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자들의 미디어 정책 '부재'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최상재)가 주요 정당 후보를 대상으로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미디어 현안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 후보의 83%와 민주당 후보의 63%가 응답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과 수도권, 부산 경남 지역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 152명 가운데 설문에 응한 사람은 25명에 불과했고 민주당 역시 같은 지역구의 129명 후보자 가운데 47명만 답변을 보내왔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한나라당 후보의 무응답 비율은 서울 95%, 부산 72%, 울산 100%, 경남지역 35%, 인천 58%, 경기 96%에 달했다. 민주당의 경우 한나라당보다 낫긴 했지만 서울 73%, 부산 45%, 인천 45%, 경기 74%가 응답하지 않아 미디어 정책의 부재를 드러냈다. 반면 울산과 경남지역 민주당 후보자들은 100% 설문에 응해 대조를 이뤘다.

▲ 한겨레 4월 7일자
언론노조는 이번 설문에서 한미 FTA 국회 비준, 현행 정보공개법 개정, 지역신문발전법 기한 연장 및 일반법 전환, 지역방송 지원법 제정,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최시중씨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적합성, 공영방송 민영화 등 7개 항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언론인 출신 후보자들조차 무소신·정책부재"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서울과 수도권,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주요 후보자들이 설문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점을 규탄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고 하지만 후보자들마저 제대로 된 미디어 정책관을 갖추고 있지 못함을 그대로 드러냈다"며 "특히 한나라당 후보 10명 중 8명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이번 설문요청을 무시한 것은 내부적으로 정책 검증 회피를 당론으로 정한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이어 "언론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후보자들조차 미디어 정책에 대해 무소신과 정책 부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언론 재직 경력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써먹을 줄만 알았지 언론자유와 방송 독립 그리고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소신과 식견이 천박함을 증명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노웅래(민주당 마포 갑), 박영선(민주당 구로 을), 정동영(민주당 동작 을), 안형환(한나라당 금천), 전여옥(한나라당 영등포 갑), 진성호(한나라당 중랑 을), 유정현(한나라당 중랑 갑), 신은경(자유선진당 중구)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후보 등 한때 언론사에 몸담았거나 국회 문광위에 소속됐던 후보들조차 답변을 거부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후보 제외한 응답자들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잘못"

▲ 최시중 방통위원장
한편 이번 설문에 적극적으로 응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자들은 신문방송 교차 소유 허용과 공영방송의 민영화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설문에 응한 후보자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언론노조는 "설문에 응한 거의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지역 언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지역신문과 지역 방송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가 연장되거나 마련돼야 한다는 데에 찬성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었다"며 "앞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을 상대로 미디어 정책관을 검증해 올바른 미디어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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