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이사회에서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사실상 주진우 기자의 라디오 프로그램 하차를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법 제49조에 따르면 KBS 이사회는 프로그램 제작에 관해 심의·의결할 권한이 없다.

6일 열린 KBS 이사회에서 김종명 보도본부장, 양홍선 제작1국장, 최봉현 라디오센터장이 차례로 ‘대선방송 공정성 확보방안’을 보고했다. 최봉현 센터장은 “뉴스 시사 전문채널인 1라디오에서는 진행자, 패널 선정을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맡긴다”며 “선거 기간에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한 이들은 배제해왔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패널 선정에 대해 “양쪽으로 고르게 섭외하고 있다”며 7월 1일부터 9월 24일까지 출연자 현황을 보고했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더불어민주당 인사 57명, 국민의힘 인사 49명, <주진우 라이브>에는 더불어민주당 64명, 국민의힘 66명이 출연했다.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라디오센터장 보고 이후 일부 이사들이 주진우 진행자의 편향성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류일형 이사는 “'주진우 라이브'를 가끔 듣는데 KBS 정치적 중립성에 흠집을 낸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코비스(KBS사내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보면 공정성과 편파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류 이사는 “12기 이사회가 출범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자고 했는데 KBS에 외부 진행자가 꼭 필요한가 의문”이라며 “가능한 KBS 자체 인력으로 KBS 출신 스타를 키우는 게 좋을 것 같다. 외부 진행자에 대한 교체를 전면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래 이사는 “KBS 라디오 프로그램이 자율성을 강조하는 만큼 진행자의 객관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겠지만 상당 부분 진행자의 편향성에 의지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이사는 “제작 자율성이 중요한 만큼 책임성 원칙도 중요하다”며 “주진우 기자는 논쟁적인 인물이기에 대선 국면에서 주진우 이름 석자만으로 KBS 라디오 방송의 공정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치인 패널이 많이 출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일형 이사는 “정치 이슈에 정치인이 직접 나오는 것도 좋지만 논쟁적이다. 당에 직접 관여하는 이 말고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전문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이사는 고정패널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문제삼았다. 김 이사는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재산 300조 허위발언을 하는 등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일반 시민으로서 건전한 상식을 가졌는지 의심될 정도이며 윤지오 관련한 해프닝 등 논쟁적인 인물인데 왜 함량 미달인 정치인을 고정패널로 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최봉현 라디오센터장은 주진우 진행자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 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논란이 돼 진행자에게 주의를 주고 곧바로 사과방송을 한 바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정제재가 아닌 ‘의견제시’를 내렸고, 공정성이나 객관성 조항 위반이 아닌 진행자의 방송 태도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따라 진행자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숙지시켜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관련기사 : 주진우 'MB 편지', KBS 내부 심의 검토 중)

또 최봉현 라디오센터장은 “주진우 기자의 방송에는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주 기자가 친정부적 사람이라고 보는 이들은 왜 야당을 강하게 혼내지 않냐고 비판하고 반대 진영은 친정부편이라고 비판한다”며 “어쨌든 진행자가 균형을 최대한 맞추려고 하고 있으며 이슈에 대해 시민들을 대신해 질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 출연에 대해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역구에서 적어도 5번이나 당선된 국회의원이다. 라디오 방송 패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봉현 라디오센터장은 정치인의 패널 출연에 대해 “모든 사안을 정치적 논쟁으로 소비하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되나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가능하면 정치인 출연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며 “하지만 요즘 트렌드가 이슈에 중심이 되는 사람이 나와야 많이 들으니 이를 포기하기도 어렵다. 정치인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이재명 표적수사 의혹' 관련 보도에 대한 지적 등이 이어지자 조숙현 이사는 “구체적인 보도에 대해서 이사회가 질의하는 게 허용되냐”며 “적절하지 않다”는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KBS는 대선방송 공정성 확보방안으로 ▲선거방송보도준칙 개정·적용 ▲대선검증TF 운영 ▲대선보도자문단 구성 ▲사전 보도 팩트체크팀 ‘체크체크팀’ 운영 ▲이용자 관여팀을 활용한 설명책임강화 ▲전문가 협업 제도 운용 ▲정치부 의정팀을 정책검증전담팀으로 변경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공론장 ‘정치합시다-대통령 자격편’ 편성 등을 준비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