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조선이 홈쇼핑 연계편성 시 협찬사실을 고지하라는 재승인 조건을 우회하는 미고지 연계편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사실을 포착했지만 재승인 조건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시정명령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상품이 유사 시간대에 인접 채널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것을 '연계편성'이라고 말한다. 방통위는 3월 한달동안 지상파·종편 연계편성 현황을 점검한 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그 결과 지상파·종편 45개 건강정보프로그램에서 520회 방송된 내용이 홈쇼핑 17개 채널에서 총 756회 연계편성됐다. TV조선은 14개 프로그램 139회로 가장 많은 연계편성 횟수를 기록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TV조선은 협찬사실을 고지하지 않는 방식의 홈쇼핑 연계편성을 추가로 진행했다. 복수의 방통위 관계자들은 TV조선이 협찬사실 미고지 홈쇼핑 연계편성을 해온 게 맞느냐는 질문에 사실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횟수는 밝히지 않았다.

TV조선 사옥 (TV조선)

한 방통위 관계자는 "조사를 하다보니 TV조선에서 연계편성은 돼 있는데 고지가 안된 건들이 있어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확인해보니 협찬주와 소개하는 협찬상품이 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방통위는 홈쇼핑 연계편성 시 협찬사실을 고지하도록 지상파·종편 재허가·재승인 의무조건에 명시해 시청자 보호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재승인 심사 대상이던 TV조선·채널A에 '협찬고지' 의무조건이 부과됐다.

재승인 조건은 '협찬을 받은 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용역의 직접적인 효과나 효능을 다루는 경우 시청자들이 알 수 있도록 협찬받은 사실을 반드시 3회 이상 고지'하라는 내용이다. TV조선이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과 프로그램에 노출되는 협찬상품을 불일치시키는 방식으로 협찬사실 고지 의무를 회피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여주를 판매하는 협찬주 A업체가 망고 상품이 노출되는 프로그램과 협찬 계약을 맺으면, 망고를 판매하는 협찬주 B업체가 다른 시간대에 여주가 노출되는 프로그램과 협찬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방통위는 이같은 방식이 재승인 조건 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정명령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건 위반사항은 아니다. 재승인 조건에는 부합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관련 사실을 확인한 후 TV조선의 입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협찬주와 협찬상품이 다른 부분이 있었고, 향후 이를 일치시키겠다는 답이 왔다"고 전했다.

미디어스는 TV조선 관계자에게 해당 사항을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은 TV조선의 연계편성 협찬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어 '뒷광고' 피해를 입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홈쇼핑 연계편성 예시. 3월 12일자 건강정보프로그램(왼쪽)과 홈쇼핑 판매프로그램.

방통위는 향후 필수적 협찬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의 입법을 지원하고, 법 통과 시 협찬인 것을 알수 있도록 프로그램 협찬사실 고지의 노출 시점·시간·횟수 등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7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창룡 상임위원은 "방송사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연계편성을 이용해왔고 소비자들에게 오해와 과신을 극대화 해 피해자를 양산했다"면서 "한계점은 현행 법령으로 연계편성 금지 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방통위가 국민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창룡 위원은 "이면에는 연계편성 에이전시(광고 대행사)도 우후죽순 늘어나는 것으로 안다. 음성적이다 보니 파악이 어려운데 방송시장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연계편성 전문 에이전시 실태 파악이 쉽지 않겠지만 사무처에 주문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협찬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협찬'에 대한 법적근거 ▲필수적 협찬고지 규정 ▲방송사업자 협찬자료 보관·제출 의무 등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방송법은 '협찬'이 아닌 '협찬 고지'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어 그간 음성적인 협찬이 이뤄지더라도 고지만 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해당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1년동안 묵혀 있다. 국회에서는 연계편성을 아예 방송법상 금지행위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뒤편성·은폐광고·기만광고'라는 비판 속에서도 법적 공백으로 인해 합리적인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연계편성 근절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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