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피자 회사 대표를 만나 식사하는데 '놀면 뭐하니'에 광고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하더라. 방송광고 규제 때문이다" 한국방송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성제 MBC 사장은 12일 한국광고학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방송광고제도 혁신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고열량 식품은 오후 5~7시 사이에 광고를 못 하게 돼 있다고 하는데 요즘 어떤 청소년이 그 시간에 TV 광고를 보냐"면서 "낡은 규제라고 아무리 말해도 식약처 공무원들은 꼼짝도 안 한다. 이런 규제를 하나씩 푸는 게 방송협회장이 해야 할 일이지만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12일 한국광고학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방송광고제도 혁신방안 특별 세미나‘ (사진제공=한국방송협회)

박 사장은 “방송광고는 콘텐츠 제작의 기본이 되는 핵심 재원이지만 우리나라 방송광고제도는 정량·형식·판매 규제 등 여러 면에서 비대칭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지상파 독점시대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규제가 대폭 완화돼 지상파가 글로벌 OTT 공세를 이겨내 K 콘텐츠를 한류 중심으로 우뚝 세울 수 있게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10년도에 식약청과 보건복지부에서 고열량 식품 규제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한 바 있지만 당시 '광고 시장이 무너지고 미디어 산업이 큰일난다'며 결사 반대 의견을 냈었다"며 "그런데 3년 뒤 법안이 만들어지고 지금은 오후 5~7시를 넘어 프로그램별로 규제한다더라.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햄버거·피자 광고, 어린이 프로그램 시간대 제한)

방송광고 시장의 연평균 증가율 –4.2%

이희복 상지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방송 광고 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로 낡은 광고 규제를 꼽았다. 최근 제일기획에서 조사한 '2020년 대한민국 총광고비'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TV광고비는 2019년 대비 2020년 7.7% 감소한 1조 1,369억 원이었다. 방송광고 시장 전체로는 전년 대비 8.5% 감소했으며 점유율은 28.9%였다.

반면 디지털 광고는 코로나19 상황 속에 선방했다. 전년 대비 13% 성장했으며 점유율은 47.6%였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최근 5년(2016~2020) 모바일 광고의 연평균 증가율은 29.2%로 가장 빠르게 증가한 반면 방송광고 시장의 연평균 증가율은 –4.2%다.

(출처: 2021년 제일기획이 발표한 '2020 대한민국 총광고비')

이 교수는 “광고로 드라마 제작비를 충당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지나친 방송광고 규제 때문에 지상파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광고 규제로 ▲광고를 7개 유형으로 정해서 이 외에 광고는 불허하는 ‘형식규제’ ▲광고총량제·화면 크기 1/4 제한 등을 규정하는 ‘양적규제’ ▲방송광고 금지품목 및 방송광고 심의로 규정하는 ‘내용규제’ ▲지상파·종편 방송사의 직접 광고영업을 금지하는 ‘거래규제’ 등이 있다.

이 교수는 방송광고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복잡하고 세분화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네거티브 규제 원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람직한 네거티브 규제로 '방송광고를 프로그램 안 광고(in AD)와 프로그램 밖 광고(out AD)로 구분, 전체 총량만 제한하고 형식과 내용은 사업자의 재량권으로 맡기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시훈 계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방송광고 저성장의 원인으로 차별 규제를 꼽았다. 특히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43조에서 정하고 있는 방송광고 금지 품목, 시간제한, 방송광고 출연 제한 등 과도한 규제가 광고산업을 침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누더기식 중복 규제가 이뤄지는 현행 법률(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을 통합적으로 정비한 광고규제법을 신설해야하며 업종별 광고법을 통하고 매체별 광고조항에서 품목 규제는 모두 삭제해야한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규제로 방송광고 시장 활성화시켜야"

토론자들은 지금의 방송광고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석철 SBS 전문위원은 “어드레서블TV 광고가 회자되니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일 먼저 고민하는 게 ‘어떤 분류체계에 넣고 규제할까’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며 “우선 산업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니터링을 한 뒤 문제가 발생하면 최소한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방송광고 시장에서 관련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제거하는 방식인 네거티브 방식으로 가야지, 신유형 광고를 도입할 때마다 기존 형식 규제 체제로 나누기엔 너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전종우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상파 광고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규제 때문으로 지금처럼 규제 자체가 큰 의미를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완화해줘야 한다”며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광석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방송광고 규제가 7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만큼 불필요한 규제가 너무 많다”며 “방송광고 일총량제를 도입해 하루 동안 편성가능 광고 시간만 정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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