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했지만 광주시는 국기의 조기 게양과 분향소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고인은 국가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무고한 시민들과 40년 동안 울분의 세월을 보낸 5월 가족을 외면했기에 광주만이라도 역사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29일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개인적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여러 가지를 감안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니 존중하지만 광주는 광주만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시장은 “국가장은 국가에 큰 공훈을 남겨서 국민으로부터 추앙받는 분이 서거한 경우 온 국민이 마음을 모아서 장례를 치르기 위함인데, 노태우 전 대통령은 5·18 광주학살의 주역이었고 발포 명령 등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반성하지 않았다”며 “5·18 진상규명에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시장은 “국가지도자들의 역사적 책임은 생사를 초월해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역사는 바르게 기록되고 기억될 때 강한 힘을 갖고 우리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광주만이라도 바르게 가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국가장은 정부가 결정하더라도 수용여부는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 호남권은 분향소 설치와 조기 게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인천·대전·울산광역시, 경기도·강원도·경상남도·제주도는 조기는 걸되 분향소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으며 충청남도 역시 조기만 게양하기로 했다. 대구·경상북도와 부산, 충청북도, 서울시 5개 지자체는 조기를 게양하고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 시장은 5·18 망언을 수습하기 위해 다음 달 광주 방문을 예고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제발 광주에 오지 말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는 망언을 한 바 있다. 논란이 되자 다음 날 “전두환 정권 군사독재 시절 김재인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해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윤 후보는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에 이어 호남 비하발언을 했다. 그 뒤에 돌잔치 사과 사진, 개 사과 사진을 올리며 광주 시민들이나 민주 시민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대로 넘어가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당사자인 광주에서 오지 말라고 하는데 당내 경선을 앞두고 광주에 오는 건 다분히 계산된 것이고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과거에도 정치인들의 이런 모습이 많았다. 광주에서 봉변당하고 탄압당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보수 진영을 결집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며 “안 왔으면 정말 좋겠지만 온다면 우리는 윤 후보가 저급하게 나오더라도 품위있게 대응하겠다. 계란 맞고 봉변 당하기 위해 오는 이가 원하는 대로 봉변 당하게 하지 않을 거다. 경찰에 윤 후보 보호 협조를 요청할 것이고, 광주 시민들에게는 무대응, 무표정, 무관심 3무를 부탁할 것”이라고 했다.

이 시장은 윤석열 후보를 향해 “구태여 광주에 온다고 해서 호남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을 거다. 하지만 굳이 온다면 12·12군사 쿠데타를 확실히 부정하고 비판하는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밝힌 뒤, 진정성 있는 사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제발 정치인들이 광주와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5·18은 6·25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가슴 아픈 역사적 사건이다. 가족을 먼저 보내고 40년 이상을 눈물로 살고 있는 유가족들이 있는데 정치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이득을 위해 돌을 던지는 행위는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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