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위 현장에 한국 기자가 없다. 어떻게 봐야 할까. 고민하게 만든 두 가지 '계기'가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무력진압에 나선지 이틀째인 지난 27일. 현장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일본 'APF 뉴스' 소속 사진기자 1명을 포함해 모두 9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오늘자(28일) 많은 신문들이 시위현장에서 쓰러진 일본인 사진기자의 '모습'을 1면에 실었다. '로이터-연합뉴스'의 크레딧을 달고서.

'현장'에 기자가 없는 한국 언론의 현실

▲ 조선일보 9월28일자 1면
'쓰러진' 일본 기자의 '모습'은 한국 언론의 상황과 대비되면서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미얀마 반정부 시위가 군사정부의 무력진압으로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한국 취재기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심이 없어서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미얀마 사태에 대한 한국 언론의 관심은 매우 높다. 오늘자(28일) 미얀마 사태를 전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면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언론사만 여러 곳이다. 공통적인 것은 미얀마 현지에서 기사를 송고한 언론사가 단 한군데도 없다는 점이다. 조선 중앙일보 등 '극히' 일부 신문은 그나마 홍콩 특파원발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을 뿐이다.

▲ 경향신문 9월28일자 2면.
오늘자(28일) 경향신문 2면에 실린 정범래씨의 '사연'도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얀마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며 7년째 거주해 온 정씨는 최근 미얀마를 '‘비상 탈출'했는데, 이유는 미얀마 정부가 자신에 대해 체포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죄명은 현정부 비방과 계엄령 위반. 지난 17일부터 시위에 참가해 전 과정을 촬영하고 그가 운영하는 한국의 카페 사이트에 소식을 전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한국 언론이 하지 못한 일을 '개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것도 정부의 '취재제한 조처' 때문이라고 할 것인가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내 취재진은 정부를 향해 "우리 기자들이 아프간 현지에 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 막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취재요청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씁쓸하다. 당시 현지 취재가 불가능했던 이유가 단지 정부의 '불허' 때문이었을까.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정범래씨가 자신의 홈페이지 적은 글 가운데 일부다.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과 87년 6월항쟁의 '경험'을 가지고도 미얀마 현지에 취재 기자 한 명 '보내지 못하는' 한국 언론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이런 의문이 든다. 80년 5월과 87년 6월, 그때 한국 언론은 과연 무엇을 했고 어떤 모습을 보였던가. 그때의 모습과 미얀마 현지에 취재 기자 한명 '보내지 않는' 지금의 한국 언론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저널리즘의 수준과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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