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에 아랑곳 않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마포구 오피스텔 데이트폭력 사망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모(31) 씨에 대한 2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검찰은 당시 범죄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 머니투데이, 서울신문, 이데일리, 부산일보 등은 검찰이 공개한 사건 현장 CCTV 영상을 묘사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20일 <데이트폭력 사망한 황예진, 병원 실려갈때...남친 소름돋는 행동> 기사에서 사건 묘사와 함께 사건 당일 피해자가 폭행당하는 CCTV 영상을 게재했다.

5일 JTBC 뉴스룸 유튜브 화면 갈무리 '마포구 오피스텔 데이트폭력 사망 사건' 피의자 이모 씨

이러한 보도는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3일 JTBC는 <남친 폭력에 쓰러진 예진 씨...미공개 CCTV 속 ‘그날’>에서 사건 당일 CCTV 영상의 일부를 공개하며 당시 현장 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은 ▲용의자, 피의자 피고인 및 피해자, 제보자 고소 고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는 원칙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 행위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5일 논평을 통해 “JTBC는 사건 당일 현장의 CCTV를 방송에 내보냈다”며 “해당 보도에서는 피해자의 피해 상황이 지나치게 자세히 보도되었고, 심지어 폭행 장면이나 혈흔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그러나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해자의 폭력성, 범죄 장면, 피해 현장만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CCTV 보도 외에 데이트 폭력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설령 CCTV가 유가족의 요청으로 공개되었다 해도 피해자의 인격권과 폭력적인 장면을 시청해야 하는 시청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22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해당 사건이 충분히 공론화됐는데도, (현장 묘사) 보도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보도를 본 수많은 여성·약자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당사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다른 비슷한 사건을 겪고 있거나 또 다른 위험에 처있는 약자들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데 언론이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서중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는 “사건의 진실을 알리는데 필요한 정보 제공을 넘어선 과도한 보도는 위험하다”며 “(사건이) 충분히 공론화된 상황에서 자극적인 내용을 전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상업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들이 (CCTV 영상보도에) 동의했더라도 망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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