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정환] MCU 영화 가운데 역대급으로 낮은 별점을 기록 중인 ‘이터널스’.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비평 전문 사이트에서도 평론가 지수가 호의적이지 않다.

이는 마블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가 애초 기획단계부터 출발점이 잘못된 데 따른 결과다. 예술영화 제작에 재능을 발휘해온 클로이 자오에게 MCU의 히어로물을 맡긴 결과는 한국 관객에게 찬사보다 실망을 안겼다.

영화 <이터널스>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터널스’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지나친 왜색으로 제임스 본드의 퇴장을 얼룩지게 만든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이어 한 달 간격으로 한국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 영화로 ‘이터널스’가 등극했다.

‘이터널스’에서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사건을 두고 파스토스가 자책한다는 설정은, 마블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가 제 2차 세계대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보여준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이터널스’ 두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메가폰을 잡은 감독은 일본계 미국인 캐리 후쿠나가. 캐리 후쿠나가는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지나친 왜색 묘사뿐만 아니라, 후반부 쿠릴 열도에 영국이 개입함에 있어 실효 지배국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일본에게도 통지한다는 문제적 설정으로 논란을 초래한 장본인이다.

‘이터널스’ 각본에 참여한 작가는 매튜 K. 퍼포. 미들네임에 K. ‘카즈오’가 들어간 일본계 미국인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동아시아와 미국을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게 만든 전쟁 가해국이다. 매튜 K. 퍼포는 대본 집필을 통해, 일본이 전쟁 가해국이 아닌 원폭의 피해자로 보일 법한 장면이 파스토스를 통해 묘사되도록 만들었다.

영화 <이터널스> 스틸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대해 파스토스가 후회했다는 설정은 마블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의 역사적 인식에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마블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을 히로시마 원폭 피해국으로 가장하는 문제적 대본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PC, 정치적 올바름엔 민감하게 대응하는 반면, 역사 인식에 문제시될 만한 묘사엔 둔감한 결과다.

일본계 미국인 감독과 작가가 ‘007 노 타임 투 다이’와 ‘이터널스’ 두 오락영화에서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호도(糊塗)하고 있는가를 한국 관객이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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