이제는 늙고 병든 몸이 됐지만 근래 군대에서 죽는 아이들 숫자가 줄어든다니 다소 위안이 된다.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죽지 않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특별상 수상자로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이 선정됐다. 김 발행인은 영문학자이자 진보 환경운동자로 미국에서 생태사상을 접한 후 한국에 돌아와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했다. 이후 김 발행인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녹색당을 창당했다.

<녹색평론>은 자연의 파괴와 착취에 기반을 둔 산업화, 개발, 소비를 지향하는 기존 제도권의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공동체, 생명, 환경, 생태계의 소중함, 비핵화 등의 대안적 가치를 전했다.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사진=리영희재단)

심사위원회는 “인문학자로 출발해 생태사상을 구현하는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수상자는 현실 고발을 넘어 한국의 시민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사회상과 대안적 가치관을 제시하는 업적을 남겼다”며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만연하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사망자의 대량 발생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수상자가 역설한 생태사상의 가치는 더욱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저밀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교훈을 인류는 공유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고인의 딸인 김정현 씨가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떻게 사양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가 고민했다”면서 “아버지 당신이라면 십중팔구 자격이 없다고 거절하지 않을까 하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게 된 이유는 ‘김종철’과 거의 동일시되는 <녹색평론> 30년 행보를 ‘주류에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추구하는’ 리영희 정신을 잇는 작업이라고 평가하시는 데 대해, 자식으로 또 현재 발행인으로서 송구하지만 감사히 응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경제성장, 과학기술 숭배에 맞서서 진실로 인간다운 삶과 풍요로움이 무엇인가를 질문해온 <녹색평론>이 더는 ‘광야의 예언자’로 취급받지 않게 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고맙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오는 7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오후 4시 개최된다. 시상식 이후 수상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 마당’ 코너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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