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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령 촌평 “방호복 만들랬더니 누더기 옷"강은미 "죽지 않고 다치면 처벌할 수 없는 구멍 많아"…노사 양측 "모법 개정" 요구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9.29 11:35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해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호복을 만들어달라 했더니 간신히 걸칠 수 있는 누더기 옷을 만들어놓았다”라고 총평했다.

강 의원은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전 세계적인 추세는 법은 포괄적으로 명시해 놓고 법정이나 노동부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인데, 우리나라는 법도 부족한데 이를 좁게 해석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서 사업자들이 다 빠져나갈 수 있게 만들어 노동계가 반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실제로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있겠느냐 하면 많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28일 참여연대에서는 '노동자, 시민의 요구 외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중대산업재해‘의 판단 기준이 되는 작업성 질병의 범위, ’중대시민재해‘ 판단 요건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관련된 세부사항을 규정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시행령은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를 각종 화학적 인자에 의한 급성중독과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으로 정했다. 노동계가 요구했던 ‘뇌심혈관계 질환, 직업성암, 근골격계 질환’ 등은 빠졌다.

강 의원은 “노동자가 죽지 않고 다쳐서 아무 일도 못 하고 누워있는 경우,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짚었다. 대표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의 경우 업무로 인한 과로사가 인정되면 산재가 적용돼 중대재해에 포함된다. 하지만 죽지 않고 몸이 마비되거나 질병을 얻은 경우는 중대재해로 보지 않아 택배사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강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같은 질병으로 같은 사업장에서 3명 이상, 3개월 이상 진단을 받았을 때 중대재해로 명시하고 있다. 법에 ‘급성중독증 등’이라고 해서 급성중독을 포함해 다른 질병도 열어놓은 건데 정부가 이를 좁게 해석하면서 급성중독만 포함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져 노동력이 회복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직업성 암인 경우 거의 아무것도 못 하면서 치료 중인 이들 모두 포함되지 않은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한 “최근 학교급식 노동자 47명이 집단직업병을 신청했는데, 사업장을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행령에 담긴 ‘재해 예방에 필요한 적정인력’ 부분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의원은 “2인 1조와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적정 인력보장 등은 정말 꼭 필요하다고 봤지만,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이라고만 표시돼 있어 비껴가는 것 아닌가란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시민사회의 지적도 수용되지 않았다. 강 의원은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해 버스를 덮쳐 시민들이 사망했다.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시행령에서 확대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시키길 기대했지만 이를 넓게 해석하지 않은 시행령이 만들어졌다”며 “법 제정 자체에 한계가 있는 부분으로 모법 자체를 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은 중대시민재해 적용대상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을 지하도 상가, 방파제, 영업장, 주유소·충전소 등으로 한정했다. 강 의원은 “시민이 길거리 지나가다 피해를 입어도 중대시민재해에 포함이 안 돼 모두 민사로 처리되니 정말 큰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시행령 상위 규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이 문제라고 보고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8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5인 미만 적용제외, 인과관계의 추정 조항 삭제를 비롯해 직업성 질병, 광주 붕괴, 민간위탁 금지를 포함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주장했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불분명한 경영책임자 개념 및 의무내용 등이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한 바 있으나 산업계의 우려사항이 충분히 검토·반영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통과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모호성과 하위법령으로의 위임근거 부재 등 법률 규정의 흠결 때문으로 법률 개정 없이는 이를 바로잡기가 어렵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보완입법)을 촉구했다. 

한편,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받은 50억 가운데 약 45억원이 산재위로금이라는 해명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노동자가 사망해도 보상금 1억을 받기 쉽지 않고, 실제 산업재해를 당해 가족이 사망했거나 아예 노동력이 영구히 상실된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히는 이야기”라며 “산업재해를 그런 방식으로 끼워 넣는 것은 산업재해를 당해 사망한 유가족이나 실제 노동자들에게 대단히 몰염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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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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