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결말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홍천기 캐릭터의 아쉬움이 드러나고 있다. 제목마저 극 중 신묘한 화공인 홍천기임에도 후반 들어 그의 존재감은 하람에 기대는 역할에만 갇혀 있다.

주향의 집으로 향하는 하람의 가마에 몰래 올라탄 천기는 그저 사랑에 빠져 앞뒤 가리지 않는 존재로 보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도 내팽개칠 정도로 오직 사랑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는 의지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모호해지는 지점이다.

어용을 그리면 광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천기의 아버지가 광인이 된 것은 마왕이 봉인되는 과정에서 저주를 내렸기 때문이지, 어용을 그려서가 아니다. 도깨비에게 자신을 빼앗긴 자는 개인의 욕망이 만든 거래일뿐이다.

천기의 경우 화차와 거래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화차가 천기의 그림에 매료되어 사가는 단골 고객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어용 완성과 관련해 천기는 그 어떤 일도 생길 수 없는 조건이란 의미다. 물론 마왕 봉인식 현장에 없어야 하는 조건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하람은 천기를 위해 주향의 칼을 손으로 잡았다. 가마에 칼을 들이밀 정도로 의심이 많은 주향의 시선을 돌리고, 가마에 무작정 올라탄 천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천기의 무책임한 행동에 하람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챙겨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

주향은 하람에게 가락지를 언급했다. 신물이라 부르는 그 가락지는 마왕의 힘을 조절할 수 있는 신묘한 것이라 했다. 이는 마왕을 받은 왕이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왕을 봉인한 후 사라진 그 반지를 찾는 것은 마왕에 잠식당하지 않고 그 힘을 활용하겠다는 주향의 바람이다.

하람은 주향의 언급으로 자신이 천기에게 준 옥가락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줬던 그 반지에 그런 사연이 담겨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이를 이용하겠다는 의지는 존재했다. 그리고 마왕 봉인식을 복수의 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하람에게 옥가락지는 자신이 가져야 할 신물이 되었다.

천기는 열심히 어용을 그렸고, 누가 봐도 탁월한 솜씨는 주향마저 당혹스럽게 할 정도였다. 어용의 완성도가 뛰어나 봉인식에서 자신이 아닌 어용에 봉인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만들 정도로 말이다. 하람이 택한 기일을 어기고 빠르게 봉인식을 가질 정도로 주향의 마음은 급하다.

옥가락지의 가치를 알게 된 하람은 봉인식이 열리는 날 무리를 해서 주향의 집을 빠져나갔다. 주향이 원하는 신물을 찾아오겠다는 단서를 단 그는 감시자의 눈을 피해 천기에게 준 옥가락지를 거짓말로 돌려받았다. 천기가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다 했지만, 하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

양명은 국무당을 통해 주향의 몸으로 마왕이 들어갔을 때 행할 수 있는 방책을 물었다. 이는 단순했다. 만약 어용이 아닌 주향의 몸에 마왕이 들어가는 즉시 숨통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왕이 들어가는 순간 그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문제의 보검이 마왕을 죽일 수는 없지만 이를 품은 인간은 죽일 수 있다고 했다. 마왕을 품은 인간을 죽이고, 어용에 봉인하겠다는 것이 국무당의 계획이다. 그리고 양명은 주향을 죽이게 되면 자신도 뒤를 따르겠다는 의지를 표하기까지 했다.

주향은 마왕을 받아들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양명은 봉인식 날 마왕을 어용에 봉인하기 위한 준비와 의지도 다졌다. 천기는 어용을 완성함으로써 모든 일을 끝냈다. 마왕을 품은 하람 역시 신물인 옥가락지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하람은 봉인식에서 모든 원한을 풀어내는 자리로 만들려 준비하고 있다. 마왕을 통해 왕족 일가를 몰살시키고, 이에 부화뇌동했던 자들까지 모두 제거하는 것은 하람의 목표다. 자폭 테러와 같은 상황이라는 것은 현장에 천기는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 드러났다. 자신이 죽더라도 복수도 이뤄내겠다는 의지에 모두 담겨 있으니 말이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

봉인식이 열리는 날 삼신할망과 호령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길일도 아닌데 봉인식을 한다고 지적하는 상황에서 삼신할망은 "누군가의 희생을 피할 수는 없겠구나"라는 언급을 했다. 이는 이날 봉인식을 통해 누군가는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는 예언이기도 했다.

주향이 주관하는 마왕 봉인식은 국무당이 아닌 미수가 이끌고 그렇게 하람 안의 마왕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나온 마왕이 주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자 하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옥가락지의 힘으로 마왕을 제어할 수 있었던 하람은 주향에게 호통을 치며 분노를 참지 않았다.

주향 역시 하람의 가슴 부위에서 빛나는 옥가락지를 발견하며 자신에게 준 것은 가짜임을 깨닫게 되었다. 마왕의 힘을 이용해 주향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제압하기 시작한 하람마는 폭주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당은 어용에 마왕을 봉인하려 시도하지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문제의 어용이 모두 찢겨버렸기 때문이다. 마왕을 봉인할 어용이 찢겼다는 것은 봉인식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양명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뛰어나온 천기로 인해 문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홍천기>

마왕의 눈을 가진 천기를 보자 옥가락지는 힘을 쓰지 못했다. 하람이 제어할 수 없는 마왕의 본능적 욕망이 자신의 눈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옥가락지가 없는 천기는 하람마를 당할 재간이 없었다. 그런 위태로운 상황에 나선 것이 양명이다.

국무당이 준 보검을 주향이 아닌 하람의 등에 꽂았다. 위기의 천기를 구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경고에도 양명은 선택했다. 그렇게 마무리된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 일월성의 모습으로 반격하는 하람을 예고편에 띄우며 흐름을 보여줬다.

어느 순간 민폐가 되어버린 천기는 예고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저 백마 탄 왕자가 와서 자신을 구하고 행복한 결말을 맺기 바라는 모습만 존재할 뿐이었다. 천기가 주인공임에도 어느 순간 남성만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둔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점은 이상하게 다가올 정도다. 작가가 바뀐 것이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 제목부터 잘못된 듯하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