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YTN 신임 보도국장으로 유투권 편집3부장이 지난 11일 임명되었다. YTN 보도국 구성원들이 5~6일 이틀 동안 치른 투표 결과, 유투권 보도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 동의가 가결됐다.

1997년 YTN에 기자로 입사한 유투권 보도국장은 노조위원장, 기자협회장, 기획 에디터, 사회부장 등을 역임했다. YTN 보도국 운영 계획을 들어보고자 지난 21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유투권 보도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유 보도국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보도국장 임기를 시작하신 지 10일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사실 하루하루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보낸 것 같네요. 임명 이틀 뒤에 부팀장 인사를 시행했습니다. 인사안 마련하고 협의하느라고 새벽까지 사무실을 지키기도 했죠. 코로나 때문에 많이 만나진 못하지만 이번 주부터는 각 부처별 현안을 파악하고, 효율적인 보도국 조직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을 듣고 제 생각을 전달하는 소통의 시간을 당분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업무 파악은 얼마나 하셨는지요?

“퍼센트로 말씀드리기가 상당히 어렵네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막상 직을 맡고 나니 실무적으로 알아야 할 것도 꽤 있더라고요. 조직 전반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는 단계이고, 그런 면에서 소통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투권 YTN 보도국장 (사진=이영광 기자)

전체 선거인 296명 가운데 288명이 참여한 이번 임명동의 투표에서 찬성 191표를 얻으셨더라고요. 투표 결과에 만족하시나요?

“저희 보도국 구성원들이 의사를 표현해주신 것에 대해 아쉽다거나 만족한다고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3 정도가 찬성표를 던져주셨잖아요, 그 부분은 당연히 감사하죠. 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요. 다만 1/3 정도 되는 분들이 어떤 이유, 어떤 맥락에서 반대표를 던지셨는지 시간을 두고 소통하면서 해법을 찾는 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보도국 운영 방향으로 보도의 독립성 유지를 제시하셨던데, 어떻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과거 정권의 심각한 간섭이나 개입으로 위기를 겪을 때도, 보도의 독립성은 기자협회 윤리 강령이든 YTN 사규든 명문화돼 있었습니다. 제도의 문제는 아닌 거 같고요. 최종 단계에선 사람의 문제죠. 어느 정도 의지와 신념을 갖고 위기 상황을 돌파해 나가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내외부의 불필요한 압력에 굴하면 안 되죠. 최전방에 제가 서 있는 거고, 제가 있는 동안 혹시 그런 불행한 일이 발생한다면 제가 가진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해서 배격하겠습니다. 그 외에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도 유지하고 있고 노사 공동으로 공정방송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부족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슈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도국’을 만들겠다”라고 하셨던데 어떤 의미일까요?

“가장 최근의 예를 들면 고발사주 의혹이든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이든, 이슈가 제기됐을 때 정치권 공방 위주로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부에 TF를 구성하더라도 시의적절하지 못했고, 형식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죠. 때문에 이슈가 지나가고 나면 많은 젊은 기자들이 자괴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이슈를 선도하는 건 둘째치고, 이슈 자체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제공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부적 한계도 있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과거와 같은 백화점식 나열식 보도, 단순 전달 보도가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시한 게 '이슈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도국'입니다. 대형 이슈가 터졌을 때, 또는 그 전에 문제가 제기됐을 때 초기 단계부터 사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취재력을 집중시키는 거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겠죠. 때로는 이슈를 선도할 수 있고, 때로는 조금 늦더라도 사안의 맥락과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짚어서 어떻게 이 사건을 바라볼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시청자들한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입니다.”

2019년 1월 16일 <[팩트와이] 재계의 숙원 '상속세 완화' 주장 따져 보니> 보도 화면 갈무리 (사진=YTN)

이슈를 선도하지 못했다면 왜일까요? 언론사라면 이슈를 찾고 선도하려는 욕구가 있고, 더구나 YTN은 보도전문 채널이라서 더욱 그러할 텐데요.

“늘 속보에 치여 사는 구조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것이 가장 기초적인 경쟁력이다 보니, 이를 버릴 수 없다고 전제하고 접근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죠. 분명 보다 호소력 있는 보도에 대한 구성원들의 욕구는 있는데, 현재의 속보 위주 체제에서 담아낼 수 있는 적당한 그릇,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고요.”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속보가 중요한지 의문이에요.

“저도 동의합니다. 일정 부분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으니까 내일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 속보라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고 경쟁력도 없습니다. 다른 매체나 플랫폼을 통해 충분히 소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게 갈 길이 아니라는 건 다 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부분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 내부에서 충분한 토론과 소통이 없었고, 그래서 합의된 부분이 적다고 생각해요. 다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이냐의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견들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내부 구조가 없었죠.”

