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잠수함 충돌’ 가능성을 제기하자 여러 차례 검증을 통해 결론이 나온 사안에 대해 다시 의문을 제기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세월호 침몰원인이 공식 규명되지 않았지만,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조타장치의 일부인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사실을 발견하면서 ‘조타장치’ 고장으로 인해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사참위가 지난 1일 공개한 ‘세월호 사고원인 관련 연구 용역 결과’ 보고서는 외부 충격 때문에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11월 1일 KBS '뉴스9' <[세월호]① 50도 꺾인 스태빌라이저…“운항 중 충격 가능성”> (사진=KBS)

사참위의 ‘잠수함 충돌’ 가능성 보고서 검증

KBS ‘뉴스9’는 1일 사참위가 공개한 보고서를 토대로 외부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고 당시 최대 25도까지 돌아가는 세월호의 좌편 핀안정기(스태빌라이저)가 50.9도로 돌아갔다. 사참위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해저면과 충돌했을 가능성과 침몰 전 변형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참위가 시험용으로 제작한 핀안정기와 세월호 오른쪽 핀안정기를 떼 실험한 결과, 핀안정기가 과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약 160톤의 힘이 필요하지만 해저면에 부딪힐 경우 힘의 크기가 최대 70톤을 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는 “결국 남은 건 침몰 전 운항 중 무언가와 부딪혀 변형이 일어났을 가능성”이라며 “사참위는 이 연구결과를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KBS는 사참위가 또 다른 근거로 내세운 세월호에 실려있던 자동차 블랙박스 주파수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취재진이 소리분석업체인 ‘싸이언’에 의뢰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기존의 주파수 대역 음압이 4배 이상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구간이 발견됐다. KBS는 “걸리거나 부딪혔을 가능성인데, 스태빌라이저가 무언가와 충돌했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보도했다.

KBS 기자는 “외부에서 뭔가 충격을 받았다는 결론을 사참위가 유력하게 보고 있는 정도”라며 “조선학회 전문가 3명의 의견을 구한 결과, 연구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연구결과가 바로 외력설로 결론 내리기엔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침몰 지점에 자연 지형물이 없어 부딪힐 게 잠수함밖에 없다”는 일부 사참위 관계자들의 발언을 전한 뒤, “앞서 선조위 때도 잠수함 충돌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조사했지만 해군을 상대로 잠수함 운항 일지를 확인했는데 이상한 점이 없었다. 다른 나라 잠수함이 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군사 기밀 영역이어서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KBS 보도 직후, 홍사훈 기자는 SNS에 취재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6월 사참위 자체 조사 결과 세월호 침몰 원인을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는데, 사참위로부터 언론이 이를 교차 검증해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KBS ‘시사기획 창’ 팀이 4개월 간 공동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홍 기자는 “KBS가 밝힌 부분은 음압이 4배 올라간 사실로, 주파수 분석을 통해 뭔지 알 수 없는 이유로 당시 음압이 4배 올라갔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며 “세월호가 침몰한 4월은 한미 독수리 훈련 기간으로 한국과 미국 잠수함뿐 아니라 일본, 중국, 북한 주변국들 잠수함이 바글바글했을 것이란 추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개인적으로 잠수함이 맞다고 확신한다”며 “천정에 매달린 쇠사슬이 끼익 소리가 난 뒤 5초 만에 40도 기울어지는 그 장면이 제 확신을 뒷받침한다”고 썼다.

11월 1일 KBS '뉴스9'의 <[세월호]② ‘끼익’ 소리 뒤 4배 커진 음압…“뭔가 힘이 걸렸다”> 보도 화면 (사진=KBS)

"사참위 의혹 제기에 KBS 동조"

하지만 KBS 보도 이후 ‘무리한 결론’이라는 반박이 제기됐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잠수함과 부딪혔다면 세월호 선체에 부딪힌 흔적이 왜 전혀 없을까. 그 정도 충격이라면 최소한 긁힌 자국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무리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댓글을 홍 기자 SNS에 달았다.

세월호 유족 내에서도 KBS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훈 전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위원장은 2일 “KBS가 선을 넘었다.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 태도는 참사 직후와 지금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파울 괴벨스의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할 때는 사람들이 이미 선동되어 있다’는 문장을 공유하며 “무엇이 다르냐”고 따져물었다.

7년 동안 세월호 관련 보도를 해온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는 2일 자신의 SNS에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선체조사위원회 내인설 보고서와 열린안 보고서를 제대로 읽어만 봤다면 ‘좌타장치 고장’과 ‘잠수함 충돌’을 동등한 위상으로 논의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과거 취재기록물을 바탕으로 KBS 보도를 반박했다.

스태빌라이저의 과회전은 2018년 선체조사위에서 수행한 조사 결과, 외부 충돌과는 무관하다는 것으로 정리됐으며 당시 세월호 모형 항주시험을 주관했던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보고서에도 “외력 가설은 비합리적인 시나리오”로 기재됐다는 것이다.

과거 선조위 조사팀은 선체 횡경사가 45도를 넘어서면서 자이로컴퍼스가 오작동을 일으킨 것일뿐 초당 15도의 급격한 선회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조사팀은 세월호가 침몰하며 선체 좌측면부터 바닥에 닿는 과정에서 돌출된 스태빌라이즈에 일정한 힘이 가해져 50.9도까지 돌아가는 과도한 회전이 발생했다고 봤다. 스태빌라이저 손상은 침몰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김성수 기자가 2018년 보도한 <마린 3차 보고서 단독 입수...“세월호 외력설은 비현실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마린은 세월호 외력 침몰 가설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이며 사고 당시 세월호의 거동은 외력을 전제하지 않고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기자는 사참위의 의혹제기에 KBS가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참위는 이미 DVR 바꿔치기, DVR 파일조작, 경빈군 헬기 이송 지역 의혹 등에 대해 MBC라는 거대 언론에 자료를 제공하는 등 언론플레이를 펼쳤지만 검찰과 특검 수사 결과 모두 음모론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MBC 세월호 단독보도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

이어 “KBS의 보도와 근간이 된 사참위의 용역보고서들은 5일 대한조선학회 학술대회에서 정식 발표되며, 현장 취재 후 사참위의 조사 내용과 KBS 보도의 허무맹랑함을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보도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조각조각 연구조사 결과가 나오고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초기에 해양학계가 공범처럼 취급받는 상황에서 검증을 주저했기 때문”이라며 “사참위의 종합보고서가 나오게 되면 학계가 전반적으로 어떻게 봐야하는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사참위는 KBS 보도에 대해 “위원회는 침몰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중이며 잠수함 충돌설은 위원회 공식입장이 아님을 밝힌다”며 “세월호 침몰원인과 관련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험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참위는 5일 대한조선학회, 12일 유공압건설기계학회, 25~26일 해양안전학회 등의 심포지엄을 통해 조사 결과를 검증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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