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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창 생리대’ 그 후 5년, 생리 빈곤 사라졌을까[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세상 절반의 기본권, 생리 기본권
김은희 | 승인 2021.10.07 13:45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나는 여자이고 생리를 한다. 한 달에 한 번, 생리하며 일주일 동안 출혈이 있다. 사흘 동안은 쏟아진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출혈이 있고, 이후 출혈은 점점 줄어들어 칠 일째 되는 날 출혈은 멈추고 생리가 끝난다. 생리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삼 일째 되는 날까지 생리대는 하루에 네 개에서 여섯 개까지 필요하다. 

생리대는 보통 열 개에서 열여섯 개를 한 묶음으로 묶어서 판매하며 가격은 오천 원 후반부터 시작한다. 생리 기간에 사용되는 생리대는 열 개를 한 묶음으로 하는 상품 두 개가 필요하다. 면생리대를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사용하는 것이다. 한 달에 생리대에 쓰는 비용이 만이천 원 정도이며 일 년 동안 생리대 사용에 필요한 비용은 십삼만사천 원 정도이다. 생리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성별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생리도 마찬가지이다. 옛날 사람들이 생리를 달거리, 월경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생리는 달마다 거르지 않고 치러지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운 현상이 참 은밀하며 불편하며 불쾌하다.

생리용품 판매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자 대부분이 십 대 초반에 생리를 시작한다. 초경은 당혹스럽다. 내 기억은 그랬다. 열세 살에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는 대학교에 다니는 언니들이나 아기를 낳는 엄마가 하는 것으로 성숙한 여성에게 어울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아직 어린이날에 선물을 받는 어린이였다. 무섭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또래의 아이 중 내가 가장 먼저 생리를 시작하는 것 같은 불안감에 초경을 숨겼다. 누구에게도 생리가 시작되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언니가 있었는데도 말하지 못했다. 

생리는 여자로, 아기를 갖고 낳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배웠지만, 생리를 시작할 때 심경과 생활의 변화를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성교육은 하지만 생리대 사용법을 배우지는 못했다. 당시 생리가 묻은 팬티는 몰래 빨아서 널어야 하는 것으로 알았고, 생리대를 살 때도 주위를 살피며 사람들이 없을 때 조용하고 은밀한 목소리로 생리대를 달라고 말해야 했다. 여성의 몸은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소중한 몸이라고 배웠지만, 생리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몇 번을 망설여 생리대를 살 돈을 달라고 내미는 손이 이상할 정도로 오그라들었다. 

또 생리는 여러 면에서 불편했다. 생리 주기를 벗어나 갑자기 시작되는 생리 때문에 진땀을 흘리며 생리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날도 있으며 출혈이 많은 날이면 생리가 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조심해야 했다. TV 드라마 장면에서 초경을 시작한 딸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이 파티를 준비하고 아버지가 딸에게 생리대를 선물한다는 이야기는 남의 나라의 이야기처럼 생경했다.

서울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2019년 5월 28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발족식을 열고 서울시가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 2021년을 사는 십 대 소녀들의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생리 빈곤’에 시달리는 십 대 소녀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생리 빈곤’ 낯설고, 가슴 아픈 단어이다. 

생리가 시작되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소녀들이 있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생리대가 없어서,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해요, 라고 말할 수 없어 소녀는 등교하지 못한다. 2016년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이 ‘생리 빈곤’에 집중되었다. 취약층에 면생리대를 보급하자는 의견, 생리대 가격을 낮추자는 의견, 생리대를 무상으로 보급하자는 의견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무수히 쏟아졌던 관심과 의견 중 어느 것이 남아 있을까. 2021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생리 빈곤’이라는 단어에서 소녀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생리 빈곤에 시달리는 소녀에게 생리대는 필수품이지만 사치품처럼 느껴진다. 열 개에서 열여섯 개까지 기본으로 묶어서 파는 생리대가 오천 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생리대 한두 개로 하루를 버티는 소녀도 있고, 그나마도 살 수 없어 생리 기간에 등교를 포기하고 집에서 휴지나 조각 천을 사용하며 버티는 소녀도 있다. 취약층에서도 아버지 혹은 오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녀의 경우 비싼 생리대를 사기도 어렵지만 말하기는 더욱 어렵다.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소녀의 이야기 이후 서울엔 생리대 바우처가 생겨 생리대를 싸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지만 ‘생리 빈곤’을 해결하기에는 시설이 부족하고, 소외된 지역도 많다. 

광주광역시 비상용 생리대 무료 자판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 스코틀랜드는 생리대 무료 보급 법안을 통과시켜 세계 최초로 생리대를 무료 보급하게 되었다. 뉴질랜드도 생리대와 탐폰 등을 3년간 여학생들에게 무료 보급하기로 하였다. 두 나라만 보아도 생리 빈곤은 정부가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로 정책을 마련해야 가능할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용품 무상 지원을, 일부 지자체는 보편 지급을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생리 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생리가 아름다운 여자가 되는 과정이며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라고 가르치기 전에,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고달프고 불행하지 않은 행복한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생리 기본권을 지켜줘야 한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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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postboat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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