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여자배구 초반 흐름은 현대건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스민을 앞세운 현대건설은 첫 경기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첫 경기서 트리플을 기록한 야스민으로 인해 오히려 우려를 사기도 했던 현대건설은 이를 부정이라도 하듯 고른 공격력을 선보이며 우승 후보로 꼽혔던 도로공사를 압도했다.

1라운드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우승 후보로 꼽힌 현대건설과 도로공사의 맞대결이었다.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던 켈시가 재계약하며 다른 팀과 달리 호흡에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도로공사가 완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현대건설이 이 전력을 얼마나 꾸준하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시즌 초반 두 경기를 보면 무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수비와 공격 모든 것이 완벽한 경기력은 지난 시즌 칼텍스의 트리플 크라운이 현대건설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기대하게 할 정도다.

도로공사 홈에서 가진 이번 대결에서 현대건설은 한 번도 리드를 놓치지 않고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경기 자체가 도로공사의 압박을 받거나 힘겹게 이끄는 수준이 아니라 현대건설은 자신들의 배구를 했고, 그렇게 경기를 압도하며 손쉽게 경기를 끝냈다.

현대건설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첫 세트를 25-13이란 점수차로 끝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경기였다는 것이다. 실수는 적고 압도적으로 상대를 제압한 현대건설의 능력은 과연 이들을 막을 팀이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야스민의 고공 강타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도로공사는 실수가 많았고, 전반적으로 흐름을 끌어가지 못했다. 장점이었던 블로킹이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다. 블로킹 득점은 6-7로 큰 차이는 없었지만, 블로킹은 단순히 드러난 점수로 규정할 수는 없다.

현대건설이 장점인 미들 브로커의 단단함이 잘 드러난 것과 달리, 도로공사의 강력한 블로킹은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앞으로 스스로 풀어내야 할 과제처럼 다가왔다. 정대영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은 불안요소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켈시는 여러 아쉬운 상황과 마주해야 했다. 올려주는 공들이 소위 치기 어렵게 오는 경우들이 너무 많았다. 후위 공격을 하는 켈시에게 너무 앞쪽으로 올려줘 고난위 공격을 하도록 하는 장면들이 몇 차례 나온 것은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탄력이 좋았기 때문에 이를 감당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후위 공격들이 모두 실패하고 실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으니 말이다. 지난 시즌 호흡을 맞췄음에도 켈시와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켈시가 충분히 상대를 압도할 공격력을 갖췄음에도 이를 해결할 능력을 스스로 보여주지 못한 도로공사였으니 말이다.

도로공사가 질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박정아가 8득점에 그쳤다는 것이다. 최소한 두 자리 점수를 뽑아줘야 할 도로공사의 핵심 공격수임에도 그렇지 못했다. 켈시에 대한 몰빵 배구를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들이 박정아의 부진을 채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패배는 당연하게 다가왔다.

이고은과 이윤정 두 세터를 번갈아 경기에 내보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주전 세터인 이고은이 보다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데 첫 경기에서 아쉬움이 컸다. 기대가 컸던 문정원의 아쉬운 경기력도 도로공사가 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승리를 가져간 현대건설은 첫 경기에서 야스민을 앞세운 몰빵 배구를 했다. 야스민의 파괴력이 터지자 자연스럽게 공은 몰렸고, 그렇게 최강의 외국인 선수가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했다. 이 정도 파괴력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최고 외국인 선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스민이 이번 경기에서도 18득점을 하며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다는 점에서 좋았다. 물론 첫 경기가 워낙 화려해 잠잠해 보였지만, 현대건설은 노골적으로 다양한 선수들에게 공격 루트를 주며 공격 다변화를 이끌었다.

김다인 세터가 다양한 공격 라인을 만들고 그렇게 분배하며 상대를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첫 경기 야스민에게 몰아주던 것이 이번 경기에서도 윙 스파이커 모두에게 골고루 전달하고 중앙 속공 등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도로공사의 대응 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 경기를 하면서 야스민에 대한 대처를 많이 했을 수밖에 없다. 서브와 공격 모두 강력한 괴물 선수를 어떻게 방어할지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상대에게 야스민만이 아니라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선사하며 퍼펙트 세트를 만들 수 있었다.

야스민은 강력한 공격만 하지 않았다. 공간이 비면 슬쩍 밀어 넣는 식의 공격으로 상대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야스민의 공격이 워낙 강하다 보니 수비를 하는 선수들은 그에 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네트와 코너에 집중한 상대팀은 공간이 넓어질 수밖에 없는데, 야스민은 그 공간을 보고 공격을 하는 노련함까지 선보였다.

기뻐하는 현대건설 선수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향후 다른 팀들이 야스민을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물론 야스민 강타를 리시브하는 모습들이 잘 보였다. 이는 야스민이 얼마나 강한지 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스민이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보였다는 점은 그래서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양효진에 집중하는 현대건설이 미들 브로커의 강점만이 아니라 윙 스파이커가 폭발하며 더욱 무서운 팀이 되고 말았다. 야스민이란 검증된 외국인 선수만이 아니라 고예림과 정지윤이 파괴력을 보이며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고예림이 올 시즌 초반부터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준다는 점도 반갑게 다가왔다. 고예림이 터지며 야스민의 공격력도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들 브로커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자리를 옮긴 정지윤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현대건설의 공격력은 무시무시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정지윤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있는 중이다. 첫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정지윤은 두 번째 경기부터 세트 후반에 나와 적응에 집중시키고 있다. 미들 브로커였던 정지윤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자리를 옮기며 공격력은 배가되겠지만 수비에 대한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조금씩 출전 시간을 늘려가겠지만 현재로서는 수비 부담이 적은 점수 후반대 출전해 공격력에 대한 가치를 증명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로 얼마나 수비를 잘할 수 있는 이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다음 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2세트에서 25-23까지 점수차가 좁아진 것을 제외하면 경기는 현대건설의 완승이었다. 단 한 번의 리드나 불안감을 주지 않은 현대건설은 그렇게 우승 후보로 불린 도로공사를 압도했다. 켈시의 공격력은 여전히 강력했다. 볼만 잘 공급이 된다면 켈시는 당연히 도로공사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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