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생산비용 누적 손실이 향후 30년 간 100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중앙일보 보도가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의 감소세는 외면하고, 원자력 발전의 환경적·사회적 비용은 배제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중앙일보는 <[단독]"탈원전에 전력손실, 30년간 1000조" 국회 첫 계산서>(24일 1면 <탈원전 손실 10년 뒤 177조… 전기료 올렸다>)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의뢰하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9월 24일 중앙일보 1면 갈무리

입법조사처는 원전과 석탄화력·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을 모두 허용한 탈원전 정책 이전 상태를 '최적시스템'으로, 원전과 석탄발전기를 모두 폐기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시나리오를 '탄소중립시스템'으로 설정해 전력생산 비용과 단가 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생산 가격을 1kWh당 170원으로 가정했을 경우 '최적시스템' 대비 '탄소중립시스템'의 누적 손실은 10년 뒤 177조 4300억원, 30년 뒤 1067조 4000억원으로 나타났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전기료 인상…날아들기 시작한 탈원전 고지서>에서 관련 기사 수치를 인용하며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서 시작된 탈원전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비용 청구서가 미래 세대에게 날아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조사처 보고서의 내용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이 주장은 근거없는 가정과 편향된 데이터 선택을 통해 천문학적으로 부풀려진 터무니 없는 수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에 나섰다.

양 의원은 재생에너지 전기가 원자력·석탄발전 전기보다 2~3배 비싼 상태로 변하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보고서의 전제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태양광·풍력 발전 비용이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음에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비싼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양 의원은 "이미 미국, 유럽 등 많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석탄화력발전 비용보다 같거나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발생하고 있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외 다수의 연구기관은 향후 십여 년 내에 우리나라도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 (사진=연합뉴스)

예를 들어 지난 1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생산 비용전망' 최신 보고서(5년 주기)를 분석한 결과 2025년 미국, 프랑스, 중국, 인도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이 원전과 유사하거나 더 저렴한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한국에서 균등화 발전단가(LCOE, 달러/MWh)가 가장 저렴한 발전원은 원자력으로 나타났지만, 전 세계적으로 원전 비용은 점차 높아지는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계속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LCOE는 발전소 건설, 운영관리, 연료, 탄소, 폐로,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포함한다.

한국의 경우 2025년 LCOE 전망치는 2020년과 비교해 원전이 40.42달러에서 53.30달러로 12.88달러 높아졌다. 태양광 발전은 상업용의 경우 170.71달러에서 98.13달러로, 대규모 발전은 142.07달러에서 96.56달러로 낮아졌다. 육상풍력은 147.45달러에서 113.33달러, 해상풍력은 274.63달러에서 160.98달러로 하락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신규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 기간 지연 등의 이유로 예상보다 높은 비용이 발생하고 있고, 재생에너지는 많은 해외 주요국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으로 자리 잡았다"며 "2025년에 발간될 차기 보고서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의원은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유지 확대로 인해 예상되는 비용은 축소·은폐하고 있다"며 "보고서의 '최적시스템 시나리오'에 따르면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뿐만 아니라 부채로 잡혀 있는 막대한 원전 사후처리 비용은 이들 발전의 비용추정 시 고려되지 않았다. 석탄발전의 유지가 가져올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환경적·사회적 비용 또한 반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정부간 기구인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작년도 8.5센트 수준이던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2050년에는 1센트에서 5센트에 이르는 범위 안에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보고서는 2050년에도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지금과 똑같다는 어처구니없는 가정하에서 비용을 계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계산과정에서 지극히 원론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기자가 미래에 예상되는 추가비용을 할인해서 10년 동안의 총 추가비용을 계산한 흔적이 없다"며 "경제학원론 배울 때 현재의 1원이 10년 후의 1원과 똑같은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걸 배우지 않나. 아무런 할인과정을 거치지 않고 10년 동안의 단순합으로 177조원이라는 수치가 나왔다면 그건 전혀 믿을 수 없는 수치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IEA '전력생산 비용전망' 최신 보고서는 각 발전원에 7% 할인율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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