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경제매체 이데일리의 기자들이 연달아 경쟁 매체·유튜브 채널로 이직하고 있다. 타사 대비 낮은 임금, 클릭 수에 매몰된 편집 방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데일리 노동조합은 "기사 수와 클릭 수가 아닌 콘텐츠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라"고 비판했다.

미디어스 취재에 따르면 올해 이데일리를 퇴사했거나 퇴사 예정인 기자는 14명에 달한다. 이데일리 부장 A 씨와 10여 년 차 기자 B 씨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로 이직했다. 4년 차 기자 C 씨는 방송사 신입으로 입사했다.

(사진=이데일리 CI)

사측의 클릭 수 압박이 문제로 꼽힌다. 이데일리는 올해 초부터 편집국에 포털·이데일리 홈페이지 트래픽, 클릭 수 상위권 기사 목록 등이 노출되는 전광판을 설치했다. 또한 이데일리는 인트라넷(내부 홈페이지)에 트래픽 정보를 공지하고 있다. 이데일리 관계자는 “규정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차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네이버 구독자 15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부 룰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이유는 경쟁 매체 대비 낮은 임금이다. 이데일리의 신입 기자 연봉은 머니투데이, 전자신문 등과 비교해 수백만 원 낮다. ‘삼프로TV’로 이직한 기자들은 2배 이상의 연봉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데일리 노동조합은 21일 성명에서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처우와 보이지 않는 회사의 비전이 구성원의 등을 떠밀고 있다”며 “남은 구성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단순히 업계의 위기로 간주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은 “표면적인 퇴사 이유는 열악한 처우”라며 “취재기자가 타사의 온라인팀 기자로 옮겨간다. 이데일리의 현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했다. 노동조합은 “편집국에서 비편집국으로 넓혀 보면 이데일리의 2021년은 '엑소더스'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노동조합은 “근본적으로, 낮은 처우를 메울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의 지면 마감, 온라인 클릭 수, 네이버 구독자 수, 무엇보다 수익에 매몰돼 있다. 일부 퇴사자는 돈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좇고자 이직했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은 “돈 더 들이지 않아도, 보내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보냈다는 얘기”라며 “이데일리가 더 많은 급여와 비전을 위한 '징검다리 회사'로 전락할까 두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노동조합은 “회사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할 대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왜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지 않는가. 왜 함께 고민하지 않는가. 기사 수와 클릭 수가 아닌 콘텐츠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사측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른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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