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국민대 교수회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학위 논문 의혹과 관련해 내부 투표를 거쳐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교수회 내부에서 ‘투표 규칙'과 '설문지 문항’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대 교수회가 이달 5∼8일 4가지(적극대응·소극대응·비대응·기타) 선택지를 놓고 진행한 내부 투표에서 '적극대응'(38.6%·114명)과 '비대응'(36.9%·109명)이 근소한 차이로 갈려 결선투표로 이어지게 됐다. 13일까지 이뤄진 결선투표 결과는 '적극대응'(53.2%·173명)과 '비대응'(46.8%·152명)이 팽팽했다. 어느 쪽도 3분의 2 이상 득표하지 못해 안건 자체가 폐기됐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의 투표율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대 A 교수는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결선투표로 가는 투표 규칙을 교수회장단이 자의적으로 정했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어떤 (투표) 규칙을 정해야 될지 (교수회에서)논란이 있었다”며 “교수회칙에는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게 (교수회장단의)자의적인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A 교수는 “(투표 규칙 논의) 과정에서 한 번도 ‘결선투표’에 대한 제안이 나온 적 없었다”며 “그래서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10월 15일자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A 교수는 투표 문항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나와야 안건이 채택되는데 문제는 투표 문항이 4개였다”며 “특히 ‘대응하자’는 ‘적극대응’과 ‘소극대응’ 두 가지로 나눠있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 문항에도 3분의 2 이상의 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애초부터 문제를 갖고 진행된 투표였다”고 지적했다. A 교수는 “1차 투표에서 ‘적극 대응’과 ‘소극적 대응’을 합치면 61%였는데 2차 투표에서 ‘소극적대응’에 투표하신 분들이 '비대응' 쪽으로 옮겨간 것 같다”며 “결국 과반수를 넘겼지만 3분의 2에 도달하지 못해 안건이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교수는 “과반 투표자 중 압도적 다수가 이 사태에 분노하고 있는 만큼 교수회 결정에 우리는 매우 비판적”이라며 “176명의 교수님들이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목소리를 다시 담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표 결과를 놓고 국민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김건희 논문 심사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의견 표명이 마땅한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갖은 꼼수를 부려가며 이를 회피한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 2008년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 '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 논문으로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씨의 논문은 지난 7월 일부 표절과 저작권법 위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교육부는 12일 국민대가 제출한 김건희씨의 박사학위 논문 연구부정 의혹 검증 자체조사 계획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이날 “국민대로부터 학위 논문 검증과 관련한 자체 조사 계획서를 제출받았으나 예비조사 결과에 대한 실질적 재검토 계획이 없어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