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지난 시즌 꼴찌였던 현대건설이 올 시즌 파죽의 4연승을 올렸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GS칼텍스와 접전을 벌인 끝에 장충 원정에서 3-1 역전승을 올렸다. 앞선 세 경기와 달리, 현대건설은 칼텍스와 대결에서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칼텍스가 강하다는 의미다.

첫 세트에서 보여준 칼텍스의 모습은 완벽했다. 현대건설을 잡을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듯 경기를 했고, 실제 손쉽게 상대를 제압했다. 칼텍스는 이적생인 최은지를 선발로 내세운 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강소휘와 최은지가 자리한 아웃사이드 히터가 공격을 주도하며 현대건설을 괴롭혔다. 여기에 미들 브로커인 김유리의 서브 에이스 2개까지 더해지며 상대를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 전반적으로 1세트에서 칼텍스의 공수가 완벽했다.

그에 반해 현대건설의 공격은 무기력 그 자체였다. 역대급으로 성장 중인 야스민이 분전하며 6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아웃사이더 히터인 황민경과 고예림이 터지지 못했다. 황민경이 1점을 얻는 게 전부였다. 기본적인 공격이 되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

27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 대 현대건설 경기. 현대건설 정지윤이 공격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1세트 후반에 정지윤이 들어가며 공격에 활로를 찾기 시작했고, 이후 2세트부터 선발로 나서며 현대건설의 승리를 채워나갔다. 25-15라는, 10점이나 차이가 나는 세트는 일방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직력과 공격력이 좋은 칼텍스라는 점에서 첫 세트를 내주면 밀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지윤이 선발로 나서며 보다 공격력이 살아날 수 있었다. 다만 지난 시즌까지 미들 브로커였던 정지윤이 수비 부담이 큰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하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였다. 리시브를 잘 받아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칼텍스는 정지윤을 목적타로 두고 서브를 했고, 몇몇 리시브 실패는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선수들이 리시브에 가담하고, 경험을 통해 정지윤이 리시브 성공을 높여가는 과정은 조만간 현대건설의 주포가 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들 브로커인 양효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블로킹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공격까지 이어지며 칼텍스를 공략했다. 여기에 양효진과 함께 현대건설의 중앙을 지키는 이다현 역시 더욱 성장 중이라는 점은 반갑게 다가왔다.

수비만이 아니라 이동 공격을 통해 득점력도 키워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발 이동공격은 이제 이다현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질 정도로 도드라진다. 간과될 수도 있지만 이다현은 디그 역시 잘한다. 이번 경기에서도 후위에서 수많은 칼텍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장면들이 등장했다.

리베로가 막아내기도 어려운 공격을 다수 잡아내는 이다현의 수비가 정말 좋았다. 아직 어린 선수임에도 이 정도 존재감을 보여주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다현의 성장은 올해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지윤과 이다현의 성장은 현대건설의 미래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GS칼텍스 강소휘 (연합뉴스 자료사진)

1세트와 달리, 2세트 현대건설이 주도권을 잡고 점수를 벌려 나가자 강소휘가 치고 올라오며 압박해갔다. 강소휘는 이소영이 빠진 후 핵심 공격수가 된 후 더욱 책임감을 느끼며 경기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칼텍스의 핵심이자 중심이 강소휘로 개편되면서 그에 대한 기대치와 부담 속에서도 자신의 몫을 착실하게 챙기고 있다는 점은 대단하고 중요하다.

강소휘의 공격으로 맹추격을 했지만, 공격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황민경이 중요한 순간 모마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2세트를 가져가며 상황은 반전되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3세트는 말 그대로 시소게임이었다.

양팀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한 점씩 쌓아가며 반복해 역전을 일궈내는 과정은 선수들에게는 피 말리는 승부이지만,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최고의 경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3세트가 2세트와 마찬가지로 25-21 승부였지만, 20점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1점 차 승부를 이어갔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양효진이 완벽하게 살아났고, 정지윤의 공격이 보다 날카로워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여기에 괴물 공격수인 야스민의 블로킹까지 이어지며 현대건설의 강력함이 돋보였다. 4세트 역시 흥미로운 승부였다. 현대건설로서는 잡아야 경기를 끝낼 수 있고, 칼텍스는 어떻게든 5세트까지 이어가야만 했다.

27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 대 현대건설 경기. 현대건설 야스민이 공격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25-23이라는 점수차가 보여주듯 4세트 역시 한 치의 양보 없이 경쟁했다. 모마와 강소휘라는 윙 스파이크를 앞세운 칼텍스와 야스민과 정지윤의 현대건설의 공격이 화력을 뿜어냈고, 미들 브로커인 양효진이 살아나며 공수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양 팀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칼텍스 역시 김유리와 한수지라는 노련한 미들 브로커가 존재하지만, 그들이 양효진을 넘어설 수는 없다. 여기에 현대건설의 미래로 평가받는 이다현이 높이의 배구를 하며 현대건설의 장점을 잘 보여줬다는 것도 승리 요인이었다.

칼텍스는 모마가 21점, 강소휘가 20점을 얻으며 윙 스파이커의 강력함을 증명했다. 토종 아웃사이드 히터가 이 정도 파괴력을 보여주면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유서연이 능숙하고 재치 있는 공격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5점에 그쳤다. 리시브 불안도 드러내며 탁월한 감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아쉽다.

안혜진을 밀어낸 세터 김지원이 능숙하게 경기를 이끌며 칼텍스의 주전 세터가 누가 될지도 알 수 없게 했다. 안혜진이 국가대표로 착출되며 팀 훈련에 빠지는 횟수가 많았고, 그 자리를 김지원이 채우며 급성장을 했다. 세터 경쟁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선수들에게는 불안이겠지만 팀 전체로는 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야스민이 28점을 올리며 양팀 최고 공격수로서 가치를 기록으로 증명했다. 물론 경기 중 많은 실책이 나오며 아쉬움을 토로하게 만들었다. 야스민의 공격 실책만 없었다면 보다 쉽게 칼텍스를 이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스민의 공격은 강력했다.

파이팅 외치는 현대건설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야스민에 이어 양효진이 16점으로 두 번째가 되었다. 윙 스파이커가 아닌 미들 브로커가 두 번째 득점자가 되었다는 것은 현대건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다현 역시 9점을 올리며 아웃사이드 히터인 황민경의 5점보다 높았다.

정지윤이 2세트부터 주전으로 나왔지만 13점을 올리며 자신의 몫을 해줬다. 이제 정지윤이 선발로 나서며 바뀐 포지션에 보다 적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리시브 불안이 존재하지만 이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방법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대건설은 정지윤이라는 대한민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아웃사이드 히터를 키워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김연경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후계자라 지목한 정지윤이 컵대회에 이어 시즌에서도 이제 본격적인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꼴찌였고, 칼텍스와 홈에서 만나면 1승 8패로 열세였던 현대건설이 시즌 첫 경기를 가진 장충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우승팀인 칼텍스를 잡았다. 현재의 조직력이라면 현대건설이 1라운드에서 전승을 할 가능성도 높다. 과연 현대건설이 1라운드를 전승으로 마무리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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