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점수를 잘못 입력해 탈락자와 합격자가 뒤바뀐 KBS 2TV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은 무명 아이돌 가수 126명의 참가자 중 각각 9명을 선발해 여성 그룹, 남성 그룹으로 다시 데뷔시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문제가 된 방송은 2018년 2월 10일 최종편이다. 당시 담당 프리랜서 작가가 투표 대행업체로부터 받은 사전 온라인 점수를 잘못 입력한 사실이 지난 9월 25일 감사원의 KBS 정기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 결과로 남성 참가자 18명 중 15명, 여성 참가자 18명 중 13명의 온라인 점수가 실제와 달랐다. KBS는 “총파업 등으로 인해 프로듀서 10명 중 3명만 제작에 참여하는 등 업무 부담이 가중되던 상황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KBS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 로고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3일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 대한 제작진의 의견 진술을 진행했다. 이날 KBS 측 의견 진술자로 심미진 CP와 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한 박지영 PD가 참석했다. 박 PD는 “제작진도 이번 사안을 감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참담한 심정이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방송소위에서 정민영 위원은 ‘문제 방송이 KBS 파업 종료 후에 방영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박 PD는 “파업은 2018년 1월 말에 종료됐는데, 파업 기간 중에 방송이 나갔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사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당시 이 프로그램이 적폐 프로로 분류됐기 때문에 (파업이) 끝났지만 노조원 대부분은 프로그램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방송 종료 때까지 인력 지원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성옥 위원은 KBS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지금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KBS가)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극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에게 연락해 어떻게 보상할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사후에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파업 같은 위기가 생겼을 때 프로그램을 어떻게 제작할 것인지 등을 정리해서 매뉴얼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광복 방송소위원장은 “고의성은 없어 보이지만 결과에 대해 누구든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단순한 실수이지만 KBS가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파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상휘 위원은 “KBS가 이런 실수를 한 것이 개탄스럽다”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당성이 정립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KBS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복·윤성옥·정민영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 이상휘 위원은 법정제재 ‘경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황성욱 위원은 개인 사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방송소위는 '된장녀'라는 여성 혐오 표현이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빨강 구두>에 대해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이상휘 위원은 “방송이나 드라마에서 실질적인 비속어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극의 흐름상 특정 인물에 대한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조치로 이해된다. 드라마에서의 한 마디가 특정 성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했다고 보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민영 위원은 “‘된장녀’ 표현이 여성 혐오적 성격을 갖는 것은 동의하지만 ‘드라마에서 이 용어가 등장해서는 안 된다’고 (방통심의위가) 얘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의견진술’ 의견을 낸 윤성옥 위원은 “표현 내용이 단순히 모욕적인 표현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제재·폭력을 의미한다”며 “혐오 표현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혐오 표현이 혐오 범죄를 일으킨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위원은 “‘된장녀’ 단어는 대표적인 여성 혐오 표현 중 하나다. 따라서 방송에서 이런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심각하게 받아드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성옥 위원을 제외한 방송소위 위원 전원이 행정지도 ‘권고’ 의견으로 다수의견인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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