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4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14년 전 10.4 선언에서 맺었던 약속을 실현하자는 의미”라며 “빠르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4자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4일 북한이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됐다. 지난 8월 10일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반발해 북한이 통신선을 끊은 지 55일 만이다. 이는 지난달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장연설에서 '10월 초 통신선 복원'을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사진=연합뉴스)

정세현 전 장관은 통신연락선이 4일 복원된 이유에 대해 “14년 전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하고 10.4 선언을 발표했던 날”이라며 “10.4 선언 4항에는 소위 종전선언 관련 조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반도 관련 3국 또는 4국의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료를 선언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이야기를 꺼내기는 했지만 방식은 14년 전 10.4 선언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경제가 유엔 대북제재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고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됐기에 밖으로부터 인도적 지원 물자도 못 받고 있다. 작년에는 태풍에 홍수 피해까지 와서 농사를 망친 관계로 식량 사정도 어렵고 삼중고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서울과 관계를 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큰 그림을 머릿속에 넣어 놓고 북한이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북한이 3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정 전 장관은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철폐해 남쪽의 미사일 사거리가 늘어나게 된 데에 따라 경계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또한 “북한은 군비경쟁이 싫으니 회담을 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한 셈”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앞으로 통신선 복원 이후에 남북 관계가 다시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북한에서는 군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지원 문제와 관련해 "지난 1일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좀 완화하는 문제를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발언하자 미 국무부 관리가 ‘유엔 대북제재는 앞으로도 계속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는 전반적인 제재 해제는 어렵다는 뜻으로, 이를 앞으로 북한 지원도 못 하겠구나란 식으로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식량과 백신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지원 문제로 성격을 규정하면 유엔 대북제재와는 무관하게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 전 장관은 “한국이 식량을 주고 미국이 백신을 주자는 이야기는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론이 되어가는 것 같다”며 “미국이 5억 도스 분량의 백신을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가만 있으면 안 된다.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을 계기로 미국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빠르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한북미 3국 합의가 가능했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심화된 지금으로선 4국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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