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강진부 지부장ⓒ권순택
최근 트위터를 통해 <경향신문> 구독 캠페인이 진행돼 200~300명의 독자가 늘었다는 소식이다. <경향신문>을 향한 트위터리안들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조중동매경 종합편성채널 개국이라는 또 다른 사건에서 <경향신문>은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경향신문>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광고가 안정적인 유지를 나타냈지만 10월부터 광고가 10~15% 줄었다는 게 전국언론노동조합 강진구 경향신문 지부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트위터에서 퍼져나간 <경향신문>의 ‘경영위기설’은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2008년 시작된 비상경영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종편의 개국으로 <경향신문>의 비상경영체제는 당분간 이어갈 전망이다.

2012년은 그야말로 선거의 해다. 이미 코앞에 닥친 4·11총선이 있으며 12월에는 대선이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권을 향하고 있는 이 때 중요한 것은 언론이다. 편파·왜곡을 일삼는 족벌신문과 종편이 아닌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이다.

18일 서울시 정동에 위치한 <경향신문> 노조사무실에서 강진구 지부장을 만났다. 경영위기설부터 물었다.

“<경향신문> 회복 중…종편은 변수”

“2008~2009년 국제금융위기에 정부의 광고탄압까지 겹치면서 임금의 50%까지 삭감되는 등 실제 좋지 않았다. 비상경영체제였다. 그때 ‘<경향신문>을 도와야하는 게 아니냐’는 익명의 독자가 자기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뒤늦게 트위터에서 돌았던 것 같다. 경영위기가 현재진행형으로 회자되면서 본의 아니게 독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준 것에 대해 죄송하다. 지금은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 중에 있는 상황이다”

<경향신문>이 ‘회복 중’이라는 강진구 지부장. 그러나 ‘종편’은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구 지부장은 “지금은 급한 불을 끈 정도”라면서 “종편이라는 변수만 없었다면 2012년 단기순이익 흑자를 기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올해도 비상경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종편이라는 변수만 없었다면 2012년에는 단기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다시 비상경영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박봉인 급여 삭감에는 동의할 수 없고 사측도 이해를 한 상황이다. 경비를 줄이고 수입원을 다각화하는 등 다시 고비를 넘어야 한다. <경향신문>의 경영정상화, 종편이 변수이자 최대 난관, 불안요인이다”

종편에 뛰어든 신문사은 경영위기 타개책으로 방송에 진출한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러나 강진구 지부장은 ‘그렇기 때문에 험난한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했다.

“종편은 저널리즘 측면이나 상업적으로 보나 성공하기 매우 힘든 환경 속에서 출발했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송을 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경영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비상구로 생각했다는 게 문제다. 시청률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 측면에서 잘못 출발한 것이다. 불나방처럼 SBS 성공신화에 빠져 다채널 시대 환경을 도외시한 것이다. 현재 0%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예상했던 결과다. 전문가들도 지상파 3사를 제외하고 한 개사가 SBS급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종편이 아니라 CJ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이미 종편은 개국했고 미디어 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향신문>이 영향권 아래에 놓였을 정도라면 지역 신문의 처지는 보다 나쁠 것으로 판단된다. 어느 때보다도 안정적인 ‘재정 확보’가 중요한 때다. 강진구 지부장은 그러나 “18대 국회에 상정돼 있는 신문지원법은 자동 폐기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신문지원법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생색내기’식 지원으로 옮겨갔다. 구조적 처방은 외면하다보니 외려 친정부지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양산하기도 했다. 종편 특혜에 대한 ‘물타기’식으로 신문특별진흥법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 법은 정치 편향성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언론진흥재단 중심의 신문지원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도리어 이 법의 통과를 막아야하는 상황이다. 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시켜야 한다.

