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2일 여의도 TY홀딩스에서는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의 합병계약을 승인하는 주주총회가 열렸다. 같은 시각 주총장 밖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SBS 구성원은 "SBS를 대주주 직접 지배 체제로 바꾸고, 공정방송 약속까지 되돌리는 대주주와 사측을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날은 SBS 창사 31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SBS미디어홀딩스는 청산된다. 이에 따라 TY홀딩스가 SBS를 포함한 SBS미디어홀딩스의 자회사를 직접 지배하게 된다.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있는 SBS는 기존 단협 해지로 경영진 임명동의제가 폐지된 상태로 주총 이후 경영진 인사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금 SBS에서는 창사 31주년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며 “SBS를 만든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피땀 흘리며 일한 구성원들이다. 그런데 사측은 방송노동자들의 핵심 근로조건인 공정방송을 훼손하고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기에 기념식에 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TY홀딩스 건물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SBS본부가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정 본부장은 “지금 저 뒤에서 대주주의 SBS 영향력을 높이는 간접지배체제에서 직접지배체제로 바뀌는 임시주총이 열리고 있다”며 “2008년 SBS미디어홀딩스를 세울 때 간접지배 형식을 통해 방송독립을 보장하겠다고 했는데 자신들이 했던 일을 되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민 회장은 지금이라도 구성원 요구에 답해야 한다”면서 “SBS가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도록 물러서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기자협회장은 “동료와 선후배들이 빠짐없이 올려준 성명서를 읽어봤는데 요약하자면 임명동의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며 “저 역시 공정방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지를 갖고 이 자리에 섰고, 구성원들도 다른 방식으로 함께하고 있다. 지치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정상보 SBS 영상기자협회 부회장은 “SBS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던 적이 있다. 저희가 임명동의제를 만든 이유”라며 “SBS 노동자들이 신뢰하는 언론사로 자리매김해놨는데 임명동의제를 단협에서 없애겠다고 하는 건 공정방송을 안 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2017년 10월 13일 임명동의제를 세운 당사자로서 마음이 남다르다. 당시 이 건물 12층 회장 접견실에서 윤석민 부회장, 박정훈 대표이사, SBS본부장, 수석부본부장이 4자 회동을 가졌고, 두 시간 가까운 마라톤 협의 가운데 몇 차례나 협상장을 나오려는 제 팔목을 사측이 ‘제발 합의하자’고 붙잡았었다”며 “선의가 보복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저는 이 사태를 30여 년간 쌓아둔 노동조합과 언론노조에 대한 윤석민 회장 일가의 사적 보복이라 생각한다”며 “임명동의제를 뒤흔드는 목적에는 윤석민 회장의 의지뿐 아니라 노사관계 파탄을 적극적으로 부추기는, 임기 연장 등 사적 이익을 꾀하는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SBS 무단협 사태를 지켜봐 온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목소리를 보탰다. 김두식 언론노조 미디어발전협의회 의장은 “2017년 SBS가 임명동의제와 사내이사 추천제에 합의했을 때 정말 부러웠다. 4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을 파기하고 있는 현실이 암담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SBS 조건부 재허가 승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무단협 사태를 만들어놓냐”고 했다.

장형우 서울신문지부장은 “호반건설도 서울신문을 인수하기 위해 미디어홀딩스를 만들었었다. 어디서 봤다 했더니 과거 SBS 미디어홀딩스와 같은 방법”이라며 “무단협은 무법천지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언론노조가 똘똘 뭉쳐 싸워나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임금과 노동시간, 복지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자주적 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단체협약까지 없애버리는 악덕 기업의 후진적인 행태가 언론사 SBS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협약 14장은 대표이사와 보도, 편성, 시사교양 등 공정방송 부문 최고책임자 임명 시 종사자 최소한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임명동의제’를 규정하고 있다. 사장 잉몀동의제는 2017년 보수 정권 시절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 논란이 불거지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로 도입됐다.

SBS본부는 “오늘 TY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나면 대주주는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 무단협 상황을 이용해 구성원 최소한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대주주의 이익에 충실하게 복무할 이들로 SBS 책임자를 채울 것”이라며 “즉각 단체협약을 복원하고 임명동의제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노사간 3차례 본교섭에서 노조의 양보안이 나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SBS 무단협 상태가 41일째 지속되고 있다. 노조는 8일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측은 이에 12월 1일부로 노조 활동 보장 조항의 적용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