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 25일 발생한 KT 유·무선 인터넷서비스 대란은 ‘기본적 안전 의식 부재’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강화된 개선대책을 수립하겠다”면서도 “파란불에 신호를 건너라는 것을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것인지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과기정통부가 29일 발표한 사건 개요에 따르면, KT 부산국사는 25일 오전 기업망 라우터 교체작업을 실시했다. “26일 새벽 1시~6시에 작업하라”는 KT 관제센터의 지시를 부산국사와 협력업체가 어긴 것으로, 접속 장애 사고가 야간에 발생했으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과기정통부는 “야간작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주간작업을 선호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성욱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간에 네트워크 작업을 하고, 미리 테스트해보는 건 기본 상식”이라면서 “이런 것도 정부가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할 대상인가”라고 토로했다. 허 실장은 “파란불에 신호를 건너라는 것과 같다”며 “정부도 제도를 살펴보고 있는데, 당황스럽다. KT가 기본을 안 지킨 것인데 어디까지 제도화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사진=미디어스)

접속 장애는 협력업체 직원이 명령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협력업체는 ‘exit’라는 명령어를 작성하지 않았다. KT의 인터넷 프로토콜은 안전장치 없이 전국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었기 때문에 접속 장애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통상 인터넷 라우팅 작업을 할 때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망을 차단하지만, 협력업체 직원들은 망 차단 없이 작업을 실시했다. 또한 사전 검증 과정에서 오류를 확인하지 못했고, 테스트하지 않았다. 모든 과정을 관리·감독해야 할 KT 관계자는 “다른 업무가 있다”며 자리를 비웠다.

과기정통부는 KT를 비롯한 주요 ISP 사업자의 네트워크 안전성 확보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정책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네트워크 생존성, 기술적, 구조적 대책이 담긴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 관리체계 점검 ▲네트워크 시뮬레이션 시스템 도입 ▲모니터링 강화 ▲네트워크 생존성 확보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용자 피해구제에 대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KT는 “이용자 피해 현황 조사 및 피해구제 방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소라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우선 이용자 피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KT에서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면 이행 여부를 잘 점검하겠다”고 했다.

또 방통위는 KT가 이용약관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T 약관은 접속 장애가 하루 3시간 이상, 1개월 기준 누적 6시간 이상 돼야 이용자에게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T는 29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피해 보상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소라 과장은 “제도개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약관을 보완하는 방법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번 과기정통부 발표에 대해 KT새노조는 논평에서 “상상 초월의 통신망 부실 관리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동시에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협력업체 작업자가 어떻게 낮에 임의로 KT 시설에 들어가서 작업을 할 수 있었는지, KT 홍보실이 당당하게 디도스라고 거짓말을 했던 경위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T새노조는 “공기업 시절이라면 사장이 즉각 해임됐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이사회는 책임지는 자세 없이 보상 논의만으로는 국민도 내부 구성원도 설득 못 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KT의 인터넷서비스 접속 장애는 25일 오전 11시 16분부터 최대 89분간 이어졌다. 사고의 파급력은 컸다. KT와 연관된 모든 업무가 마비됐기 때문이다. 음식점 카드단말기는 물론 은행, 병원, 약국, 공공기관 홈페이지, 언론사 등 KT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부분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결합상품 이용자 피해는 더 컸다. KT 등 이동통신사는 인터넷, 이동통신, IPTV, 전화 등 서비스를 묶어 결합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KT 결합상품 이용자는 자신이 가입한 모든 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접속 장애 당시 KT텔레캅도 먹통이 돼 CCTV는 물론 건물 개폐 장치까지 작동하지 않았다.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언론 브리핑에서 “협력사가 작업을 했지만 근본적 관리·감독 책임은 KT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이사회 검토를 거쳐 약관 범위를 뛰어넘는 보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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