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었다. 여의도 언저리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의 결과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예상치 못했던 대목도 있다. 언론은 ‘당심이 민심을 이겼다’고 평했는데, 예상헀던 것보다 당심과 민심의 차이가 더 컸던 것이다.

여의도 호사가들의 전망은 홍준표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가면 승부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접어든다는 거였다. 그러나 막판에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이 복구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때 이미 승부의 결말은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호사가들의 홍준표 승리 시나리오는 일부 실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의원이 11%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전 총장은 여유있게 1위를 차지했다. 예상보다도 더 큰 당심의 쏠림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홍준표 의원을 지지한 이들에게는 공개적 반발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여당 경선에서 무효표 처리와 결선투표가 분열의 구실이 된 것과 유사하다. 인터넷 공간에서 지지 철회나 탈당 의사를 내비치는 젊은 당원들의 논리는 이렇다. 윤석열 전 총장은 흠이 많은 후보인데도 당내 기득권은 본선 경쟁력 있는 홍준표 의원을 외면하고 굳이 윤석열 전 총장을 선택했는데, 그것은 국민의힘이 변화를 거부한 것이다. 심지어 윤석열 전 총장은 홍준표 의원을 향한 젊은 세대의 지지를 ‘역선택’, ‘위장당원’이란 말로 폄훼했는데 이것이야말로 청년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철벽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솔직히, 홍준표 의원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선 이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홍준표 바람의 동력은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실망 및 반감과 ’언더독’일 때 빛나는 캐릭터에 힘입은 것이다. ‘언더독’ 위에 있는 윤석열 변수가 없어졌을 때도 홍준표 의원의 지지세가 유지됐을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본다. 그러나 적어도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평가에서 보수정치의 젊은 지지자들은 핵심을 짚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내 정치적 좌표에서 점하는 위치가 지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거다.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던 때만 해도 보수정치의 지지자들에게 윤석열 전 총장은 정권교체의 적임자로서 국민의힘이 스스로 환골탈태를 해 ‘모셔와야 할’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실속 없었던 정치입문 선언과 혼란스러웠던 조기 입당 이후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보다 더 국민의힘 같은 인물로 인식되었다. 입당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와 불필요하게 대립하는가 하면 주 120시간 노동 및 부정식품 발언, 주술 논란과 전두환 씨 발언 등 구식의 퇴행적 정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는 사고를 연이어 친 덕분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캠프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회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준석 대표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선대위 체제에서 이준석 대표의 상징성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무리한 주장에 대해선 선을 긋는 역할을 해야 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필요하다. 젊은 보수정치 지지자들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구시대를 상징하는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인물로 비춰지는 데다 홍준표 의원과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득권 의식이 강한 다선 의원 중심의 캠프 체제를 깨고 정책적 중도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이 본선행을 확정지은 후 언론 인터뷰에 응해 내놓은 구상을 보면 경선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무엇을 어디까지 신뢰할 것인지가 문제다. 만일 유권자들이 경선에서 드러난 윤석열 전 총장의 모습을 ‘선거 전술’로 받아들이고 중도화된 모습을 ‘진짜’로 본다면 의도대로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효과는 반감되고 선거 조직도 분열할 것이다.

지금까지라면 전자보다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언론 인터뷰 내용을 봐도 감옥에 있는 전직 대통령들에게 지나치게 온정적이고 캠프에 참여해 있는 다선 의원들을 정리하려는 각오까진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러나 경선 때는 우클릭 했지만 본선에서는 중도화 한다는 간단한 산수 수준의 전략으로는 안 된다. 비록 경선에선 못난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자기 자신과 보수정치의 혁신을 스스로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여당의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효과나 정치적 의도를 떠나 전국민재난지원금 이슈는 식상하다. 이 정권이 하던 일을 계속 하는 느낌이다. 운동장을 넓게 쓰는 유능한 실용주의자라더니, 지금 정권과 그다지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좌우가 어디 있겠느냐며 스스로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좌측의 카드만 만지작 거린다는 인상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덮기 위해 설익은 정책 이슈를 마구 던지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의도가 뭐든 ‘유능한 실용주의자’란 컨셉이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외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종합하면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 모두가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는 거다. 의미 있는 변화는 현재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가능해진다. 문재인 정권은 뭘 잘했고 무엇에 부족했나? 또 지난 정권의 실패는 어디서 왔으며, 보수정치가 여태 고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면 이런 질문을 피해가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까지 두 후보는 변화를 절실히 원한다기보다는 그저 요행을 바라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하여간 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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