“에디터 그룹 강화, 이슈 대응을 위주로 한 상시 취재팀 편성을 고민하겠다”고 하셨던데 이유는?

“디테일하게 얘기하면 지금까지 말한 '이슈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도국'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뒷받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조직 문화, 소통 방식의 문제에요. 초기 단계에서 논의를 촉발하기 위해선 한 발 더 앞서 고민하고 제시하는 부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위한 방편으로 생각한 게 에디터 그룹이죠. 보도국장 업무가 우선이긴 합니다만 막상 해보니 인사, 행정 등 업무가 꽤 많아요. 해당 이슈를 초기부터 장악한다는 게 대단히 어렵습니다. (에디터 그룹은)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초기 단계부터 (이슈를) 장악하기 위한 기구죠.”

상시 취재팀은요?

“예를 들면, 대장동 의혹은 전형적으로 출입처가 없는 사건이에요. 고발사주 같은 경우에는 윤석열, 손준성 등 유력 당사자들이 검찰과 정치권에 있어서 취재기자가 있으니 YTN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큰 티가 안 났습니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은 성남시라는 한 지자체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초기에 거론된 이들이 대부분 지자체 공무원이나 유관기관, 경제 쪽 관련 인물들이잖아요? 그래서 초기엔 저희가 이슈 대응 능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거예요.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CBS가 상설취재팀을 운영하며 이번 과정에서도 꽤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벤치마킹 차원에서 초기 단계에 기동성 있게 접근해서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는 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죠.”

언론사에서 오보는 숙명인 거 같아요. 물론 오보를 안 내야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다만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은데.

“이제 반론권 보장 같은 건 기사 안에서 많이 정착됐습니다만, 내용 면에서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죠. 반론에 절대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오보 부분은 원인에 따라 다르겠죠. 기술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태도에 문제가 있는 건지 구분해야 하고요.

YTN은 일단 기술적인 오보가 좀 많다고 생각해요. 결국 내부에서 사전에 걸러내는 게 중요하죠. 이번에 ‘팩트체크 에디터’라고 조금 연륜 있는 기자를 두고 단순 오탈자부터 내용상 발생할 수 있는 편파의 가능성 아니면 오보의 가능성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타사 보도를 확인 없이 반영하는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팩트체크 에디터를 시범적으로 둔 거고요. 어떻게 운영되는지 지켜보고 더 늘릴지 전환할지 결정할 생각입니다.”

YTN 본사 (사진=미디어스)

요즘 언론사에서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콘텐츠가 많아지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해야죠. YTN PLUS라는 자회사 통해서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거 같아요. TV 시장이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안 되니까 구성원이 파견 형태로 한두 명이 일하는 경험보다는, 보다 전면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도국 운영계획서에도 썼지만, 내년 대선 이후 보도국 산하에 디지털 콘텐츠만 전담해서 생산하는 조직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단순히 파견이 아니라 보도국 내 바로 옆에서 동료들이 생산하고, 그것이 시장에서 소비되는 과정까지 지켜보면서 구성원들에게 좀더 환기하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규모로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경험을 갖는 게 일종의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제작 방식을 고민하는 구성원이 늘어난다면 TV용 콘텐츠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줄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기대해서 선순환을 일으킨다면 생각보다 빠른 시일 안에 지금의 다양한 플랫폼, 다매체 다채널 상황에 맞는 기자들이 육성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일차적으로는 뉴미디어 콘텐츠 생산을 위해서 내년 대선 이후 보도국 내에 별도의 산하 조직을 신설할 계획입니다.”

최근 세대갈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YTN도 예외는 아닐 거 같아요. 젊은 기자들과 어떻게 소통할 계획인가요?

“어렵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그런 것도 있죠.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소통의 문제에 왕도가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죠. 그 사람이 얘기하면 귀담아 들어주고, 제 의견 피력할 때도 사사로움이 없이 진심으로 얘기하고요. 일이 됐든 회식 자리가 됐든 공정방송위원회 자리가 됐든 소통의 결과가 쌓이면 사람 사이에 맥락이 형성되고, 이해의 폭이 넓어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워드 코로나 시행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될 테니까, 그에 맞춰서 일선 기자들을 직접 찾아가 얘기 듣는 자리, 비공식적 소통의 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해주세요.

“일단 무거운 자리죠. 마음도 무겁고 그렇습니다. 언제든 격려, 때로는 질책도 아끼지 말고 YTN에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누누이 강조합니다만, 어떤 비판이든 받아들이고 노력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구성원들에게 당부한다면 지금과 같은 뉴미디어 시대에, 이런 극단적인 여론의 시대에 YTN이라는 방송이 어디로 어떻게 갈지에 대한 고민을 놓지 말기를 바랍니다. 지치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저랑 끝까지 고민하고 탐구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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