신문의 구조적 문제는 윤전과 배달 등 고비용에 있다. 사실은 펀드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 최문순 전 의원(현 강원도지사)이 제안했던 게 1조원 프레스 펀드가 있으며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은 2조원 조성을 말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에서는 신문발전지원에 미디어균형발전지원의 의미를 부여해 방송광고나 인터넷, 통신 등에 기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강진구 지부장은 “1차 콘텐츠인 뉴스 콘텐츠들이 인터넷 상에서 클릭수로 평가받다보니 상업적 경쟁에만 내몰리게 되면서 공적 콘텐츠는 과소 생산되고 이미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연예 뉴스는 과대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지원이 국고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방송, 통신 쪽에 부과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뉴스 콘텐츠의 비영리 사용에 대해 관대해져야 한다’는 게 강진구 지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뉴스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침해 액수가 연간 5000억 수준”이라며 “현재 이에 대한 신문사 대응방식은 언론재단을 통한 저작권 침해 사례를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강진구 지부장은 “뉴스 콘텐츠 침해사례를 보면 상업적 이용보다는 회사 홈페이지에 옮기는 정도로 비영리 목적이 많다”며 “차라리 공적 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고 지원을 받은 신문사는 콘텐츠를 프리 억세스 하도록 공급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 경향신문 강진구 지부장ⓒ권순택
“신문의 원칙은 편집권 독립…미디어렙 기본도 마찬가지”

<경향신문> 재정 상황에서 삼성 광고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광고는 ‘넘버ONE’이다. 삼성이 어떤 규모로 광고를 집행하느냐는 다른 광고주들의 바로미터다. 삼성과 불편한 시절, 사실은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광고의 연쇄작용으로 더 힘들었다. 경영진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편집노동자들은 편집권 독립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마찰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쨌든 편집국에서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기조는 이어지고 있고 2010년 그 이후로는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 노조 차원에서도 지면 감시 활동을 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터뷰는 미디어렙 법으로 넘어갔다. 강진구 지부장은 “미디어렙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방송의 프로그램과 광고의 연계를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렙 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데, 우려되는 것은 MBC, SBS의 직접영업이다. 이들의 직접영업이 현실화되면 미디어렙을 근간으로 유지돼 왔던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진다. 그래서 1차적으로 불충분한 법이지만 일단 통과시켜 MBC와 SBS의 직접영업을 저지해야 한다.

지금 입법이 안 돼 총선으로 넘어가면 1년이나 1년 반 동안 무법 질서가 된다. 그 사이 중소 방송들이 큰 피해를 본다. 그런데 이것은 소극적 차원의 피해이고 중요한 것은 방송의 공공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방송광고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면 신문사들은 더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광고주 실사조사에서도 신문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사가 미디어렙 미비의 최대 피해자다. 미디어렙 제정은 방송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그리고 2차적으로 민영이긴 하지만 SBS렙이 공영구조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종편도 같이 묶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일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 같은가’라는 물음에 “어려울 것 같다”는 강진구 지부장은 “그러나 1월 중에는 반드시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2월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의제 설정력이 약하다?…“진보 매체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강진구 지부장은 “큰 고민”이라며 “절대적으로 방송이나 조중동에 비해 화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조중동을 1차적 텍스트로 보고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그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는 매체로만 인식이 되는 측면도 있다.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어떤 식으로 보도할지 숙제거리가 던져졌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의제로 설정한 것은 진보매체들의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이번 총선 때에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과 의제를 발굴하려고 한다”

한미FTA ‘날치기’는 한나라당의 뿌리까지 흔드는 출발점이 됐다. <경향신문>은 155명의 찬성 의원들의 얼굴을 1면 전면에 게재해 네티즌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내부 평가를 물어봤다.

“다큐로 찍는다면 원거리에서 찍는 것도 방법이지만 클로즈업도 필요한 법이다. 1면에 찬성한 의원들의 사진을 배치했던 것은 법안을 통과시킨 장본인들을 클로즈업으로 부각시켰던 시도였다. 익명 속에서 자기들의 책임을 회피했던 국회의원 개개인들을 불러내고 책임을 묻는 고발성이 강한 시도였다”

그러나 강진구 지부장은 “편집국 내부에서는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게 한미FTA의 본질이냐”, “너무 선정적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등 저널리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목소리였다.

강진구 지부장은 “경향신문의 가장 큰 자산은 독자들”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사원주주로 거듭난 지 13년 정도 됐다. 그 사이에 급여도 줄어들고 경영도 어려워지긴 했지만 얻은 건 독자와 독자들의 신뢰가 아닌가 생각한다. 예전에는 판촉을 하지 않으면 절반 정도의 독자가 바뀌는 등 물갈이가 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판촉을 따로 하지 않았음에도 장기독자가 크게 늘었다.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이다. 이것이야 말로 어려운 시기에도 구성원들이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강진구 지부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앞으로도 신뢰와 사랑해주시는 만큼 좋은 기사와 한 발 더 다가간 지면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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