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황희찬이 양발로 골을 기록하며 위기의 울브스에 승리를 안겼다. 2연패 중인 상황에서 이번 경기는 어떻게든 이겨 반등해야만 했다. 황희찬은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며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우측 윙어로 등장해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감독의 말처럼 EPL 적응이 끝난 듯한 모습이었다.

울브스에선 골을 결정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 그런 점에서 황희찬의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완전 이적이 아닌 임대 형식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울브스 팬들은 황희찬 완전 영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울브스에서 황희찬이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만 보면 그를 영입하지 않을 그 어떤 이유도 없으니 말이다.

울브스의 리그 첫 골도 황희찬이 넣었고, 이후 팀의 골 담당자가 황희찬이라는 점에서 팀에서 가질 수 있는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전 소속팀에서 제대로 출전할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그보다 높은 EPL에서 완벽하게 존재감을 보이는 황희찬은 내년 시즌 울브스만이 아니라 다른 팀들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뉴캐슬전 득점 후 기뻐하는 황희찬 [로이터=연합뉴스]

뉴캐슬과 경기에서 감독은 황희찬-히메네스-트린캉 조합으로 나섰다. 기존 울브스는 히메네스를 정점으로 트라오레, 포덴세를 세우는 방식으로 나섰었다. 기존 핵심 자원들을 과감하게 빼고, 황희찬과 트린캉을 올린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트라오레가 보여주는 돌파력은 강하지만 그는 결정력이 부족하다. 어시스트 역시 많지 않다는 점에서 항상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 황희찬은 트라오레의 장점과 약점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선수로 다가왔다. 울브스가 이적 마지막 순간 황희찬을 데려온 이유이기도 했다.

RB라이프치히에서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코로나 치료를 받고 복귀한 후에도 감독은 황희찬을 외면했다. 그렇게 독일 입성은 황희찬에게는 악몽이 되었고, 울브스에서 기회를 잡았다. 임대 신분이지만 EPL로 건너와 울브스의 시즌 첫 골은 황희찬의 몫이었다.

멋진 골이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올 시즌 울브스가 거둔 다섯 골 중 3골이 황희찬의 몫이다. 팀의 60%를 차지하는 득점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황희찬의 선제골 장면 [로이터=연합뉴스]

오늘 경기에서 황희찬이 왜 울브스에 중요한 선수인지 잘 드러났다. 팀의 핵심인 히메네스가 완벽하게 부활했다는 사실도 이후 황희찬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첫 골은 전반 20분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히메네스와 눈빛 교환으로 황희찬이 방향을 잡았고, 완벽하게 수비수를 제치는 킬패스가 이어졌다.

수비수 4명이 라인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져나가며 히메네스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거침이 없었다. 군더더기 없이 히메네스의 패스를 방향을 바꿔 선제골로 만들었다. 너무 쉽게 넣어 누구나 넣을 수 있는 골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히메네스의 패스를 받은 지점을 생각해보면 각도가 좁았다. 각으로 보면 45도 정도나 될까 싶을 정도로 우측으로 많이 기운 상황에서 앞에서 골키퍼가 더욱 각도를 좁히고 나오고, 뒤에는 뉴캐슬 수비수들이 달려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압박 속에서 황희찬은 완벽하게 방향을 틀어 골로 연결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황희찬의 골 결정력이 탁월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앙과 윙어 자리를 오가며 상대를 혼란시키고 압박하는 능력은 앞으로 울브스의 핵심 공격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골 세리머니 하는 울버햄프턴 황희찬. [로이터=연합뉴스]

황희찬은 골만 넣은 것이 아니라 수비에도 적극적이었으며, 전반 트린캉에게 보낸 어시스트는 완벽했다. 좌측 라인에서 중앙으로 보낸 어시스트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저 발만 잘 가져다 대면 골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트린캉의 슛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반 41분에 골키퍼가 뉴캐슬 선수와 경합 중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제프 핸드릭이 골을 넣는 과정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골로 인정이 되면서 동점으로 전반을 보냈다. 후반에도 황희찬의 움직임은 좋았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정리하는 한방을 보여주었다.

후반 13분 중앙에 있던 히메네스는 수비의 태클에도 좌측으로 파고드는 황희찬에게 패스를 넣어줬다. 공을 몰고 가던 황희찬은 왼발로 완벽한 골을 만들어내며 팀 승리를 완성했다. 전반 우측에서 오른발로 골을 넣은 황희찬은 후반에는 좌측에서 왼발로 결승골을 넣었다.

좌우 양발로 모두 골을 넣으며 황희찬에 대한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후반 막판 교체되기 전에는 그라운드에 쓰러질 정도였다. 그만큼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파괴적으로 상대를 압박했다는 의미다. 후반 추가시간에 트라오레와 교체되어 들어오는 황희찬을 향해 홈팬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황희찬과 포옹하는 히메네스 [AP=연합뉴스]

어느 순간부터 황희찬 맞춤형 수비가 나올 것이다. 이때부터가 진짜일 수밖에 없다.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히메네스와 황희찬 조합을 깨려는 시도도 반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것 역시 당연한 임무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최고가 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황희찬이 탁월한 기술을 가진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뛰어난 발재간에 폭발적인 스피드, EPL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체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울브스가 그토록 원했던 골 결정력을 가졌다는 것이 최고다. 그런 점에서 감독부터 현지 언론까지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같은 날 경기에 나선 이강인 역시 후반 늦은 시간 교체되기 전까지 팀을 이끌었다. 후반 레알 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치고 들어오며 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펀칭에 막혀 골대를 맞고 나오는 장면은 아쉬웠다. 충분히 골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후 바로 크로스에 이어 헤더 골로 팀이 승리했다는 점에서 이강인도 만족스러웠을 듯하다.

황희찬은 분명 울브스에 절실한 선수였다. 토트넘이 데려오려 했던 트라오레를 밀어낼 정도다. 물론 이후 어떤 라인업이 갖춰질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 팀의 득점을 책임지는 황희찬은 어떤 위치에서든 선발로 나설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의 흐름을 이어가 황희찬의 성공시대가 펼쳐질 수 있기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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