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간사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5일 이후 차별금지법을 논의하는데 물밑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사회적으로 반향이 큰 과제들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민의힘 정책위에 여야 공동 토론회 개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 입법을 권고한 지 무려 14년 동안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차별금지법은 얼마 전 입법 청원에서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법안 심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며 "여야 정책위가 주체가 되어 정기국회 내에 충분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한 공론화 작업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등법을 발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민주당 간사 박주민 의원(제1정조위원장)은 "차별금지법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미 여러 차례 법사위에서 논의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논의하지 못했다"며 "분명 11월 중에는 공청회 등을 시작으로 차별금지법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으니 당장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국민의힘 협조를 요청했다. 박주민 의원은 "여러 방법을 강구하겠지만, 가장 최선의 방법은 여야가 힘과 뜻을 모아 같이 논의하는 것"이라며 거듭 국민의힘 논의 참여를 촉구했다.

지난달 28일 한국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비공개 참모진 회의에서 "차별금지법을 검토할 단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차별금지법 입법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14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안에 10만명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로 자동회부된다. 소관 상임위는 90일 이내로 청원을 심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법사위는 지난 9월 11일 청원심사를 연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회부 청원은 150일 이내에 심사를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는 10일이 청원 회부일 150일째가 되는 날이다.

3일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을 발의한 민주당 권인숙·박주민·이상민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기국회 내 논의를 촉구했다. 또 이들은 여야 대선후보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상민 의원은 "법사위가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전원위원회로 회부해서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법사위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서서 특정 법안에 대한 논의를 무조건 묵살하는 것은 완전한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오른쪽부터), 이상민, 박주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거대양당 대선 후보들의 입장은 모호하거나 부정적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기업의 '선택의 자유'가 제한돼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밝혔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은 최근 "뭐하러 동성애 합법화하려고 하냐"고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사회적으로 논쟁이 심한 부분에 대해 조정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는 국민의힘의 미온적 태도가 지속될 경우 180석 거대여당인 민주당이 책임있게 입법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이 당론인지는 확실치 않다. 박 의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적정한 시기에 국회에서 논의하겠다. 대선도 앞두고 있고, 너무 오래된 논쟁이기 때문에 법으로 완성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 정책위의장인 장혜영 의원은 박 의장의 '여야 공동 토론회' 제안에 국민의힘만 야당으로 호명된 것은 비교섭단체에 대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의원은 모든 정당 정책위가 참여하는 차별금지법 토론회 공동 개최를 역으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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