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는 흥국생명 캣벨이지만 불안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1라운드 초반 몰아붙였던 파괴력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경기에서도 범실이 늘어나고 득점력이 떨어졌던 캣벨로 인해 흥국생명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양 팀은 1라운드 대결에서도 치열했다. 첫 세트에서 30점을 넘기는 긴 승부를 하더니, 이번 경기도 첫 세트에서 치열한 공방을 치렀다. 캣벨과 켈시라는 두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박정아가 보다 올라와야, 하는데 더디게 컨디션을 회복하다 보니 그 과정이 답답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국가대표 출전으로 소속팀 선수들과 호흡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점에서 그나마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박정아가 보다 안정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게 다가왔다.

1세트는 치열했다. 긴 랠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를 잡은 것은 도로공사였다. 박정아, 정대영, 켈시, 배유나가 연이어 오픈, 블로킹, 백어택, 서브 에이스를 올리며 도로공사의 장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압도했다. 이 선수들이 제대로 활약만 한다면 시즌 전 모든 이들이 우승 후보라고 언급했던 도로공사가 된다.

흥국생명 역시 만만치 않다. 최약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 조금씩 성장해가며 날카로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가 치고 나가면, 흥국생명이 추격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22-22 동점 상황까지 이어졌다.

한국도로공사 박정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1라운드의 긴 듀스가 재현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라운드와 달랐던 것은 캣벨은 제 역할을 못했고, 중요한 순간 서브 범실까지 나왔지만,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단독 블로킹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1세트를 잡았다는 것이다.

2세트는 도로공사가 보다 손쉽게 흥국생명을 제압했다. 10점대를 넘긴 후 그동안 잘 터지지 않던 문정원의 서브가 흥국생명 리시브를 흔들었고, 이는 당연하게 도로공사에게 공격 기회를 주며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도로공사가 이고은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점점 맞아가며 공격 범실률도 현격히 낮아지며 효과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흥국생명은 캣벨이 침묵하며 공격 성공은 낮아졌다. 이주아가 중앙에서 다양한 공격을 보이기도 하고, 가장 꾸준한 김미연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흥국생명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캣벨이 꾸준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른 팀에 비해 어린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노련함 부족이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미연은 흥국생명에게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켈시와 박정아의 공격이 정확도가 높아지며 도로공사는 2세트를 25-17로 제압했다. 3세트는 상황이 달라졌다. 풀리지 않던 캣벨이 공격력이 살아나며 전체적으로 흥국생명의 경기력도 좋아졌다. 1, 2세트 총 6 득점에 불과하며 공격 성공률 역시 18.52%였던 캣벨이 3세트에서만 9 득점을 했다.

흥국생명 캣벨 (연합뉴스 자료사진)

캣벨이 빛났던 부분은 17-17 상황에서 연속 공격으로 승기를 잡은 장면이다. 블로킹까지 성공시키며 이전 세트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도로공사의 공세를 막아냈다. 캣벨의 활약으로 25-21로 승리한 흥국생명은 4세트에서는 다시 공격이 막히며 도로공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4세트에서는 다시 박정아가 살아나며 상대를 공략했다. 다양한 공격라인이 존재하고 파괴력이 있다는 점에서 흥국생명이 막아내기는 어려웠다. 그에 비해 도로공사는 캣벨과 김미연만 주로 막아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기는 쉬워진다.

팀 전체 기록을 보면 큰 차이는 없다. 블로킹은 12-9, 서브득점은 4-6, 범실은 24-28 등 전반적으로 서브득점을 제외하고 도로공사가 좋았지만 압도적인 느낌은 없다. 리시브 효율은 흥국생명이 더 높다는 점도 경기 결과와 비교해 보면 이상하게 다가올 정도다.

켈시 27점, 박정아 17점, 배유나 11점, 정대영 9점 등 4명의 주전 선수들이 고른 공격력을 선보였다. 이 지점이 중요한 것은 상대가 수비 과정에서 목표로 삼을 수 있는 선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정도 높은 점수를 다양한 선수가 해내면 상대가 이길 수 없다.

박정아의 공격 성공률이 40.48%까지 올라간 것이 고무적이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4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해준다면 도로공사의 공격력은 무서워질 수밖에 없다. 2년 차인 켈시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워낙 높은 타점에서 공격을 하는 켈시가 1라운드에서 아쉬운 범실을 자주 보이기는 했지만, 보다 안정적인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켈시와 박정아 조합 역시 강력하다.

흥국생명은 캣벨이 22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27.63%의 공격 성공률에 불과했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분명 캣벨의 공격력은 좋다. 27%대의 성공률에도 20점대 점수를 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률을 높이면 당연히 흥국생명의 승리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뻐하는 도로공사 선수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흥국생명에는 보배가 된 김미연은 매 경기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이번도 11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공격 성공률이 캣벨처럼 20%대로 낮았다. 캣벨이 막히며 김미연이 집중 마크되는 경우들이 생기니 공격이 막히는 상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주아 역시 김미연처럼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미들 브로커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중요하니 말이다.

이번 경기에서 흥미롭고 중요하게 다가온 인물은 시즌 처음 출전한 박현주였다. 적은 기회였지만 40%대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답답한 흥국생명이 활기를 띨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박현주의 출전 기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브가 안정적이었고,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공격력도 나쁘지 않았다.

리시브 역시 큰 실수없었다는 점에서 박현주가 벤치를 지킬 이유는 없어 보인다. 더욱 1주일에 2경기를 치러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박현주의 모습이 반갑게 다가왔을 듯하다.

캣벨은 분명 강력하지만 불안정한 공격력은 문제로 다가온다. 캣벨이 살아야 흥국생명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치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커진다.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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