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1월 YTN 시청자위원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장례식 중계방송이 도마위에 올랐다. 공과에 상관없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중계방송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수의 시청자위원은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3일 열린 11월 시청자위원회는 유투권 YTN 보도국장의 중계방송 경위 설명으로 시작됐다. 10월 30일 YTN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11분 가량 생중계했다. 유투권 보도국장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많은 고민이 있었고 국가장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보도전문채널로서 정부가 고심 끝에 국가장을 치르기로 한 상태에서 과연 이것을 무시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10월 27일 YTN <뉴스앤이슈> 방송 화면 (사진제공=민주언론시민연합)

유투권 보도국장은 “결국은 최소화된 형태로라도 진행하는 게 낫겠다는 내부적인 판단에 따라 11분 정도 방송했다"면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조서를 통해 노태우 씨의 역사적 과오, 5·18 희생자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과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지적하고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상황을 사전에 파악해 최소한의 형태로 생중계를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장례 진행 과정에서 국가장을 반대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목소리, 박남선 씨의 출연 등을 통해 노태우 씨의 과오에 대한 부분들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봉우 시청자위원은 장례식 생중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공의 크기와 상관없이 역사적으로 중요성이 있는 인물은 언론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위원은 이력, 공과 과를 소개하고 패널 두세 명의 의견을 토대로 평가하는 관성화된 생중계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수의 시청자위원들은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보라미 위원은 “전두환, 노태우의 경우 반란 수괴, 반란 모의 참여, 상관 살해, 초병 살해, 내란 목적 살인 등의 입에 담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로 역사에 의해 판단 받은 사람들”이라며 “과거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절 광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하고 땡전 뉴스로 상징되는 한국 언론의 흑역사를 고려한다면 이들의 죽음 앞에 추모 광경을 연출하고 생중계하는 것은 그 시절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상처를 후벼 파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극소수이긴 하지만 그 시절의 역사를 왜곡해서 군부독재를 미화하는 자들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노태우 장례 생중계 보도는 무척 아쉬운 부분”이라며 “YTN이 그 시절 언론 행태를 돌이켜 반성하고 현재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획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임태훈 위원은 “노태우 씨는 군부대를 동원해 내란을 일으켜 국민주권을 찬탄하여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고문과 학살을 감행한 인권 침해 가해자”라며 “그에 대한 예우를 담은 국가장 생중계를 봤던 저로서는 충격이었으며 이는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YTN은 반인류적 범죄자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기획보도를 했어야 한다”며 “박종철 고문 사건이나 이한열 열사, 녹화산업으로 끌려가 군에서 고문당한 사람들과 노동자, 학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2·12 군사 반란이 일어났을 당시 특전 사령관을 경호하던 비서실장 김오랑 중령과 같이 저항정신에 입각한 군인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언론은 국민에게 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미희 부위원장은 “노태우 씨 국가장 생중계는 매우 부적절했다”며 KBS, YTN에서만 생중계가 이뤄진 점에 대해 “외부 요청에 의해 이뤄진 거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10월 27일 <뉴스앤이슈>의 ‘광주 사태’ 자막 사고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YTN은 빈소에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지 않은 ‘광주 사태’라는 자막을 반복해서 띄웠다.

신미희 부위원장은 “성일종 의원이 발언한 내용 중에 ‘광주 사태’라는 용어가 아예 없었는데 자막에 반복해서 나갔고, 이는 내부 책임이 큰 문제”라며 “후속조치로 YTN에서 영상을 삭제했다고 하던데 일방적인 영상 삭제도 문제다. 문제가 생기면 설명하고 왜 수정했는지 기록을 남겨야하는데 그냥 삭제하고 조치됐다고 답하는 건 올바른 후속조치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응록 위원은 “자막을 ‘광주 사태’라고 보도하는 것은 자막을 입력하는 전문 인력이 경시하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역사 인식이 좀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차후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투권 보도국장은 ‘광주 사태’ 자막 사태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는 내부 시스템의 오류였고 실수였다”며 “작가분이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는데 출연 원고에 그렇게 썼고 게이트 키핑 과정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정정했는데 공유가 안 되는 바람에 몇 차례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편집에디터를 통해 내부 출연 원고 교정과 공유하는 시스템을 다시 점검했다”고 말했다.

신웅진 시청자센터장은 “(자막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보도국장을 통해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삭제했다. 삭제는 언론사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조치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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