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올림픽·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행사를 무료·최소비용으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 제도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논의가 시작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디어미래연구소는 29일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통위는 "일반 국민이 OTT를 통해서도 국민관심행사를 시청하고 있으나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여전히 방송사업자만을 규율하고 있어 온라인·모바일 등을 통한 보편적 시청권 확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이에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디어미래연구소는 29일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통신 융합환경에서의 '보편적 시청권' 개념 재정의

2007년 도입된 보편적 시청권 제도는 올림픽·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 높은 행사를 중계하는 방송사업자의 경우 중계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없이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보편적 시청권 정의 재정립 ▲국민관심행사 범위 확대 ▲순차편성 제도 개선 ▲사업자 자율협의체 운영 등의 제도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노 센터장은 OTT 사업자, 스포츠 에이전시 등을 보편적 시청권 제도에 포섭하는 방향의 제도개선 필요성을 제언했다. 그는 "국민관심행사의 대상이 되는 스포츠 이벤트는 실시간이 가장 강조되는 장르로 온라인·모바일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방송법 차원에서 보면 방송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보편적 시청권 범주를 확대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센터장은 '보편'의 개념이 무료인지, 추가비용이 없는 것인지, 합리적 요금 수준인지 등을 법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료방송 가입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가 90%를 넘는 한국 상황에 '보편적 시청권'을 담보하는 요금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료채널이 없었던 시절에 국내 선수가 출전하는 해외 스포츠 이벤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지만 최근 수년 간 스포츠 이벤트 유료채널이 등장하면서 이용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민관심행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관심행사를 스포츠 이벤트로 한정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국민관심이란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문화행사 등으로 확장시킬 수 있느냐는 문제다. 노 센터장은 관련 고시 개정을 앞두고 '대국민 인식조사'를 통해 국민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올림픽 중계 때마다 '중복편성' 논란이 불거졌다. 또 시청률 보장이 어려운 비인기 종목, 패럴림픽 등은 편성에서 배제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사에 순차편성을 권고할 수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문제의 원인은 값비싼 중계료와 방송사 매출 감소로 도쿄올림픽의 경우 전체 종목 중 절반 수준에서 중계가 이뤄졌다. 노 센터장은 비인기 종목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적기금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보편적 시청권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포털·OTT 등 포괄하는 '중계권자'… "공영방송 책무 중심으로" 반론도

토론자인 송종현 선문대 교수는 "방송사업자 개념보다 국제 스포츠기구로부터 중계권을 획득한 자, 즉 '중계권자'로 개념을 바꿔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포털·OTT·스포츠에이전시 등 중계권 계약을 맺은 자를 모두 '중계권자' 개념에 포섭해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보편' 기준에 따른 요금 개념을 추가비용이 없는 수준으로 정의하자고 말했다. 다만 송 교수는 광고기반 모델을 덧붙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월정액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보편적 시청권 대상 프로그램을 광고를 시청하고 볼 수 있는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편적 시청권 프로그램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송 교수는 반대했다. 유명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개인에 대한 선호도가 제도에 반영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송 교수는 오히려 기존 범위 안에서 비인기 종목이나 패럴림픽 등 선호도가 높지 않은 프로그램에 대해 중계 의무를 부여해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를 들어 KBS 등 공영방송이 정부와의 협약을 통해 공적책무를 설정하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진다면 올림픽 때 비인기 종목과 패럴림픽 중계 의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공영방송의 책무를 살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순차편성 권고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인센티브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리우 올림픽 때 지상파 3사 동시편성 비율이 27%, 도쿄 올림픽 때는 54%가 넘었다. 권고 실효성이 없다"며 "국민 시청권을 저해하고 있다는 폐해에 대해 데이터를 마련하고, 순차편성 시 인센티브 제도를 사업자 의견을 받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광용 네이버 이사(정책전략 책임리더)는 "중계권자 다양화로 인해 보편적 시청권제도가 형해화돼 제도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포털·OTT 사업자들의 기여분이 제도에 반영되어야 한다. 방송사업자 가구도달률 범위로 기준이 규정돼 있는데, 포털·OTT 사업자 기여분이 일정부분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이사는 순차편성 문제와 관련해 네이버가 비인기 종목 등을 송출할 수 있다고 했다. 편성에 따른 광고·재판매 제약이 사실상 없는 포털 사업자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란 설명이다. 이 이사는 "저희에게 비인기 종목 중계를 무료로 준다면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며 "방송사가 관련 콘텐츠를 준다면 기여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했다.

(왼쪽부터) 송종현 선문대 교수, 이광용 네이버 이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정재용 KBS 스포츠국장 (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사업자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 의무가 아닌 이용자의 보편적 접근권이 담보되는 방향에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윤 이사는 "이용자는 이미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보는 환경인데 법과 제도가 그 자리에 있어 답답하다"며 "인터페이스는 전부 달라졌다. 스포츠 중계권을 넘어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는 내용을 이용자가 어떻게 봐야하느냐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이사는 네이버가 비인기 종목 중계를 할 수 있다는 이광용 이사 발언과 관련해 "당장 이용자 입장에서는 좋다. TV는 보지 않아도 스마트폰은 안볼 수 없다"며 "어떤 정보는 이제 미디어기기를 모두 가지고 다니는 시대"라고 말했다.

반면 정재용 KBS 스포츠국장은 "보편적 시청권의 본질은 공익적 가치다. 비차별적으로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누구나 부담없이 국민적 관심사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상파 3사에 더해 더 많은 미디어사업자가 대상자가 되면 무한경쟁 가속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 국장은 "이미 한국 스포츠중계권 가격은 내부 경쟁으로 전 세계 어느나라보다 많은 비용을 부담 중이다. 중계권자 확대로 OTT나 에이전시를 포함시킨다는 것은 과도한 극단적 상업화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영방송이 의무를 많이 떠안으면서 질서를 잡아가는 방식이 무분별한 경쟁을 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했다.

또 정 국장은 스포츠중계 특성상 대형화면 선호도가 높아 TV가 디지털로 대체되지 않았고, KBS의 경우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올림픽 중계를 송출해왔다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공영방송이 보편적 시청권을 구현하면서 '무료 보편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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