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현대건설이 개막 후 전승을 거두며 11연승 대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김연경을 앞세워 개막 후 10연승 기록을 세웠는데, 단 1년 만에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상대로 그 기록을 갈아버렸다.

위기도 존재했지만, 이기는 법을 알게 된 현대건설은 위기를 벗어나며 상대를 제압해갔다. 위기 극복 능력이 다른 팀보다 강하고, 선수층이 두터워 다양한 선수들로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 김연경이 나가며 순식간에 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캣벨이 1라운드 중반까지 잘해줘 승리도 얻는 등 좋은 출발을 했지만, 캣벨이 무기력해지며 팀 역시 힘겨운 상황을 이어가야만 했다.

김미연이 고군분투하는 사이 아직 고교 졸업도 하지 않은 대구여고 전성기를 이끈 삼인방 중 하나인 정윤주의 대활약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 듯하다. 현대건설과 달리, 선수층이 얇고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기는 쉽지 않았다.

26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흥국생명 캣벨이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세트 경기는 막상막하였다. 캣벨이 드디어 존재감을 찾듯 좋은 공격력을 보여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몸이 무거워 보이고, 공격이 되지 않아서인지 항상 무표정했던 캣벨이 이번 경기에서는 자주 웃으며 자신의 컨디션이 많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은 흥국생명에게는 다행이었다.

현대건설이 연속공격으로 점수를 벌리면, 캣벨의 공격에 이은 김미연의 서브 에이스까지 더하며 달아나는 상황은 흥미로웠다. 20-15까지 흥국생명이 앞선 상황은 중요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현대건설이 맹추격하기 시작했다.

20점대 먼저 올라갔고, 점수차도 5점이나 났다. 이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세트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20점 이후 흥국생명은 범실만 3개가 나왔다. 20점 이후 범실은 최악이라는 점에서 흥국생명은 스스로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지윤의 공격과 정윤주의 공격이 오가며 점수를 얻었지만 야스민의 강타는 상대를 압도했다.

좋은 기회를 놓친 흥국생명은 2세트를 가져갔다. 캣벨이 야스민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초반 반전을 시도하더니, 캣벨이 연속 득점을 성공시키며 4-7까지 추격하고, 랠리 속에 김미연의 공격까지 성공하며 맹추격전이 시작되었다.

26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흥국생명 정윤주가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윤주의 공격이 성공하며 9-9를 만들었지만, 황민경이 성공하며 균형을 깨고 다시 정윤주의 공격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나쁜 공마저 노련하게 연타로 넘기며 역전을 시킨 정윤주는 고교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아직 고교 졸업도 하지 않은 아웃사이드 히터인 정윤주가 선발로 나선 이유를 2세트에서 잘 증명했다.

정윤주의 연타와 상대 세터인 이나연의 오버 네트까지 이어지며 점수차가 15-12로 벌어진 상황에서 캣벨의 강력한 백어택은 시원하게 현대건설 코트에 꽂혔다. 정지윤의 공격마저 이주아가 블로킹 차단하며 20-14로 다시 한번 20점 고지에 먼저 올라선 흥국생명이었다.

야스민 대신 황연주가 들어와 공격 성공을 하고 양효진의 속공이 연속으로 성공하며 23-18까지 추격이 이어졌지만, 2세트는 거기까지였다. 25-18로 잡으며 균형을 잡은 흥국생명은 충분히 현대건설과 맞설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문제는 거기까지였다는 것이다. 김미연이 왼손 부상을 입으며 위태롭게 경기를 뛰어야 했고, 리베로 김해란이 초반 좋은 리시브로 팀을 도왔지만, 부상 여파인지 체력 고갈로 빠지며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진 흥국생명은 중요했던 3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26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현대건설 양효진이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흥국생명이 악재가 쌓이는 것과 달리, 현대건설은 세터 김다인이 무릎 통증으로 잠시 나가 있기는 했지만 바로 복귀하며 전력 이탈은 없었다. 여기에 잠잠하던 양효진 특유의 공격이 터지며 흥국생명을 힘들게 만들었다. 중앙에서 양효진 공격이 시작되면 알면서도 막을 수 없다.

캣벨이 3세트에서도 백어택을 성공시키고 야스민의 공격을 1:1로 막으며 맹추격하기도 했지만, 양효진의 공격이 살아나고 김채연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허무하게 3세트를 현대건설에 25-18로 내주며 무너졌다. 흐름을 놓친 흥국생명은 4세트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김미연과 김해란이란 팀의 핵심이자 중심을 잡아줄 노련한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상대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4세트에서도 정윤주가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다양한 선수들이 주축 선수 공백을 채우려 노력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을 3-1로 꺾으며 개막 후 11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지난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운 팀을 상대로 만든 기록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제 현대건설은 GS칼텍스가 세운 여자배구 최다 연승인 14연승에 도전하게 되었다.

26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득점에 성공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효진의 중앙 공격이 원활하게 이어지면 상대는 힘겨워진다. 강성형 감독은 양효진의 중앙 공격보다 윙 스트라이크의 공격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했지만, 결국 양효진의 팀임을 매 경기 증명할 뿐이다.

야스민이 23득점을 올렸지만, 양효진의 16 득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3세트부터 공격이 터졌고, 공격 성공률 역시 63.64%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공격이 성공했다는 의미다. 황민경, 고예림, 이다현 등이 8 득점과 7 득점씩 하고, 정지윤과 황연주가 교체해 들어와 5 득점씩을 해줬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여기에 세터인 김다인이 서브 에이스로 3득점을 하며 고른 득점포를 만든 것이 승리 요인이었다. 또한 부상을 털고 나선 리베로 김연견의 호수비는 이번 경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어떤 공이든 다 잡는다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맹활약을 하며 상대 공격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과정이 바로 현대건설의 힘이었다.

흥국생명은 캣벨이 공격 성공률 40.00%를 기록하며 모처럼 28 득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 부상으로 4세트는 나오지 못한 김미연이 11득점(50.00%)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아쉽기만 했다.

26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경기. 세트스코어 3대11로 승리하며 11연승을 달성한 현대건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나마 흥국생명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신인 정윤주가 15득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공격 점유율 28.87%, 공격 성공률 34.15%를 기록하며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4세트 모두 뛰며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완벽하게 지켜줬다는 것은 흥국생명에는 희소식이었다.

정윤주는 박사랑, 서채원 등과 함께 대구여고 최전성기를 이끈 삼인방 중 하나다. 페퍼저축은행이 앞서 두 선수를 선택했지만, 같은 포지션에서 일신여상 박은서 선수를 선택하며 흥국생명이 대어를 낚을 수 있었다. 누구를 선택할지는 결국 감독과 구단의 결정이다.

페퍼저축은행이 장신 세터인 박사랑을 전체 1순위로 지명하고 2순위로 박은서를 선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실제 경기에서 정윤주처럼 맹활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윤주까지 품었다면 좋았겠지만 팀 구성 과정에서 선택지가 한정된 페퍼저축은행은 180cm가 넘는 미들 브로커인 서채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정윤주라는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을 얻었고, 실전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는 사실에 만족할 듯하다. 갑작스럽게 전력이 약화된 흥국생명으로서는 단비와 같은 선수이니 말이다. 김미연의 부상이 크지 않기를 바라며, 정윤주의 성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궁금해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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