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전체적인 전력을 보면 기업은행이 흥국생명을 잡아야 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2연패에 빠졌고, 흥국생명은 원정에서 귀한 승리를 얻었다. 캣벨이 무려 40점을 올리며 일등공신이 되었고,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도드라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흥국생명 세터 박혜진이 급성장하고 있음이 이번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런 과정이 성장의 기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박혜진의 성장은 흥국생명에게도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장신 세터는 분명 큰 장점을 갖는다. 직접 공격도 가능하지만 높은 토스가 가능해 캣벨의 공격력을 배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박혜진의 가치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신인의 테를 벗어나고 있는 박혜진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첫 세트는 기업은행이 살아난 라셈의 맹활약으로 잡아냈다. 첫 경기에서 아쉬움을 줬던 라셈에게 보다 공격적인 지시로 활로를 뚫어줬다. 오픈 공격은 상대가 막을 수 없었고, 보다 자신감 있는 공격을 하면서 적응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은 기업은행에게도 중요하게 다가왔다.

17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경기. IBK기업은행 라셈이 공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은행으로서는 라셈 활용법을 빨리 찾고 어떤 식으로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라셈을 위해서가 아니라 외국인 선수가 해줘야 할 몫을 제대로 찾아내야 팀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래의 기업은행 핵심 선수가 되어야 할 김주향과 육서영 등은 이번 경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업은행의 핵심 멤버이자 국가대표 3인방이 이번 경기에선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김수지, 김희진, 표승주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만 다른 선수들도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미들 브로커 김수지와 김희진, 그리고 아웃사이더 히터인 표승주는 겨우 3점을 올리며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3인방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 기업은행으로서는 답을 찾기 쉽지 않다. 김수지가 블록 성공을 3개밖에 해주지 못했다. 김희진은 하나에 불과할 정도로 미들 브로커로 상대를 막아내는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유효 블락과 실책이 비슷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양팀 모두 벽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흥국생명의 미들 브로커는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이름만 비교를 해보면 그건 당연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번 경기에서 기업은행 미들 브로커들은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다.

첫 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2세트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1세트에서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였던 라셈이 2세트에 막혔다. 세터의 문제가 심각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조송화 세터의 볼 배급이 먹히지 않으며 공격이 활발해지지 못했다.

2021-20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개막전서 작전 지시하는 박미희 감독 Ⓒ연합뉴스

조송화가 무너지자 김하경을 내보내 반전을 꾀하기도 했지만, 초반 잘하다 후반 들어 잦은 실수를 하며 자멸하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흥국생명이 박혜진이 메인으로 뛰고, 김다솔이 교체로 들어가며 제 몫들을 모두 해줬다.

2세트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기업은행은 좀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3세트에서 라셈이 다리 근육 문제로 쉬며 젊은 선수들 위주로 편성해 보다 활기찬 경기를 펼쳤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김주향과 육서영, 최정민 등 미래의 기업은행을 이끌 선수들이 보다 자주 출전해 경험치를 쌓아야 할 이유를 증명해주기도 했다.

리베로 싸움에서도 양팀 리베로들이 열심히 했다. 기업은행 신연경은 부상 위험을 무릅쓰는 플레이를 보이며 팀에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노련한 김해란이 더 돋보였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김해란의 디그는 흥국생명이 승리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이 되었다.

기업은행이 치고 나가는 과정이나 역전에 성공해 점수를 벌리려는 길목에서 김해란의 환상적인 디그들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의 수비가 완벽하게 이뤄지며 반격을 통해 역전하거나 점수를 벌리는 과정으로 기업은행을 무너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김해란의 복귀는 흥국생명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흥국생명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역시 캣벨의 맹활약이었다. 초반 실수도 나오고 호흡도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2세트부터 보다 공격적으로 나선 캣벨은 마지막 세트에서 팀 전체를 이끌며 어린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양한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흥국생명으로서는 승리 역시 부정할 수 없는 가치다. 이런 상황에서 캣벨은 마지막 4세트에서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요구하며 공격을 이끌어 결국 첫 승을 거뒀다.

흥국생명 캣벨의 강력한 스파이크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어떤 공이든 점수로 만드는 캣벨. 운이 따라주기도 했지만, 그런 적극성이 40점이라는 엄청난 공격 기록을 만들었고 팀을 승리로 이끌게 했다. 라셈 역시 보다 적극적인 공격을 해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 첫 경기보다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였고, 29점을 올리며 팀에서 독보적인 점수를 냈지만 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행으로서는 첫 경기도 그랬지만 이번 경기에서도 세터 문제가 심각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국가대표 3인방이 중심을 잡아주고 공격 활로를 뚫어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이들의 분발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달리 흥국생명은 키 큰 세터가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보다 조직력이 강하고 높이가 다른 팀을 만나면 흥국생명은 고전할 수밖에 없겠지만, 의외로 흥미로운 전력을 갖췄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새롭게 자리를 잡아야 하는 흥국생명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현재까지는 현대건설을 제외하고는 절대 강자가 존재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1라운드를 지나고 나서야 올 시즌 팀의 전력들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을 듯하다. 1라운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얼마나 빨리 확인하고 이를 만회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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