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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차별' 안동MBC, 인권위 권고에 '대학졸업장 따오라'A씨 '블라인드 채용' 입사, 대졸과 '10호봉' 차이… 장혜영 "차별금지법 논의 외면한 국회 책임"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9.29 09:09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동MBC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채용한 A씨에 대해 '고졸자'라는 이유로 호봉 책정에서 차별을 둬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안동MBC는 관련 인사규정을 개정하겠다면서도 차별 피해자 A씨가 대학 졸업장을 따오기 전까지는 호봉을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28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월 인권위는 안동MBC에 "동일한 채용절차를 통해 신규 채용된 직원에 대해 학력을 이유로 호봉 체계를 달리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며 관련 인사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2019년 안동MBC 신입사원 채용 모집 (사진=사람인)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학력과 무관하게 동일한 채용절차를 거쳐 채용된 직원임에도 직무에서 요구하는 전문성 등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단순히 최종 학력만을 이유로 대졸자와 고졸자에게 다른 호봉 체계를 적용하고 기본급에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안동MBC가 합리적 이유 없이 학력을 이유로 A씨를 고용영역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2019년 5월 안동MBC 보도국 영상취재기자로 입사한 A씨는 학력·성별·나이에 따른 제한을 두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입사했다. 당시 안동MBC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보면 A씨가 지원한 방송카메라 분야는 학력·연령·전공 등의 제한이 없다. 또 안동MBC는 채용지원 자격에서 모집분야별로 우대사항을 명시했지만 학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MBC는 2018년 채용부터 "학연·지연·혈연을 배제하고 응시자의 능력만을 평가하겠다"며 블라인드 공개채용을 선언했다. 

하지만 A씨는 고졸자라는 이유로 대학을 졸업한 동기들과 다른 호봉을 적용받았다. 안동MBC에서 고졸자와 대졸자의 호봉 차이는 최대 10호봉이다. 안동MBC 인사규정상 신입사원 초임 호봉 책정 기준은 '4년제 정규대학 졸업자', '2년제 대학 졸업자', '고졸 이하' 등으로 구분돼 있다. MBC 본사와 16개 지역사 중 학력을 호봉 책정 기준에 반영하지 않는 곳은 MBC본사와 울산MBC 뿐이다.

A씨의 호봉은 '가5' 호봉으로 책정됐다. 안동MBC는 고졸 이하 신입사원에게 '가6' 호봉을 책정한다. 2년제 대학 졸업자에겐 1호봉을, 4년제 대학 졸업자에겐 5호봉을 책정한다. '가1' 호봉에서 승급해야 1호봉이 된다. 여기에 군필 남성의 경우 군복무 기간을 호봉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A씨는 동기들에 비해 낮은 기본급을 지급 받았고, 인권위에 차별진정을 접수했다.

안동MBC는 A씨의 동기들이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어 동일직무를 수행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A씨의 임금테이블을 이들과 비교할 수 없고, A씨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 임금의 95%를 지급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의 경우 직무와 무관하게 고졸자라는 이유로 다른 호봉 체계를 적용받고 있고, 호봉에 따른 기본급표에서도 대졸자의 기본급과 고졸자의 기본급 금액에 차이가 있음이 확인된다"며 "안동MBC의 인사규정에는 직무분야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근거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위는 "안동MBC는 직원 승진 시에 직책 수당을 추가적으로 지급하고 있을 뿐, 직원이 승진을 하더라도 적용받는 임금 테이블에서 호봉 승급 등의 변화는 없다"면서 "5% 정도만 차이가 난다고 주장하나, 이는 저호봉자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될 경우 조정수당을 적용하는 것이므로 '학력'에 따른 차별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안동MBC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인사규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A씨에 대한 차별은 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동MBC는 A씨에게 대학 졸업장을 따오면 이를 근거로 회사 내부 논의를 거쳐 대졸자 신입사원 기준의 호봉 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안했다. 또 안동MBC는 인권위의 권고가 '법적 효력'이 없다며 A씨 한 명에 대한 호봉조정은 '역차별' 등으로 인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권위 결정에도 차별피해를 구제받지 못한 A씨는 지난주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A씨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규정은 개정해도 저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입장과 그 사유들이 말도 안 되게 느껴져 공론화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안동MBC가 제안한 합의서 내용과 관련해 A씨는 "지금까지 학력이 없더라도 충분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관계가 없다고 증명된 학력을 또 따오라고 필요 이상의 조건을 요구해 너무나 허탈했다"며 "인사규정이 개정되면 앞으로 학력에 따른 호봉 산정은 없어진다는 것인데, 회사의 제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동MBC 관계자는 "규정 개정은 마무리 단계지만 신입사원 호봉에 관한 규정이다. A씨는 이미 당사의 직원"이라며 "A씨가 해당되려면 소급적용을 해야하는데 회사 경영방침상 소급은 할 수 없다. 사규가 없는 부분의 호봉을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국회는 이 차별에 무한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면해 온 국회의 직무유기가 시민의 현실에서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견이 있다면 드러내놓고 토론하면 된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을 단 한 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혜영 의원은 "시민들의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차별을 실효성 있게 구제할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고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면서 "안동MBC의 부당한 차별에 맞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피해자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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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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