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부·공공기관 광고내역 정보공개 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정부·공공기관의 광고 내역은 ‘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소송 원고인 강성국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앞으로 정부 기관이 정부광고 내역을 비공개하는 관행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은 4일 정보공개센터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신문노조협의회가 언론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언론재단은 소송 과정에서 “언론사의 경영상 비밀을 침해할 수 있고, 정보가 방대해 공개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미디어스)

강성국 활동가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언론재단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홍보예산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그런 관행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광고 내역이 공개되면 홍보예산이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성국 활동가는 “승소로 인해 언론재단이 원고 측 변호사비를 부담할 것”이라면서 “언론재단이 항소의 권리는 있지만, 항소하면 변호사비만 늘어나게 된다. 그 변호사비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된다”고 지적했다. 강 활동가는 “언론재단에 무리하게 자료를 요구할 생각은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정보공개 플랫폼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행정법원 판결과 관련해 배경록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 “문체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언론재단이 자체적으로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황성운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기본적으로 정보공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 “판결문을 받아본 후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 언론재단 등 관련 기관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국장은 항소 여부에 대해 “법원 결정이 납득할 만한 내용이면 항소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표완수 언론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 등 권한이 있는 곳에서 정부광고 자료를 요청하면 주지만, 불특정 다수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자료가 공개되면 정부 기관이 곤욕을 치르게 된다. 행정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리면 전문가와 협의해 공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보공개센터와 지역신문노조협의회는 지난해 6월 언론재단에 4년 치 정부광고 집행 내역 공개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언론에 정부광고를 집행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언론재단은 정부·공공기관별 광고비 총액만 공개했다. 이에 정보공개센터와 언론노조는 같은 해 10월 ‘정보공개 일부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법원·법제처·행정심판위원회 "정부광고 내역 영업비밀 아니다"

정부·공공기관이 집행하는 정부광고는 지난해 기준 1조 893억 원이다. 전체 광고시장의 9.1% 수준이다. 이준영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지난달 13일 <공정·투명한 정부광고, 길은 있나?> 토론회에서 "정부광고 내역을 공개하고 점검하는 절차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감시받지 않으니, 제멋대로 쓸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과 비판에 열려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정부광고 조례를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17곳 밖에 없다”며 “조례가 없는 지자체는 정부광고를 통해 ‘선의’를 베풀 수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에 의해 정부광고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법원·법제처·행정심판위원회는 “정부광고 내역은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2010년 경기도에 광고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수원지법은 “특정 언론사에 지출된 광고비 내역은 기밀성을 띤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계좌번호, 사업자정보 등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공개된다고 해서 언론사 영업상 지위가 위협받거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행정심판위원회는 2010년 서울시에 언론사 광고비 내역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위원회는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광고비 내역이 공개되더라도 언론사 경영·영업상 비밀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2006년 “이미 집행한 정부광고의 매체사별 계약단가는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법제처는 “신문사 등 언론사는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올바른 여론형성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며 “순수한 영리기업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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