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현대건설이 3연승을 올리며 컵대회 우승에 이어 리그 우승을 향해 전진을 이어가게 되었다. 약체로 평가되던 흥국생명은 1패 뒤 1승을 거두며 결코 만만치 않은 전력임을 과시하더니,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리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올 시즌 초반 현대건설은 무적이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수비와 공격이 모두 잘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이들을 이기기 어렵다는 확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현대건설이 자칫 무너질 수도 있는 경기력을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드러냈다.

현대건설이라는 거함을 잡기 위해 다른 팀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와야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 흥국생명은 이번 경기를 통해 잘 보여주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보여준 이 전략은 모든 배구의 기본이기도 하다. 얼마나 끈끈한 수비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첫 세트를 따낸 이유 역시 수비에서 시작되었다. 현대건설에는 올 시즌 맹폭을 가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강한 미들 브로커에 아웃사이드 히터도 탄탄하다는 점에서 전력 자체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24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현대건설 야스민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지난 시즌 꼴찌를 했던 현대건설은 올 시즌 컵대회 우승으로 얻은 자신감을 시즌까지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야스민이 첫 경기 폭발적인 공격력을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다음 경기부터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전방위적인 공격을 하며 상대를 기겁하게 했다.

외국인 몰빵 배구가 아닌 국내 공격수와 높이 배구를 골고루 잘 섞어내는 현대건설의 배구는 분명 강하다. 실책이 최소화되고 끈끈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강한 공격은 당연히 승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을 맞아 많은 준비를 한 모습이다. 측면 공격에서 높이 배구를 이겨내는 틈새 전략으로 방어를 무력하게 하는 공격을 꾸준하게 펼쳤다. 각을 틀어 높이를 무력화하는 전략은 단순하지만 실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캣벨을 중심으로 한 흥국생명의 공격은 흥미로웠다.

1세트 캣벨의 공격은 강력했다. 현대건설 감독이 괴물은 야스민이 아니라 캣벨이라는 칭찬을 할 정도였다. 물론 립서비스가 존재하는 칭찬이었지만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끄는 캣벨의 존재감은 분명 탁월했다.

흥국생명 캣벨 (연합뉴스 자료사진)

흥국생명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것은 리베로 김해란의 복귀였다. 은퇴와 출산으로 1년 이상의 휴식기가 있었던 김해란이었지만 복귀하자마자 존재감을 드러내며 왜 그를 흥국생명이 복귀시켰는지 스스로 증명해주었다.

2년 차 세터인 박혜진 역시 흥국생명에는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큰 키는 장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경험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박혜진에게 올 시즌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의 사정상 2년차 박혜진이 주전 세터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개인에게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값진 기회다. 이번 경기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런 과정들은 경기에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점에서 박혜진에게는 신이 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1세트를 캣벨을 앞세워 25-17로 가져갔지만 2세트부터 현대건설의 반격에 버거워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역설적으로 현대건설이 의외로 강력한 리시브와 디그로 공격을 막아낸 흥국생명에 놀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내준 후 바로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가하며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재 연패에 빠진 팀들은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 팀들이다. 시즌 시작 전 우승 후보라 불렸던 도로공사가 그렇다. 물론 시즌 초반 아직 몇 경기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하지만 2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도로공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방법을 찾아 반격을 이끄는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작전 지시하는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2세트는 양팀에게 중요했다. 서로 모든 역량을 집중시킨 2세트는 치열했다. 어느 팀이 우위를 잡았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순간 모든 것을 정리한 것은 현대건설 야스민이었다. 24-24까지 흐르며 누가 2세트를 가져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야스민의 백어택으로 어렵게 우위를 잡은 현대건설이 야스민의 서브 에이스로 2세트를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야스민이 두 번의 공격을 모두 성공시키며 중요한 2세트를 이길 수 있었다. 이 상황이 중요했던 것은 흐름이었다.

흥국생명은 강한 디그와 블로킹을 앞세워 1세트에서 현대건설을 충분히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캣벨의 파상공세가 성공하며 손쉽게 1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 역시 누가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한 경기를 치렀다는 점에서 가져가는 팀에게는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은 대어 현대건설을 상대로 완승도 거둘 수 있었고, 현대건설이 2세트를 잡으면 변화를 주며 다시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바로 야스민이 해줬다. 중요한 순간 자신의 역할을 하며 경기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야스민의 활약은 이번에도 최고였다.

3, 4세트는 물론 일방적 경기는 아니었지만 앞선 1, 2세트와 달리 현대건설이 살아나며 흥국생명을 잡을 수 있었다. 흥국생명은 어쩔 수 없는 경험 부족이 만드는 실책들이 자주 나왔다. 이런 부분들을 줄이는 것이 흥국생명의 과제가 되겠지만 의외로 잘 훈련된 팀이라는 점에서 기대는 점점 커진다.

현대건설은 야스민과 양효진이 중심을 잡으며 잘 이끌었지만 미들 브로커에서 아웃사이더 히터로 변신을 하고 있는 정지윤을 보다 많이 출전시킬 시점이 되었다고 보인다. 세트 후반에 나와 경험치를 높여준다고 하지만, 그 시점에 나오면 모두 공격적인 모습만 보여줄 수밖에 없다.

24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현대건설 양효진이 공격에 성공한 뒤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공격 포인트를 높여야 한다는 강박에 강한 공격만 하게 되고, 그러며 이번 경기에서는 블로킹에 자주 막히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여유도 없고 자신이 경기에 동화되어 함께 뛰고 있다기보다 짧은 시간 점수만 내는 포지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해당 포지션이 고유림과 황민경이 존재하고 두 선수 모두 준수한 경기력을 꾸준하게 가져간다는 점에서 이제 포지션을 바꾼 정지윤을 붙박이로 활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지윤을 살리기 위해서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수비 부담과 공격 부담이 모두 큰 포지션이지만, 필요에 의해서 바꿨다면 실전 경기에서 보다 많은 경험치를 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만이 아니라 국가대표 아웃사이더 히터로서 계보를 이어갈 존재라는 점에서 정지윤을 보다 많이 뛰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건설은 야스민은 33점, 양효진 15점으로 팀을 이끌었고, 흥국생명은 캣벨이 34점, 이주아 11점으로 대응했다. 이주아가 3, 4세트부터 점수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아쉽다. 김다은과 김미연 역시 9점과 6점을 내며 보다 안정적인 공격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분명 흥국생명의 힘이 되었다.

흥미로운 경기였다. 결과는 현대건설이 3연승을 올렸고, 흥국생명은 1승 2패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약체로 분류되었던 흥국생명이 경기를 치르며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자부 배구리그가 절대 약자가 없는 대결구도로 이어질 수도 있을 듯해서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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