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대선 불출마’ 약속을 7개월 만에 뒤집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시대교체 명분에 걸맞은 적임자인지 의문”이라는 박한 평가가 나왔다. 안 대표가 상황에 따라 정당을 옮기는 등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중요 선거 국면마다 불출마·단일화를 해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쓴 만큼, 언론의 관심은 완주 여부에 집중됐다.

안철수 대표는 1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선되면 임기 중반에 중간평가를 받겠다”며 “여야가 합의하는 조사 방법으로 국민의 신뢰를 50% 이상 받지 못하거나, 22대 총선에서 제가 소속된 정당이 제1당이 못 되면 깨끗하게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대선 불출마 약속을 번복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답했다.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1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언론의 평가는 박했다. 경향신문은 2일 사설 <불출마 선언 뒤집은 안철수의 세 번째 대선 도전>에서 “그가 부르짖은 새정치에 대해서는 지금껏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시민이 많다”며 “(중간평가는) 의원내각제가 아닌 현실에서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약속이며, 특히 임기 중 대통령이 물러나는 경우 생길 혼란을 고려하면 바람직하지도 않다. 거대 양당에 대한 반감에 편승한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안 대표는 ‘제게 원한 것은 여의도식 정치가 아니었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했지만 뒤늦은 자성이 출마 명분이 될 수는 없다”며 “거대 양당의 폐해에 대한 막연한 비판이 아니라 국가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새정치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일각의 시각처럼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출마라면 시민들의 호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겨레는 사설 <‘대선 불출마’ 약속 번복한 안철수, 국민이 납득하겠나>에서 “이번 출마를 두고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안 대표의 불출마 관련 해명은) 서울시장 후보로 뽑아주지 않았으니까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유치한 말장난으로 들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국민과 한 약속을 뒤집는 일이 반복됐다”며 “중간평가 공약도 생뚱맞다. 법률적으로도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것은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많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는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완주를 약속했다. 안 대표는 “출마 결심을 한 것은 단 하나”라며 “당선을 목표로 나왔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러 나왔다.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제1 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신적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적폐 교대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대 교체를 위해서는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은 안철수 대표의 완주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겨레는 “이번 대선에서도 자신의 정치 철학과 노선을 관철하기보다는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면서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며 “대선 출마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려 한다면 구차한 변명이 아니라 진솔한 반성과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비전보다 완주 여부에 관심 쏠린 안철수 대선 출마>에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벌써 ‘단일화 추진’ ‘세력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며 “단일화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안 대표의 전력 탓인 동시에 가치 경쟁이 실종된 이번 대선의 어두운 측면이다. 안 대표는 단일화에 대해 일축했으나 완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손쉬운 양비론 전략만 갖고 나섰다면 단일화 게임으로 흐를 것이 뻔하다"며 "몸값 올리기용 출마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세 번째 대선 출마>에서 “(안 대표가) 거듭되는 출마와 약속 번복으로 그 참신함이 빛을 잃어가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을 약속했지만 지분 다툼을 하다 3개월 전 합당 결렬을 선언했다. 이것이 정권교체를 위해 작은 이익을 버리겠다는 정당들의 모습인가”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안 대표는) 앞으로도 국민에게 감동과 믿음이 아니라 실망을 줄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며 “편협한 사적 감정과 정치 이익에 매몰된 계산들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