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19.8.20 화 22:00
상단여백
HOME 뉴스 뉴스
완벽한 이웃은 왜 감자탕을 좋아할까?
황지희 기자 | 승인 2007.09.28 01:55
   
 

9월 26일 SBS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한장면이다.

현대극에서 PPL(간접광고) 논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사극이 아닌 이상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는 소비자가 구매해야 하는 제품이 들어간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똑같은 물건을 써야 한다면 제작비에 도움을 주는 회사의 물건을 쓰는게 당연하다. 또한 이것도 거래인지라 기왕이면 제품이 드라마 안에서 근사하게 보여야 한다.

이 때 선을 넘어서면 문제가 생긴다. 배가 아니라 배꼽이 더 커지면 드라마 줄거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재벌2세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외제차를 타는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제작비를 대는 회사의 물건들에 맞춰 줄거리가 진행되면 그 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올해만 해도 SBS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은 간접광고 문제로 방송위원회로부터 해당 방송프로그램 중지와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고, MBC <히트>는 모 통신사 서비스명과 비슷한 상표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해당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조치를 받았다.

27일 종영한 SBS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은 드라마 속 간접광고의 명암을 공부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다.

주인공은 감자탕이다. 정확히는 이 드라마를 공식적으로 협찬하고 있는 '00마을 감자탕'이다. 이 사례는 드라마 안에서 PPL을 무리하지 않게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감자탕집은 주인공 정윤희(배두나 분)와 유준석(박시후 분)의 캐릭터를 대비시키는 중요한 배경이었다. 돼지뼈를 손에 들고 맛깔나게 살을 발라먹는 정윤희와 까다로운 입맛 탓에 감자탕을 입에도 대지 않으려는 유준석을 대비시켰다. 정윤희와 백수찬(김승우 분)이 주로 점심을 감자탕집에서 먹는 장면도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나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기 때문에 레스토랑보다 나았다. 결말무렵에 와서는 고니를 자신의 조카로 오해하고 있는 유준석이 고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감자탕을 열심히 먹는 모습도 뭉클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사고를 쳤다. 26일 방송에서 오간 대사들이 이렇다.

정윤희 : (고니에게) 이 아저씨 부자라서 비싼것도 사줄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감자탕이야?
고니 : 저번에 다 갔이 왔잖어라, 참말 맛있당께요. 목구성에서 피리소리가 나부라요.

대사가 아니라 광고카피다. 해당 감자탕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그 장면이 마지막 녹화장면이었다고 한다.

다른 주인공들도 있지만 접어두자. 참고로 이 드라마는 캄보디아에서 시작했고, 유준석은 J건설 후계자로 드라마 안에서 휴양지를 개발하고 있다. 드라마 협찬사는 '00마을 감자탕' 이외도 '00O-클레스', '000 투어' , '00 골드스파 &리조트'가 있다.

조연도 있다. 바로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니 화면에 안 잡히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자연스럽게 간접광고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니 드라마의 클리셰를 바꿔놓고 있다.

20일 방송에서 유준석은 어머니의 비밀을 알고 괴로워하며 과음하다가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나중에는 소리소문 없이 잠시 사라졌다. 이유를 모른 채 괴로워하는 정윤희는 유준석에게 전화를 건다.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이 몇가지 있다. 사라졌으니 유준석은 당연히 휴대폰을 꺼 놓았을 것이고, 정윤희는 그 끊어진 전화에 음성메시지를 남기면서 "보고싶다"라고 말하거나 돌아오라고 애원하는 게 수순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드라마는 정윤희가 눈물의 전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유준석이 우연히 휴대폰을 켰다가 정윤희가 남긴 메시지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드라마는 뒷통수를 쳤다. 정윤희가 유준석에게 '영상메시지'를 남겼다. 애인이 사라진 판에 정윤희가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얼굴 작아보이려고 팔을 쭈욱 뻗고 메시지 남기고 있을 상상을 하니 웃겼고, 조잡한 영상화면에서 정윤희가 혼자 중얼대고 있는 것은 더욱 분위기를 깼다. 음성메시지가 도착하고 수신확인을 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뒤 준석 역시 팔을 뻗어 그 화면을 보고 있는 것도 멜로드라마에 어울리지 않았다. 시대변화를 반영했다고 다독여보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종영을 앞두고 있으니 방송위원회에게 혼날 걱정이 없었나보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보내주신 후원금은 더 나은 기사로 보답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황지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관련기사 icon예능도 PPL?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두리네 2007-10-08 22:19:59

    드라마에 폭~ 빠져있다가, 나도 그 '영상메시지'보고 멈칫! 했었는데..ㅋㅋ
    가끔은, 아니, 사랑은.. 그냥 신파스러울 때(?)가 제일 감동스러운 듯~^^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Copyright © 2011-2019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