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총선 최종 개표결과 한나라당 의석 예측이 모두 빗나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각 방송사는 원인 분석과 후속보도 준비로 분주하다. 특히 한나라당 의석 범위를 162~181석으로 예측해 가장 큰 오류를 낸 SBS는 10일 저녁 <8뉴스>를 통해 사과방송을 낼 예정이다.

"친박연대 표심 제대로 못읽었다"

▲ 4월10일 SBS <아침종합뉴스>.

SBS 최금락 보도국장은 10일 "KBS와 MBC는 합동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했는데 SBS는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할 수 없었다"며 "아무래도 전화 여론조사만으로는 정확성에서 제약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SBS는 각 지역 유권자 50만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와 245개 지역구 출마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판세를 조사했다.

최 국장은 "이번 개표방송 오류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송구스럽다"며 "오늘 저녁 <8뉴스>에서 이번 예측조사가 빗나간 것에 대해 사과하고 그 원인과 보완책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SBS는 10일 오전 <아침종합뉴스>에서 '초경합 많아 혼선'이라는 제목으로 해명성 리포트를 내보냈다.

SBS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과 한국사회여론 연구소에 의뢰해 50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했으나, 무려 62곳에 이르는 초경합 지역 표심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선거 막바지 돌풍을 일으킨 친박연대 지지자들의 표심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MBC "정확도·시청률 모두 높았다"…"예측조사 결과는 아쉬워"

방송사 가운데 한나라당 의석수를 결과에 가장 근접하게 예측한 MBC는 10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자사의 개표방송이 정확도와 시청률 면에서 모두 높았다고 홍보했다. MBC는 한나라당 의석 범위 하한선을 최종 결과보다 한 석 많은 154석으로 예상했다.

▲ 4월9일 오후 6시 정각 MBC(왼쪽)와 SBS 화면 캡쳐.
MBC 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예측조사 결과가 아쉽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된 친박연대 득표 결과에 대한 예측이 결과적으로 차이를 빚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선거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데다 경합지역이 많았고 친박연대에 투표한 유권자들이 출구조사에서 명확하게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MBC는 예측조사 발표 시간대인 9일 오후 6~7시 시청률이 MBC 12.1%, KBS1 8.5%, SBS 7.5%로 MBC가 최고를 기록했다고 적극적으로 알렸다. MBC는 각 방송사 메인뉴스 시청률도 MBC <뉴스데스크> 14.5%, KBS <뉴스9> 13.3%, SBS <8뉴스> 7.0%로 나타났다고 홍보했다(TNS미디어코리아, 수도권 기준).

KBS "좀 더 정밀할 수 있었는데"…'뉴스9' 반성 리포트 예정

▲ 4월9일 KBS <뉴스9>.
KBS는 한나라당 의석 하한선을 MBC보다 한 석 많은 155석으로 잡았다. 출구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해 로데이터(Raw-Data, 기초자료)는 공유했지만 이에 대한 판단은 달리했기 때문이다.

KBS 이종학 보도총괄팀장은 "출구조사만으로는 오차가 크기 때문에 패널들의 추이를 종합해서 판단했는데 여러 자료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긴 것 같다"며 "좀 더 정밀했으면 맞출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오늘 <뉴스9>에서 반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출구조사를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하는 논란도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흐름을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이 출구조사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오차가 생겨버리니 안타깝지만 중단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KBS는 9일 <뉴스9>에서 김경란 앵커가 화면 자막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모니터 고장과 김 앵커의 심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이 팀장은 "사전에 준비는 했는데 김 앵커가 원래 눈이 좋지 않은 데다가 복잡한 시사 문제를 다루는 생방송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 예측조사를 이번에 처음으로 실시한 YTN은 유권자 한나라당 의석 범위를 160~184석으로 예상했다. YTN 관계자는 "넓게 잡으려면 150~180석으로 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이라도 근접하게 전하기 위해 160~184석으로 잡았다"며 "총선 예측조사에서 이 정도의 오류는 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사, 지나치게 낙관적·단정적 예측조사 보도 문제"

방송사들의 예측조사 오류에 대해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송종길 교수는 "유권자들이 본심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수 있고 투표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정확하게 샘플을 잡아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면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방송사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단정적으로 예측 조사 결과를 내보낸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정대 기획실장은 "방송사들은 충실히 판세를 분석해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시청률 경쟁을 위해 마치 오락프로그램 다루듯이 이미지, 흥미 위주로 보도해 왔으며 이번 개표방송 역시 마찬가지였다"며 "여론조사, 출구조사에 더욱 엄밀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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