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지사가 호남권 경선에서 승리했다. 광주 전남권 순회 경선에선 근소한 차이로 1위를 내주었지만 전북에서 뒤집은 것이다. 호남이 역시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명 지사의 대세론을 꺾지는 않으면서도 이낙연 전 대표에게 역전의 가능성을 일부 열어줬다는 것이다.

이런 성적 자체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통해 충분히 예고됐다. 이전까지 여론조사의 흐름은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 이후 광주전남권에서 상승세였다는 걸 분명히 보여준다. 전북권의 경우 정세균 전 총리 사퇴 이후 한쪽으로 여론이 쏠리는 흐름이 나타나진 않았다는 점에서 전국적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즉, 전남에선 이낙연 전 대표 우위, 광주에선 팽팽한 접전, 전북에선 이재명 지사 우위가 예상되었던 것이다. 다만 대장동 의혹이 미칠 영향이 관건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낙연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된 건 분명해 보이지만 판을 바꿀 정도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던 셈이다.

남은 경선 일정은 부산울산경남과 수도권이다. 이낙연 전 대표 나름의 조직세가 있다지만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결국 남은 변수는 부동산에 민감한 유권자들이 대장동 의혹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이재명 지사의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이재명 지사는 의혹 제기 이후 대장동 개발은 민간이 독식할 이익의 상당분을 공공이 환수한 것이라며 오히려 모범사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언론인과 법조인, 정치인, 재벌 일가가 한데 묶여 난장판이 된 지금 상황을 보면 이 사업이 어떤 모범사례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로서는 지금와서 이 사업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장동 개발 업적을 과장했다는 게 선거법 위반 관련 재판의 쟁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를 문제 삼고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주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이런 대응에는 앞서 강조했듯 정치적 한계가 있다. 광주전남권 경선 직후 이재명 지사가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제도적인 한계 때문에 충분히, 완전히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로 아쉽게 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의 반영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조건에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는 태도를 일관성있게 보이는 게 중요하다.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잘했다고만 우기는 것은 독선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6일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전북 합동연설회를 마친 후 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곽상도 의원 아들 곽모 씨가 논란의 화천대유를 퇴사하면서 5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또 변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봐도 곽모씨가 50억 원을 받은 건 곽상도 의원의 존재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본다. 곽상도 의원은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후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아들 곽모 씨의 화천대유 입사를 권유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50억 원은 어떤 대가이거나 차명투자로 거둔 수익일 가능성을 의심하는 게 당연하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곽상도 의원 제명을 추진했고 이에 앞서 곽상도 의원은 탈당을 해버렸다. 국민의힘은 난감한 표정이고 이재명 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은 모처럼 역습의 기회를 잡았다는 듯한 반응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인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앞서 서술한 것처럼 이 사건에 ‘국민의힘 게이트’가 삽입돼있다고 해도 본질적 차원에서 이재명 지사가 책임론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곽상도 의원 스캔들은 오히려 이재명 지사가 태도를 바꾸는 데에는 걸림돌인 사건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리더십이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된 것은 특유의 추진력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가 도덕적 윤리적 가치에 충실한 인물일 것으로 기대하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비주류 출신이기에 기득권과 엮이는 게 애초에 불가능했고, 이 덕에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서 여러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은 이런 리더십의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성과만 낼 수 있다고 한다면 그 과정에 벌어질 수 있는 불의한 일에는 눈을 감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금 대장지구는 어떤 곳인가? 고급 브랜드 아파트와 이에 걸맞는 편의시설로 채워진 중산층 취향의 공간으로 인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일부 포함된 임대주택 물량은 지금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성남시가 환수했다는 개발이익이 서민들에게 어떤 이익으로 돌아왔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사업을 그간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대표적 치적 중 하나로 홍보해왔다. 결국 부정한 것이든 정당한 것이든 ‘있는 사람들’이 이익을 거둔 사업을 이재명 지사가 정치적으로 활용해 온 셈이 되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TV토론에서 다시 성남시장으로 돌아가더라도 대장동 개발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성남시장으로서는 그런 판단의 불가피성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이런 주장으로 의문을 해소할 수는 없다. 자신이 밀어 붙인 방식 때문에 나타난 부작용에 어떻게 대처하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의 답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도자상은 틀린 것은 인정하고 의혹에 대해선 투명하게 밝히며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남은 경선은 물론 본선의 경쟁력까지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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