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ABC협회 부수공사 대안 마련을 위해 ‘신문 구독자 조사’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정부광고인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변죽만 울리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체부가 정부광고 집행기준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정부광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체부는 지난 7월 ABC협회 부수공사의 정책적 활용중단을 선언하면서 “종이신문 구독자 조사를 정부광고 집행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5만 명 대상 신문 구독자 조사를 실시해 이를 정부광고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문체부는 언론중재위원회 직권조정 건수, 자율심의 참여 여부, 편집·독자위원회 설치 여부, 4대 보험 및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 포털제휴 여부 등을 핵심·참고자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13일 열린 13일 <공정·투명한 정부광고, 길은 있나?> 토론회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에 대해 이준영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 전문위원은 13일 <공정·투명한 정부광고, 길은 있나?> 토론회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광고”라며 “‘ABC협회 부수공사를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문제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영 위원은 “정부 기관은 신문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혹은 감시와 견제를 무디게 만들기 위해 정부광고를 ‘적절히’ 배분했다”며 “신문사는 정치적 영향력을 적절히 발휘해가며 정부광고를 따낸다. 정부광고가 본래 기능에 충실했고, 엄정한 기준과 전문적인 홍보 기법에 따른 집행을 해왔더라면 ABC협회 부수 공사라는 의미 없는 지표가 반영될 수 있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준영 위원은 정부광고 집행내역 공개를 통한 투명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비공개하고 있다. 이 위원은 “매년 1조 원이 사용되는 정부광고 내역을 공개하고 점검하는 절차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감시받지 않으니, 제멋대로 쓸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집행기준을 명확히 하고, 정책 공공성을 높이고, 내역과 효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과 비판에 열려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영 위원은 “각 신문사가 자체 운영하는 배달과 수금관리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부수를 인증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기준은 최대한 간단해야 한다”며 “각 언론사가 지출하는 인쇄비, 수송비 등을 확인하면 부수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4대 보험, 임금체불 여부 등 핵심 고용지표만 참고자료에 포함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선영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정부광고가 신문사의 감시와 견제를 무디게 하고, 정부 기관이 광고를 배분했다고 했는데 일부 부작용이 있었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정부광고는 한정된 시간과 예산안에서 종합적 정책소통수단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그러나 정부기관이 일관된 기준 없이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비판이다. 이승환 경남도민일보 뉴미디어부장은 “기자가 광고비를 따오면 인센티브를 받는 일이 있다”며 “언론사 내부에선 누가 얼마 받는지 다 알고 있다. 또한 경남도민일보에 ‘관련 기사를 써주면 정부광고 천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은 “인구 6만의 한 지방자치단체는 130개 매체에 정부광고를 집행한다”며 “사실상 모든 언론사에 광고를 준다고 보면 된다. 정부광고를 받는 매체 중 정상적으로 기사를 출고하는 곳이 몇 곳이나 있겠는가”라고 했다. 심영섭 교수는 “정부광고 조례를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17곳 밖에 없다”며 “조례가 없는 지자체는 정부광고를 통해 ‘선의’를 베풀 수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기관장에 의해 정부광고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민진영 경기민언련 사무처장은 “정부광고 관련 리베이트 문제가 심각하다”며 “기자가 광고를 찾아다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 처장은 “모 지방자치단체는 서울 일간지에 3억 원 상당의 책자 발간 광고를 집행했는데, 그 책은 모두 창고에 있었다”며 “또 다른 지자체 대변인실 실장은 술에 취한 채 즉흥적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민 처장은 “정부광고 원칙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통일된 정부광고 집행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비판 이어지는 ‘신문 구독자 조사’…"조사 대상 대폭 확대해야"

문체부가 제시한 ‘신문 구독자 조사’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문체부는 5만 명을 대상으로 종이신문 구독률·열독률을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종이신문 열독률이 10%대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 참가자는 5천 명 안팎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유력 신문의 구독·열독률은 알 수 있으나, 전체적인 구독·열독률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영아 회장은 “5만 명 조사로 지방자치단체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조사가 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사 비용을 부담하고, 조사 대상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승환 부장은 “구독률·열독률을 통해 신문사의 차등을 두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형 위원은 “5만 명 조사로 지역신문, 특수신문, 군소신문의 열독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가”라며 “언론중재위 직권조정 건수, 포털제휴 여부를 지표로 삼은 것 역시 문제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포털 의존성인데, 이를 더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해 이선영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광고 효과성과 신뢰성”이라며 “참고자료를 만들고, 정부 기관에 사전 안내와 컨설팅을 실시할 것이다. 또한 언론사와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미디어바우처법 발의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미디어바우처, 전국적으로 시행하면 혼란 발생”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미디어바우처법 제정안’에 대해 “한국 현실에 맞지 않다”는 부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며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실시한다면 기존 지역신문 지원제도와 섞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민진영 사무처장은 “미디어바우처 제도가 가진 긍정적인 의미는 있지만, 이를 전국적으로 시행하면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환 부장은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실명화된 ‘좋아요·싫어요’ 제도”라며 “또한 미디어바우처를 정부광고와 연계하는 방안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심영섭 교수는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시행하려면 지자체 차원에서 해야 한다”며 “또한 (미디어바우처를) 미디어에 소외된 계층이 언론을 구독할 수 있는 비용으로 집행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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